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난 5월 1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는 지난 5월 1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는 지난 5월 1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35년까지 탄소중립(Net-Zero) 사회를 실현, 아시아 최초 무탄소 도시로 도약하는 담대한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중앙정부의 계획보다 15년 앞당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7GW(기가와트) 규모로 확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린수소는 6만톤 이상을 생산해 기저 발전을 화력에서 수소로 100% 전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 100MW(메가와트)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풍력발전 150MW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정은 지난해 1월에도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을 발표해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의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그 이전에도 ‘2030Carbon Free Island(CFI2030)’을 발표 및 실행했다. 

풍력발전기.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풍력발전기.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제주도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방침의 결과, 도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9%에 달하며 전국 8%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이는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돼 가는 추세에 제주도는 충실히, 우리나라에서는 선도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계획보다 15년 앞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몇 가지 대목은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우선적으로 ‘에너지 공공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에서는 핵심과제의 하나로 ‘풍력·태양광 공공성 확대’가 제시됐던 것에 반해, 이번 선포식에서는 ‘수소산업 육성’과 ‘에너지 선도기업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창출’ 등이 언급됐을 뿐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지 양적인 확대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에너지가 기업의 이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민들의 생활과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서비스로 인식돼야 한다. 

이는 ‘에너지 공공성’의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는 90% 가량이 민간기업에 의해 건설,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건설과정에서 숲을 파괴하거나, 논밭에 마구잡이로 발전설비가 들어서며 환경훼손 및 농민들의 삶이 파괴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과 이를 방치해온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제주도의 경우 ‘풍력자원기금 공유화 조례’를 통해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는 ‘공공성’을 확보할 기반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공공주도’란 명분을 달고 있지만, ‘공공’이 민간기업의 풍력발전 사업시행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와트웨이’ 태양광 보도블럭, 내구성과 적정수명을 입증한 제품으로 기존도로에 접착제를 이용해 고정하는 방식이다. (사진=제주투데이 DB)
프랑스의 ‘와트웨이’ 태양광 보도블럭, 내구성과 적정수명을 입증한 제품으로 기존도로에 접착제를 이용해 고정하는 방식이다. (사진=제주투데이 DB)

태양광 발전의 경우에는 이런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 기반마저 없어서,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 건설로 인한 자연환경의 훼손에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전환’이 단지 에너지 수단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체제가 가지고 있었던 소수 화석연료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지구자연환경의 파괴, 권력의 집중을 통한 민주주의의 훼손 같은 문제점도 동시에 해결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에너지 공공성 확대는 그것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두번째로 짚어봐야 할 대목은 현재 제주도에 존재하거나 앞으로 건설될 예정인 화석연료 발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제주도에는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이 운영하는 화석연료발전소 10여기가 있으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00MW규모의 LNG발전소가 2027년까지 건설될 예정으로 부지선정까지 진행된 상태다. 2035년에 재생에너지 비율 70%, 기저발전은 화력에서 수소까지 100%까지 전환하려면 이들 화력발전소의 퇴출 및 건설 중단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중앙정부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제주도의 입장과 계획은 필요하다. 조만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마련돼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계획에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이 반영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아울러 이러한 화력발전소의 퇴출 및 운영 중단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발전노동자의 삶의 보장과 일자리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물론 제주도정 발표자료에는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 이 구절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계획에 구체적인 수치까지 포함된 것처럼, 정의로운 전환 대책에서도 기존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규모 제시와 특성, 이들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로 기술의 발전이 마냥 ‘장미빛 미래’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주도정은 ‘그린 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을 통해 자립형 제주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그린수소를 선도하는 산업화 기반을 다지고, 그린수소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발표에서도 ‘에코 그린에너지 사회’가 제주에서 펼쳐진다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29일 제주CFI미래관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및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 발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29일 제주CFI미래관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및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 발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하지만 그린수소 기술은 아직도 연구개발단계인 경우가 많고, 한국의 경우 생산된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기술보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술이 단기간 내에 개발되고, 상용화되지 못할 경우 제주도가 그리고 있는 ‘그린에너지 사회’라는 전망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넷째로 그 외에 재생에너지 증가로 제주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시행되는 ‘출력제한’의 증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면서 전력수요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송배전연결을 끊는 ‘출력제한’ 횟수는 2015년 3회에서 2022년 132회로 늘어났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주에서 육지로의 송전을 가능케 하는 ‘제3연계선사업’이 추진됐으나 2023년 사업완료 일정이 미뤄져 있는 상태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제주도의 전력공급과 수요를 조정할 필요와 그에 맞추어 재생에너지 확대의 양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양만 확대하는 것은 남아도는 전력을 육지로 전송해 그 이익을 챙기는 목적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낳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제주도의 전력 수요가 지금까지처럼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 또한 문제다.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아무리 재생에너지로 그 수요를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분야 및 영역에서 탄소배출의 증가와 자연환경의 훼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너지 대전환’은 단지 석유·석탄·가스 등의 화석연료에서 태양·바람으로 바꾸는 것만을 말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종류에서부터 에너지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 전부를 아울러 이윤 중심의 성장체제에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체제로의 전환이 동시에 추구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영국 언론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협의체)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 세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약 80%가 지구 기온 상승폭이 최소 2.5도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IPCC가 2018년 제48차 총회에서 합의한 ‘1.5도’ 제한선보다 1도나 높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기온상승폭이 3도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이 경우 세계 인구 약 10%가 사는 도시가 물에 잠기고, 생물종이 50% 가까이 멸종한다. 그만큼 기후위기가 재앙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온 인류가, 대한민국 국민, 제주도민 모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기후행동에 나서야 함을 말해주는 결과이다. 이럴 때일수록 체제전환의 관점에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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