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와 녹색연합은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회적경제지원센터 1층 몬딱회의실에서 '제주해양포럼 2023' 세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투데이와 녹색연합은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회적경제지원센터 1층 몬딱회의실에서 '제주해양포럼 2023' 세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제주에서는 해상풍력발전 설치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기반과 제주특별법, 제주에너지공사,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등 제도적 기반은 이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지역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등은 증폭되고, 사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제주투데이와 녹색연합은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회적경제지원센터 1층 몬딱회의실에서 '제주해양포럼 2023' 세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제주도 해상풍력의 입지 조건, 생태수용성과 주민수용성'이 주제다.

일부 연구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이 해양생태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해양탐사협의회(ICES) 연구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이렇다. 발전소 건설로 해저 바닥에 단단한 기판이 만들어져 저서생물이 늘어난다. 이를 먹이로 삼는 어류가 늘어나 주변 생물 다양성이 늘어난다. 또 주변지역 트롤 어업활동을 막아 어류 개체수와 어종 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날 발제를 맡은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생태수용성 관점에서 해상풍력발전이 긍정적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만큼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제주투데이와 녹색연합 공동주최로 지난달 31일 제주시회적경제지원센터 1층 몬딱회의실에서 '제주해양포럼 2023' 세번째 자리가 마련된 가운데,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투데이와 녹색연합 공동주최로 지난달 31일 제주시회적경제지원센터 1층 몬딱회의실에서 '제주해양포럼 2023' 세번째 자리가 마련된 가운데,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철새 경로방해 ... 중간기착지 사라진다

상황에 따라 풍력발전기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난감한 존재가 된다. 풍력발전기가 이동경로를 차단하는 장애물이 되기 때문. 김 사무국장은 특히 제주시 추자도 대규모 해양풍력발전단지 계획을 철새 이동경로를 고려하지 않은 대표 사례로 들었다.

추자도는 여름철새의 대표적 중간기착지다. 여름철새는 겨울철새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아 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철새 뿐만 아니라 법정보호종과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210여종의 새들이 추자도에서 관찰되고 있다.

철새는 섬 등을 중간기착지로 삼아 쉬어가는 습성이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해 소진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식이다. 그런데 중간기착지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힘을 다 써버린 새들의 선택지는 바다로 추락하는 것 밖에 없다.

풍력단지가 설치되는 건 한 순간이지만, 철새들의 이동경로는 오랜 기간 진화의 시간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새들이 알아서 피해가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객관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UEA) 연구팀이 풍력발전기에 조류가 충돌할 위험이 높은 위치를 분석한 결과, 비행 중 풍력발전기 터빈과 충돌할 확률이 높은 높이는 지상 15~135m로 조사됐다. 특히 해안가와 인접할 수록 충돌은 늘어나게 된다.

김 사무국장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는 굉장히 제한돼 있다. 철새들이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지역을 상실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생태계 문제에 대해 무감각하게 바라본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김정도 제공)
(사진=김정도 제공)

해양생물에 영향주는 풍력발전 소음

풍력발전기가 발생시키는 소음도 문제다. 특히 소음체가 특화된 해양포유류인 고래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탐라해상풍력단지가 설치되기 전인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자주 관찰됐지만, 설치 이후 2015년 기준 관찰 빈도 수는 크게 줄었다. 새로운 변화는 발전단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돌고래가 이동되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이유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단순 이동이 아닌 '서식'으로 판단하려면 먹이활동과 휴식, 번식 3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공사 관계자도 '돌고래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하는데,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돌고래는 이동 범위가 최대 5km 이내를 넘지 않는다. 대부분 1km 이내"라면서 "단순 이동이 관찰됐다고 해서 서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곳'은 먹이가 많은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주요어장이라는 이야기다. 돌고래가 다수 분포한 동북부와 서남부지역은 이른바 '황금어장'이다. 이는 인간의 어업활동과도 밀접, 경제활동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섬과 가까운 바다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기에 적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5.5km에서 10km 떨어진 해상에 단지를 설치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연안 1km 이내만 벗어나면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그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5.5km까지 개발이 제한돼 있는 대정의 사례나, 해양수산부가 10km 이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점 등을 고려해 제한해야 한다"면서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은 배제하고, 연해(20마일 이내 수역, 약32km)를 벗어난 곳에서 큰 규모로 지구지정을 한 형태로 풍력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