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주최한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에서 임형묵 감독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보시면 5㎝도 안 되는 웅덩이에 최소한 대여섯 (생물)종이 보여요. 아주 얕고 작은데도 다양성을 찾을 수 있어요. 지금부터 숨은 생물  찾기를 하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귀포 성산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공동 주최하는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은 깅이와 바당 대표 임형묵 다큐멘터리 감독이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이곳은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는 바닥이 드러나는 조간대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씩 되풀이된다. 임 감독은 암반으로 형성된 이곳 조간대가 다른 지역보다 면적 대비 생물 다양성이 집약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사진은 수마포구 일대 형성된 조간대. (사진=박성인)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사진은 수마포구 일대 형성된 조간대. (사진=박성인)

“모래에는 서식하는 생물이 거의 없어요. (밀물 때)떠밀려 와도 어딘가에 부착해서 살 수가 없으니 정신없이 굴러다닐 거예요. 파도에 따라 예쁜 소리를 내면서 굴러다니는 자갈 해안에서도 생물이 살 수가 없어요. 그 돌에 맞아 죽을 테니까요.”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도 서식할 수 있는 생물종이 한정적이다. 낙지처럼 펄에 적응력이 있는 생물을 제외하곤 해조류 등이 살기 어렵다. 조간대에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건 돌의 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래처럼 너무 잘거나 파도에 굴러다닐 만큼 가벼워도 안 된다. 

모래도 아니고 몽돌도 아닌, 단단한 암반 위 곳곳에 움푹 팬 구멍이 있는 성산 수마포는 생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인 셈. 임 감독은 “제주도의 이런 암반 조간대는 단단하고 숨을 곳이 많아서 다양한 생물들이 곳곳에 살고 있다”며 “직접 돌아다니며 눈으로, 손으로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조수웅덩이 관찰하는 방법

“평소에 우리가 성큼성큼 걸어 다니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조간대에 살고 있는 생물을 관찰할 때엔 우리 스스로 굉장히 작아져야 해요.”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임 감독은 다슬기 채집통을 받아든 포럼 참가자들에게 ‘숨은 생물 찾기’ 방법을 알려줬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조수웅덩이를 관찰해야 한다. 

한 웅덩이 앞에서 임 감독이 ‘무엇이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라’고 하지만 돌멩이들과 바위 위에 붙은 ‘이끼’처럼 보이는 조류뿐이다. 몇몇 참가자들은 손가락으로 웅덩이 안을 휘휘 저어보기도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걸 떨어트리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지켜보세요.”

임 감독이 고양이 간식인 통조림 참치를 손톱만큼 집어 웅덩이에 빠트린다. 그러자 아주 작은 새우가 서너 마리가 ‘먹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곧 이어 손가락 정도 크기의 물고기가 등장한다. 보호색 때문에 바위인 줄 알았던 길쭉한 '돌멩이'가 꼬리를 흔들며 먹이 쪽으로 헤엄치자 참가자들이 “와”하고 탄성을 냈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웅덩이에 먹이를 떨어트리자 바위처럼 보였던 물고기(왼쪽 동그라미)가 나타났다. 오른쪽 동그라미는 테두리고둥.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주최한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에서 임형묵 감독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소라 이름 쟁탈전

따개비와 고둥. (사진=박성인)
돌 위에 따개비 여러 개가 서식하고 있다. 따개비 위쪽에 붙은 고둥은  두드럭고둥. (사진=박성인)

“게 보면 어른들도 ‘꽃게’라고 많이들 부르죠. 게는 ‘단미하목’이라는 커다란 목(目)에 속하는 거라서 그 안에 수없이 많은 종들이 있거든요. 그걸 몽땅 ‘꽃게’라고 부르면 다른 애들이 많이 억울합니다. 아프리카 초원에 가서 보이는 모든 동물을 ‘사슴’이라고 부르는 거랑 같아요.”

임 감독은 해양생물들에게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지동물과 비교해 사람들의 관심이나 이해가 크게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고둥을 손에 들고 ‘소라’ 이름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냈다. 우리가 보통 ‘소라’라고 부르는 생물들 중에 ‘진짜’ 소라는 ‘뿔소라’ 한 종밖에 없다. 나머지는 고둥에 해당한다. 

