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서 때 아닌 재생에너지 공급 논란이 한창이다. 추자도에서는 무려 3GW에 달하는 해상 풍력발전시설 건설사업을 사업자가 추진하고 있고, 남원읍 수망리에는 마라도 3배 면적의 녹지와 숲 밀고 태양광 패널을 깔겠다고 한다. 둘 다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하는 발전시설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을 들 법도 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환대를 받아야지 왜 반대와 사회갈등이 생기는 것일까?라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 전기수요가 많은 곳이 아닌 전기수요가 적은 곳에 들어서는 발전시설
한국은 정부에서 발전시설을 대규모로 조성해 수도권과 제조업이 집중된 대규모 공단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시스템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그렇다보니 주요 발전원이 위치한 지역은 주로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고 심지어 수백킬로미터의 송전선로를 건설해 수도권과 대규모 공단으로 전기를 송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전시설이 위치한 마을에서의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고압송전탑에 대한 문제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수많은 지역에서 사회갈등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갈등은 대규모 발전원인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위주로 공급해온 정부의 발전정책에 근거하고 있다. 환경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고, 위험한 시설을 대규모로 지으려다 보니 인구가 많은 곳과 대규모 산업단지를 피해야 했기에 발전시설은 도시와 공단에서 먼 곳으로 정해지곤 했다.
이러한 발전방식을 탈피해서 전기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에 가장 앞서 언급되는 발전원은 재생에너지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건물이나 공장의 지붕 또는 옥상의 유휴부지는 물론 주차장과 심지어 도로의 유휴부지나 도로위를 터널을 씌우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되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었다. 서울시가 태양광발전시설의 공급으로 핵발전소 1기를 줄이겠다고 나섰던 정책이 대표적 예일 것이다. 화력발전이나 핵발전처럼 환경오염과 안전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재생에너지는 전기를 소비만 하는 도시나 공단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이렇듯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비어 있는 공간을 십분 활용해 도시의 효율도 높이고, 환경에도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지로, 산지로, 녹지로, 먼바다로 재생에너지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앞선 화력발전이나 핵발전이 해왔던 방식 그대로 대규모 발전시설을 인구가 적고 전기수요가 적은 곳에 설치해서 먼 거리의 도시와 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실제로 추자도의 인구는 1700명 정도이고, 수망리의 인구는 400명정도에 불과하다.
이 지역에서 아무리 전기를 쓰고 쓰고 또 쓰더라도 3GW의 풍력발전소나 100MW의 태양광발전소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지역이다. 오로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지의 역할을 할 뿐이다. 재생에너지마저 이런식으로 운영된다면 기존에 제기되어온 전기생산과 소비의 지역간 불평등의 문제는 전혀 해결할 방법이 없다. 도리어 재생에너지가 이런 불평등에 야기할 뿐이다.
# 대규모 해상공사와 대규모 녹지와 숲을 파괴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있어 탄소중립의 필요성은 강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너무나 당연한 중요 현안이다. 전기를 생산하는데서 발생하는 탄소가 어마어마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는 너무나 매력적인 발전원이다. 게다가 기존의 화력발전과 위험한 핵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검증된 수단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뿐이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우리는 흔히 친환경발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탄소만 배출하지 않으면 정말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친환경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불필요한 곳에 시설이 배치되거나 환경적으로 생태적으로 경관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엔 설치되어선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추자도 풍력발전이나 수망리 태양광발전을 보자면 이런 친환경성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일단 추자도의 경우 사업규모만 400㎢로 추자도 면적의 60배에 달한다. 사실상 추자도 전체를 둘러싸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추자도는 대표적인 황금어장이다. 그만큼 해양환경과 생태계가 매우 건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려 400㎢를 풍력발전기로 둘러싸겠다는 것은 이곳에서 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연하게도 대규모 해상공사도 불가피해 이로 인한 환경영향도 묵과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추자도에 설치한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는 제주도가 아니라 전라남도에 공급될 예정이다. 결국 대규모 어장과 해양환경을 담보로 제주도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발전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한 바다생태계가 중요한 탄소흡수원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대규모 해상공사가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수망리 태양광발전시설도 앞선 논란과 다르지 않다. 사업부지 전체 면적은 233만㎡에 개발부지만 81만㎡에 달한다. 사업시행될 경우 3만8000여 그루의 나무가 훼손될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나무를 더 심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 무려 4만그루에 가까운 나무가 사라지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숲과 녹지가 탄소흡수원으로서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이러는 것일까?
게다가 숲과 녹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기반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숲과 녹지일수록 탄소흡수능력이 더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로 증명되어 왔다. 그런데 이렇게 건강한 숲과 녹지를 없애고 태양광 패널로 뒤덮는 것이 과연 탄소중립을 위한 일인가? 아니면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일일까? 게다가 기존의 화력발전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는 출력제한조치까지 고려한다면 이 사업으로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
추자도와 수망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재생에너지사업도 잘못하면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점이다. 가장 정의롭고 친환경적일 것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이와 같은 논쟁과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논의의 부족과 제도의 미비가 원인이다.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보급하는 것이 탄소중립과 환경보전,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이로운지에 대해서 제주도에서는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해왔다.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계획을 추진하며 공급에만 몰두해 왔을 뿐 이런 논의는 그간 전혀 진행된 것이 없다. 그래서 대규모 농지를 태양광발전시설로 바꾸는 반농업적 계획을 제주도정에서 추진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개체수가 희소한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중요 서식지에 대규모 해상풍력을 짓는 것을 허가하려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농지, 녹지, 숲, 중요한 해안과 해상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앞서 태양광을 얘기했지만 태양광이 들어설 곳은 도심내에도 충분한다. 풍력발전도 부유식 발전시설 연구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지금은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정비가 불가피하다. 제주도는 풍력발전을 공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허가권도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된 상태다. 이로 인해 적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사업허가 과정에서 환경적인 측면, 주민수용성 등 사회적 측면을 더욱 신경 쓰고 있다.
게다가 개발이익도 도민사회와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풍력발전 인허가 등에 관한 사항을 도조례로서 정하기 때문에 도민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도 다른 지역에 비해 확연히 높다. 물론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지역에 비해 공공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재생에너지 수익 도민사회 공유 위한 제도 개선 및 강화 해야
문제는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보니 대규모 태양광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현행 법령상 3MW를 초과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위원회에서 인허가를 받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3MW를 초과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서도 제주도가 인허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추진해왔지만 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중단하지 않고 에너지자립을 실현하려면 제도 개선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더해 화력발전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보다 강화된 권한을 행사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이미 기후재난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매년 기후재난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만 매년 300억에 육박하고 있다. 이마저도 직접적인 재해인 태풍과 가뭄, 폭염과 폭우 등에서 발생한 피해액을 뺀 것이다. 경제적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기후위기가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하는 어마어마하다. 이로 인해 도민이 직접 체감하는 피해도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은 시급히 필요한 정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전기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전기는 도민의 생활에 필수 공공재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도리어 탄소중립을 역행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탄소를 줄이는 것 만큼이나 자연 스스로 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보전하고 가꿔나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디 지금의 논란이 정의로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이번 문제를 제대로 판단해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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