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해소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그만큼 제주공항을 찾는 이용객도 많이 증가했다. 그래서 제주공항 내에는 여러 가지 홍보 시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그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선 2층 출발 대합실에 설치된 제주도에 서식하는 새를 캐릭터화해서 전시한 홍보공간이다.
이 홍보공간에는 제주도의 상징 새인 큰오색딱따구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여름 철새 팔색조, 주로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텃새인 동박새 이렇게 3종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검색대를 통과한 공항 이용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추진한 제주공항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ESG 경영의 일환이라면서 버디프렌즈와 협력해 제주 자연 캐릭터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등 자연 속 생태 문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단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제주에서 이런 캠페인을 하는 것은 너무나 환영할 일이다. 가뜩이나 항공산업에서 막대한 기후위기가 초래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런 캠페인은 제주공항이 당연히 해야 할 캠페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이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버디프렌즈 캐릭터는 제주에 서식하는 새를 캐릭터화 한 것인데 이들이 멸종위기종이라는 것이다. 일단 제주공항에서 만날 수 있는 큰오색딱따구리, 동박새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국내법상으로도 멸종위기종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목록화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적색목록)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들을 제주를 대표하는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로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설명은 이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담긴 업체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업체는 IUCN 적색목록에 LC(Least Concern : 관심 필요종)로 분류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단 적색목록에 등재된 생물종은 보호가 필요하지만, 보호는 개별국가의 몫이다. 우리나라에서 환경부나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등에서 법정보호종을 지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깐 적색목록에 올라있다고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큰오색딱따구리와 동박새가 적색목록 LC등급으로 분류되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분명한 오류다. 적색목록 홈페이지는 LC등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A taxon is Least Concern(LC) when it has been evaluated against the Red List criteria and does not qualify for Critically Endangered, Endangered, Vulnerable or Near Threatened.
레드리스트의 기준에 따라 평가했는데 멸종위기나 절멸 위기에 처해있지 않고, 야생에서 절멸한 위험이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없는 등급을 LC등급(관심필요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IUCN이 여러 요소를 종합해 멸종위기 등급을 정한 뒤, 멸종위기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것을 ‘최소관심’으로 분류한 것이 LC등급이다.
그런데 적색목록에 LC등급으로 분류되어 보호받고 있다는 표현은 사실과 명백히 다른 것이다. 물론 큰오색딱따구리나 동박새 모두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생물이다. 생물다양성을 위해서도 이들의 보호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들의 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방치된 상황에서,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해도 제2공항 개발이 강행추진 되고, 비자림로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은 혼란만을 낳을 뿐이다. 오히려 정말 시급히 보호해야 할 생물들의 보호에 돌아가야 할 관심을 빼앗는 일이다.
물론 업체가 생물다양성이나 멸종위기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지 않아서 이에 대해 오해를 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오류를 수정하면 된다. 다만 이런 잘못된 정보가 공적인 공간에 자리 잡고 이런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나게 제주공항이 방치하고 있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주공항은 공공기관에 대한 절전을 강조하는 와중에도 전력사용량이 심하게 증가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엄청난 곳이 제주공항이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정보가 버젓이 나돌고 있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정말 기후위기가 걱정이 되고, 제주도의 생물다양성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싶다면 에너지 소비부터 줄여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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