제주도에선 지금의 뿔소라를 ‘구쟁기’ 또는 ‘구제기’라고 불렀다. 그러다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것으로 유추되는 ‘소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육지부에서 ‘소라’로 불리던 생물이 이름을 뺏기고 ‘피뿔고둥’이 된다. 제주도 생산량이 육지부보다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소라’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름이 바뀌니까 입에 잘 안 붙잖아요. ‘소라 사세요’ 하던 것을 ‘피뿔고둥 사세요’하면 먹고 싶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거기다가 이름을 다시 붙인 게 ‘참소라’예요. 그러니 제주도에선 ‘우리 소라는 가짜냐’ 하면서 소라 앞에 ‘뿔’을 붙여 부르게 된 거고요.”

생물의 이름은 이렇게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 때문에 바뀌기도 한다. 

 

해조류 서식을 방해하는 '갯녹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바위가 까맣게 보이지만 비가 안 오는 날엔 다 하얗게 보입니다. 갯녹음 현상 때문이에요.”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주최한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에서 임형묵 감독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수년 전 한 언론 매체에서 제주 해안가가 시멘트로 추정되는 물질로 뒤덮였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해당 기사에선 오염물질 투기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다며 행정당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해안가를 뿌옇게 만들었던 원인은 시멘트가 아닌 ‘갯녹음’이다. 탄산칼슘 성분을 가진 해조류가 죽으면서 남긴 석회가 바위나 암반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이다. 해안이 아닌 바다 아래에서도 ‘백화 현상’이 발생한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 연안 조간대 나타난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제주 한경면 고산리 연안 조간대 나타난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제공)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서귀포 안덕면 사계리 형제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제공)

이 석회가 암반에 두텁게 쌓이면 다른 해조류가 서식하지 못하고 이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생물에게도 영향을 끼쳐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친다. 이 때문에 행정에서 예산을 들여 바위에 덮인 갯녹음을 닦는 갯닦이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임 감독은 산호말을 가리키며 “많은 분들이 백화 현상 또는 갯녹음이라는 현상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그 주범이 얘네들이다”라고 말했다. 산호말을 손가락으로 비비자 금세 까슬까슬한 가루가 됐다. 몸 속에 있던 석회 성분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조류가 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뼈대 역할을 하는 석회(탄산칼슘) 덕분이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검정반점갯민숭달팽이 아래 산호말이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다만 과거엔 그러지 않았던 곳에 석회가 갑자기 쌓이기 시작하면서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니까 이걸 먹이로 하는 소라나 전복이 살 수 없게 되는 문제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자기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는 지역을 보면 대부분 양식장 주변인 경우가 많다”며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찌꺼기를 먹이로 하는 말미잘 같은 종류만 많아지고 해조류들은 사라진다. 그런 곳에서 황폐화(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서식자, 해양 쓰레기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오른쪽에 밀물 때 들어온 쓰레기가 줄지어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오른쪽에 밀물 때 들어온 쓰레기가 줄지어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날 조간대에선 해양생물 말고도 눈에 띄는 ‘서식자’가 있었다. 바로 해양쓰레기. 줄지은 쓰레기들이 밀물 때 물이 어느 정도까지 들어오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임 감독은 이곳에 있는 쓰레기의 특징이 두 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바다에 잘 떠다니는 플라스틱이라는 점, 또다른 하나는 ‘출신’ 지역이 중국이라는 점이다. 제주에서 가까운 일본 쓰레기가 없는 이유는 해류 때문이다. 

해류가 일본 쪽에서 제주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곳으로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계절에 따라서 해양 쓰레기가 쌓이는 곳이 달라지기도 한다. 동남풍이 부는 여름엔 주로 제주 서남쪽인 대정 지역에 가장 많이 쌓이고 북서풍이 부는 겨울엔 주로 제주 북쪽 구좌 지역에 가장 많이 쌓인다. 

이날 임 감독은 “보통 어른들은 해양 생물을 보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분류한다. 먹을 수 있는 게 안 보이면 ‘여긴 아무 것도 없네’하고 그냥 지나가는데 먹을 수 없는 해양 생물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정확히 불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구 일대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2023 제주해양포럼 여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 조수웅덩이, 그 무한의 세계'를 진행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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