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생태위기 시대 마지막 보호장치로 여겨지는 해양보호구역.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나오지만 사후관리 논의는 부족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행정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녹색연합과 제주투데이는 공동으로 제주 바다의 주요 환경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 및 대안을 논의하는 '2023 제주해양포럼'을 지난달부터 매달 1차례 이어나가고 있다.
두번째로 열린 26일에는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된 서귀포시 서귀동 문섬·범섬에 대한 선박 답사를 마친 뒤,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관리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신수연 녹색연합 해양생태팀장은 국제협약 동향과 해양보호구역 현황, 문섬 등 제주 해역을 중심으로 과제를 도출해냈다.
느슨함 조이는 국제사회 ... 이행지표 구체화
세계자연기금(WWF)은 지구생명지수를 기준으로 지난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이 약 50년 동안 평균 69% 줄었다는 내용을 담은 '지구생명보고서'를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모두 5230종의 생물종을 대표하는 3만1821개 개체군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개체군·생물종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원인은 인간으로 지목된다. 세계적인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생물다양성협약(CBD) 15차 협약이 통과됐다. 1992년 최초로 체결된 이 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국제환경법상 3대 협약으로 꼽힌다. 한국을 포함한 196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협약은 구속력이 약하다. 이에 따른 딜레마도 생긴다. 강한 구속력을 가지면 가입 국가가 적어지고, 규제가 느슨하면 많은 국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다. CBD는 2010년부터 10년간 보호구역 육상 17%, 해상 10%를 달성하자는 아이치 목표도 세웠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달성한 국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이행지표를 구체화 하고, 점검 절차를 만드는 등의 보완을 해나고 있다. 최근에는 2030년까지 자연 손실을 막고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회복으로 전환하자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 달성 목표도 세운 상태다.
분명 보호구역인데 ... 관광잠수함·폐기물에 앓는 문섬
세계적으로는 협약이 있다면, 한국에는 해양보호구역이 있다. 현재 지정된 구역은 34개소로, 186㎢에 달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지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양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및 학술적 연구가치가 있는지 ▲해역 지형지질생태가 특이해 학술적 연구 또는 보전이 필요한지 ▲보호대상해양생물의 서식지·산란지인지 ▲다양한 해양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지 ▲산호초·해초 등의 해저경관 및 해양경관이 수려해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는지 등이다.
이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는 10년에 1차례 관리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적용되는 제2차 해양생태계 관리 기본계획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역해양수산청에서도 5년 단위 관리계획을 세우며, 세부 계획도 1년 단위로 수립한다.
부산청 관할인 제주의 경우, 문섬 등 주변 해역 약 13.9㎢가 2002년 지정됐다. 국내 최초였다. 이곳 해역에 서식하는 산호충류 92종 중 66종은 제주 해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네스코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으로,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등재했다.
그렇다면 이 구역이 실제로 적극적 보호를 받고 있을까? 신 팀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제주도와 문화재청과 문섬 해양조사에 나선 녹색연합은 이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분홍바다맨드라미 등 연산호가 훼손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인으로 지역업체가 운영 중인 관광용 잠수함을 지목했다. 잠수함이 수면 위아래를 오르내리면서 중간 기착지 암반을 충격하고 있다는 것. 신 팀장은 어업 및 레저 낚시도 훼손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섬 등에는 입도가 금지되고 있는데 다이빙과 낚시에 한해서는 승선인 명부를 쓰고 들어가는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버려진 낚싯줄이 산호를 감고 있거나, 통발이 방치돼 있는 등 쓰레기 투기 관리는 철저히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여기에 총 사업비 400억원(국비 및 도비 각각 200억원)을 들여 육상부에 해양레저체험센터를, 해상부에 스쿠버다이빙 해상체험장 및 다이버 운송용 계류시설에 대한 공사를 벌이고 있다.
"행정 일관성.관리체계 내실화 시급 ... 도 전담부서 필요"
신 팀장은 행정의 일관성과 관리체계의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간 협력도, 관리계획이 실행까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부재하다는 것.
그는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또 해수부와 문화재청, 환경부 등 담당구역이 중첩되면 각기 다른 체계로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제주도의 경우 해양쓰레기 수거 외에는 구체적 정책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생태계 모니터링 등은 매년 2회 이상 추진하도록 계획됐으나 실제 실행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해양보호구역의 관리주체를 지자체로 정하고, 제주도정 내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신 팀장은 현재 공사 중인 레저체험센터와 관련해 "레저체험 대신 시민연구자들의 연구거점, 지역주민 및 탐방객에 해양보호구역 교육을 제공하는 등 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냈고, 다행히 해수부도 일부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훈 '파란'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은 토론에서 "여러 법률의 기능이 중첩돼 있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면서 "체계 통합 등 개발사업으로부터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하나씩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수진 해양생태보전연구소 연구원은 "보호구역 논의는 현재 생활권에 영향을 미치는 연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관리 주체가 모호한 먼바다에도 적용시켜야 하는 문제"라면서 "조금씩 방안을 마련하곤 있지만 상징적 의미에서 그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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