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도는 여성가족부의 ‘2023년 지역성평등보고서(지역성평등지수)’를 인용하며 제주가 6년 연속 성평등 상위지역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역성평등지수는 지역의 성별 격차를 측정하는 지수로, 여기서 ‘성평등하다’는 개념은 성 격차가 낮음을 의미한다.
지역성평등지수에서는 지역마다 성평등 수준을 점수로 매겨 상위권, 중상위권, 중하위권, 하위권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제주도는 전국 17개 지역 중 광주, 대전, 서울, 세종과 함께 성평등 상위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제주가 성평등 지역이라고?!
그런데 이와 같은 분석 결과와 실제 체감상의 성평등 수준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물론 성별이나 세대, 계층, 이주 배경 등의 차이에 따라 성평등 관련 경험이나 인식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제주가 성평등 상위지역’이라는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 제주 도민들의 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2022년에 제주도가 실시한 양성평등정책 도민수요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은 전반적으로 제주사회가 성평등하다고 응답했지만 여성의 경우 대부분의 영역에서 여성들이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제주 여성들은 ‘돌봄 책임 분담’과 ‘직장에서 고위직 승진 기회’, ‘남녀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있어 여성들이 더 차별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성평등 순위가 높으면 그 지역의 성평등 수준도 높은가?
지역성평등지수의 성평등 순위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성평등 상위지역이라고 해서 해당 지역의 성평등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역성평등지수는 해당 지역의 여성과 남성의 성별 격차를 수치화하여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실제 지역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즉,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지역별 성별 격차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말이다. 2022년 기준 지역별 성평등 수준의 종합점수를 비교해 보면(아래 그림 참고), 모든 지역이 76점 이상으로 지역 간 성평등의 차이가 크지 않고, 1위 지역과 최하위지역 간의 점수 차이도 5.4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역성평등지수를 이야기할 때는 지역별 ‘순위’와 ‘점수(수준)’를 구분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세부지표로 살펴보면, 제주지역 성별 임금격차의 성평등 수준은 74.7점으로 그리 높지 않은데도, 전국 비교 성별 격차가 가장 낮다는 의미에서 성평등 수준은 전국 1위로 나타났다.
이를 성별 임금격차가 전국에서 가장 적기 때문에 제주의 임금 수준은 성평등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제주 지역 남성이 100만원의 임금을 받을 때 제주 지역 여성들은 74.7만원을 받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러한 성별간 격차를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역 지역성평등지수에 지역의 발전 수준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역성평등지수는 지역의 발전 상태와 관계없이 지역의 성별 격차만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전체 임금 수준이나 산업 기반 등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제주 지역의 경우 남성도 여성도 임금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성별 격차가 타지역 대비 낮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낮은 임금 수준은 성별과 상관없이 많은 제주 도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주 여성들은 노동시장의 성차별로 인해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제주가 살기 좋은 곳, 평등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낮은 제주 지역의 임금 수준뿐 아니라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서도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함께 개선하고자 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성평등과 지역 발전 방안 함께 모색해야
특히, 오늘날 저출생 및 지방인구소멸, 청년세대가 처한 사회 문제의 핵심에는 성차별이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평등과 지역 발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전지구적으로 성별 격차가 낮거나 해소된 사회를 보면 선진적인 국가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누구나 살기 좋은 제주 지역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별 격차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함께 줄여나가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강경숙 지역여성주의연구소 젠더플러스 대표 /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대학 졸업 후 찾아간 여성단체 활동이 삶의 방향이 되었다. 여성운동을 더 잘하고 싶어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이후 제주에서 여성주의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문제에는 젠더(여성)가 없고 젠더(여성)문제에는 지역이 없는 현실’에 대해 주목하고, 주변화된 위치에서 제주 사회의 성찰을 시도한다.
- 해녀 공연이 '해녀문화'이고 '해녀유산'인가?
- 22대 총선, ‘정권 심판론’이 잃어버린 것
- 아이 낳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시대, 노동중심 사회에 대한 경고
- [일상女백]무지의 권력과 성인지 감수성
- [일상女백] 전환의 시대, ‘해녀 유산’의 의미와 과제
- [일상女백] 우리는 서로 돌보는 사람입니까?
- [일상女백] 성평등이 ‘안전평등’이다
- [일상女백] 제주 기초의회 부활하면 여성 정치인 늘어날까?
- 해녀가 도지사가 된다면
- 도시 정책은 누가 만드는가
- 개발과 기후·생태 위기, 그리고 성평등
-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지방’을 강화하는 길이 될까?
-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랑에 관한 이야기, 4·3과 작별하지 않는다
- “평등하고 안전한 민주주의 세상에서 함께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