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메인 이미지. (그래픽=박소희 기자)
지방선거 메인 이미지. (그래픽=박소희 기자)

22대 총선이 코앞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초)저출생과 지방인구소멸, 청년 관련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앙당 차원에서는 여야를 떠나 관련 공약과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제주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은 이와 관련 어떠한 대안과 정책을 제시할지 주목해볼 일이다.

저출생 대책, 누가 어떤 정책을 말하는가?

엄밀히 말해 저출생 및 지방인구소멸 위기, 청년 관련 문제는 특정 ‘세대’가 아닌 우리 ‘시대’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 저출생은 어제오늘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에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을 보이는 경우는 국제사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 사건이다.

한국은 이미 20여 년 전인, 2002년부터 초저출생(합계출산율 1.3명 이하, 이 수준 이하가 되면 다시 출산율을 올리기 어렵다고 본다) 사회로 진입했다. 제주 지역의 출산율은 전국 수준보다 조금 높은 편이나, 2018년 1.22명으로 초저출생 지역으로 진입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다.

전국 및 제주특별자치도의 합계출산율(2013~2022). (표=통계청, 각 년도 인구동향조사. (선민정 외, 2023, 「제주지역 청년남녀의 일과 삶 실태와 성평등 공감 과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재인용)
전국 및 제주특별자치도의 합계출산율(2013~2022). (표=통계청, 각 년도 인구동향조사. (선민정 외, 2023, 「제주지역 청년남녀의 일과 삶 실태와 성평등 공감 과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재인용)

성인이 되면 자연스러운 삶의 경로로 여겨졌던 결혼, 출산, 양육, 돌봄이 언젠가부터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더 나아가 청년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 돌봄은 ‘생존’을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이에 관한 정책은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게다가 출산이나 돌봄에 참여한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만들고 결정하고 있다. 누군가 돌봄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노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일과 삶’ 두 영역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과 청년들의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려움에 처해 있는 층은 단연코 ‘청년 여성’이다. 오늘날 청년 여성들은 일과 삶의 조화는 커녕 삶을 유지하고 생존해 나가기 위해 ‘관계’ 또는 ‘돌봄’이 아니라 ‘일’을 ‘선택’했다. 이러한 청년들의 삶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맥락을 보지 않고 일자리의 문제로만 청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사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미리 청년과 여성들의 삶을 재단하기보다는 이들이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가‘를 질문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정책 만들기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수년 동안 반복되는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현금 지원 중심의 저출생 대책이 도움이 된다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아이를 낳았거나, 낳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계와 돌봄이 사라진 시대, 아이를 낳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책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앤 윌리엄스 교수가 EBS '다큐멘터리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인터뷰 하며 한국의 합계 출산률을 전해 듣고 놀라는 모습. (사진=EBS 갈무리)
조앤 윌리엄스 교수가 EBS '다큐멘터리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인터뷰 하며 한국의 합계 출산률을 전해 듣고 놀라는 모습. (사진=EBS 갈무리)

저출생은 성장, 노동중심 사회의 결과이다

저출생은 사회 문제 그 자체이기보다는 결과다. 우리 사회의 근대적 노동윤리와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일을 우선하라’는 관념은 더욱 강화돼왔다. 부와 성공의 가치가 절대화되면서 생존 경쟁과 이에 따른 불안이 만연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 세대에게 일과 삶(돌봄)의 조화는 불가능한 현실이며 어느 하나를 택한다면 일을 선택하는 것이 어쩔 수 없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생명 창조와 상호 돌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결코 아니다. 비록 돌봄이 위기라며 국가가 개입하고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돌봄을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을 생산하고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본다면, ‘좋은 돌봄 제도’라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성장, 노동중심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전환 없이는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성장, 노동중심 사회를 넘어서 돌봄과 삶이 어우러지는 대안적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노동중심 사회를 넘어 ‘돌봄권’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의 사회화, 공공성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돌봄의 성별화(여성전담)’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현 돌봄 정책은 큰 변화가 없다. 여성들이 집안에서는 무급으로 하던 일이 집밖의 저임금으로 바뀐 차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돌봄에 참여하더라도 기존의 성별화된 돌봄모델에 대한 문제제기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돌봄이 일상적인 삶을 공유하고 유지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돌봄에 대한 개념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민 모두가 ‘자기돌봄’을 포함하여 돌봄을 주고받는 당사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서로 돌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통해 누구나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봄을 할 권리를 시민의 기본권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지금 전국의 여성단체들이 ‘(가칭)돌봄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돌봄권을 위한 시작으로 이와 연동하여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삶을 향유할 노동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성에게 무급으로 요구되어온 돌봄노동의 시간과 가치를 모든 시민과 평등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는 이를 통해 성장과 노동중심 사회를 넘어 여가와 돌봄이 공존하는 삶의 자유와 기회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를 정당하게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

강경숙

강경숙 지역여성주의연구소 젠더플러스 대표 /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대학 졸업 후 찾아간 여성단체 활동이 삶의 방향이 되었다. 여성운동을 더 잘하고 싶어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이후 제주에서 여성주의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문제에는 젠더(여성)가 없고 젠더(여성)문제에는 지역이 없는 현실’에 대해 주목하고, 주변화된 위치에서 제주 사회의 성찰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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