제주도청사(사진=제주투데이 DB)
제주도청사(사진=제주투데이 DB)

제주도의 불법적 정보 비공개 관행 뿌리 뽑아야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정보에 대히여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공개 의무가 필요한 사항을 따로 정하기는 하지만 국방과 외교, 대북관계 등 공개하기 민감한 자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의해 정해진 사항이다. 그런데 이렇게 법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자의적으로 법률 해석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불법행위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일회성 자문이나 협의를 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회나 자문위원회, 자문단의 명단 비공개나 부분 공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불법 행위중 하나이다.

제주도가 명단을 비공개하는 이유

일회성 자문이나 협의를 위해 구성된 자문기구나 협의회의 참여자 명단을 확인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필요한 전문가나 필요한 구성원이 포함되어 있는지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자문이나 협의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주민대표 참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만장굴 미디어아트 사업에 조명에 의한 생물피해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자문단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명단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일회성 자문기구나 협의회에 대한 참여자 명단을 정보공개 요청하면 으레 부분 공개 또는 비공개 결정이 나오곤 한다. 명단 자체를 아예 비공개하거나 이름만 가려 부분 공개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는 개인정보에 대해 정의한다.

개인에 관한 정보를 어디까지 특정할 것인지를 다룬 조문으로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나 특정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알 수 있는 정보를 개인정보로 분류하여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정보공개법’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명단 비공개는 전형적인 꼼수

‘개인정보 보호법’의 조항만 기계적으로 보면 당연히 일회성 자문기구나 협의회 참여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 법에서 개인정보로 보호할 것을 명시한 성명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법’은 공적인 개인이 아니 사인(私人)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 반면 ‘정보공개법’은 사인이 아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의 일부를 위탁받거나 위촉한 개인 즉 공인에 대해서 성명과 직업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정보공개법 제9조 1항 6호 마목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ㆍ직업) 즉 법률에 따라 공무를 수행한 개인의 성명과 직업은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에서도 분명히 인지하는 사실이다. 제주도에서는 관련법을 근거하여 각종 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게다가 심지어 상설위원회의 명단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조례까지 만들어 놓았고 실제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물론 ‘정보공개법’에 따라 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비공개로 조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 감사ㆍ감독ㆍ검사ㆍ시험ㆍ규제ㆍ입찰계약ㆍ기술개발ㆍ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제13조제5항에 따라 통지를 할 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의 단계 및 종료 예정일을 함께 안내하여야 하며,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이마저도 그냥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공개법’ 제9조 3항에(정보공개법 제9조 3항 공공기관은 제1항 각 호의 범위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업무 성격을 고려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이하 “비공개 세부 기준”이라 한다)을 수립하고 이를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근거를 둔 ‘비공개 세부 기준’에 따라야 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두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비공개 대상 정보 세부 기준’을 만들어 제주도 홈페이지에 잘 게시해 두고 있다.

이 '비공개 세부 기준'에는 위원회 명단을 공개할 때 공정한 심의, 검토, 협의, 의견교환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게 될 우려가 있을 경우 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도 비공개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회의 내용이 대부분 개인의 신상·재산 등 사생활의 비밀과 관련된 정보거나 회의 내용 공개로 인하여 외부의 부당한 압력 등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참석자의 심리적 부담으로 인하여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사 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인정되는 정보만 비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상설위원회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니 비상설위원회에 국한하여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인데, 심의가 진행중인 사항이 아닌 경우 일회성 자문기구나 협의회 참여자 명단 공개는 원칙이다. 이미 끝나 심의가 공정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참석자의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라고 되어 있지만 정보 공개를 하는 공무원들은 비공개와 부분공개를 남발한다. 자신들이 세워놓은 원칙과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말이다.

정보공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법이란 벽을 세운 제주도

정보공개에서 비공개나 부분 공개가 나오면 정보공개제도에 익숙하지 않다면 으레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법령상에 내용을 정리해서 이런 부분에서 잘못되었으니 공개해 달라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다. 이의신청제도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일회성 자문기구나 협의회 참여자 명단 비공개나 부분 공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99% 인용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든 ‘정보공개법’상 공개가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이의신청을 하게되면 심의회의를 개최해서 인용할지 기각할지 결정하는데 이런 경우 심의회의도 개최하지 않는다. 그만큼 공개할 수밖에 없는 자료라는 뜻이다. 결국 제주도는 정보공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법이란 벽을 세워놓고 농락을 한 셈이다. 애초에 공개해야 하는 자료를 불법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서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결국 이의신청이 인용되고 해당부서에 문제를 제기하면 두루뭉술한 사과 몇 마디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깊은 불쾌감은 오로지 민원인의 몫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불법이 용인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할까?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보공개와 관련해 공무원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또 하나는 벌칙을 세우는 일이다. 

누가 봐도 불법적인 비공개와 부분 공개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불법적인 정보 비공개와 부분 공개에 대해 기안을 올리고 이를 검토하고 결재한 공무원 모두에게 분명한 책임이 뒤따를 때 불법의 고리는 끊을 수 있다. 공무원은 법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이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다.

법을 어겼을 때 공무원도 똑같이 처벌받고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제주도감사위원회도 이와 같은 사례가 남발되는 상황에서 손 놓고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따져야 할 것이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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