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딸 상콤이(태명)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던 필자는 오랜 고민과 계획 끝에 본가가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로 이사를 갔습니다. 보다 쾌적하고 좋은 환경은 삶의 질을 올려주었지만, 그에 따라 불편한 것들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활동가의 눈에 띈 불편함들을 3회에 걸쳐 녹색발광을 통해 이야기 나눠보려합니다.”

(사진=김정도)
(사진=김정도)

남원리는 연일 꽃으로 물들어 있다. 남원리로 이사 오면서 생태적 감수성이 높아진 느낌이 많이 든다. 사람은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초록으로 물든 귤이 모양을 잡아가는 요즘 상콤이는 더욱 명랑해졌다. 최근에 어린이집에서도 자연 체험 활동이 부쩍 늘었고, 나도 최대한 아이와 자연으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자연과 함께하는 것에 즐겁게 반응하는 아이라서 남원리의 생활은 정말 만족스럽다.

자꾸 이 글의 서두를 대중교통에 두는 것 같아 얘기를 안 하려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최근 오영훈 지사가 버스 노선 축소와 감차 계획을 발표했다. 효율을 앞세우고 있지만, 대중교통의 혁신을 수소트램으로 몰아가는 형국이기에 과연 납득할 만한 내용을 밝히게 될지 걱정이다. 결국 교통오지가 늘어나고 도민의 이동권이 더욱 제약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사진=김정도)
(사진=김정도)

이런 가운데 필자는 국토교통부가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지원을 위해 마련한 K패스를 발급받았다. 워낙 홍보도 안 되어서 있는 줄도 몰랐던 필자는 정말 대중교통 비용의 부담의 걱정으로 끝내 K패스를 찾아내고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할인율이 20%라 정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중교통 비용이 월 10만원을 넘기고 있다. 대중교통 정액권에 대한 고민이 없는 도정에 답답할 따름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읍면지역의 의료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최근 이슈가 의대 정원이기도 하니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제주만 하더라도 읍면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의료접근성이 더더욱 떨어지는 대정읍에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을 만들고 운영을 하려고 하지만 1년 6개월 동안 운영자를 찾지 못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의료문제로 남원리에서 가장 걱정되는 점은 아이가 아플 때다. 남원읍 관내를 비롯해 주변의 표선면, 서귀포시 효돈동 등에는 청소년소아과가 없다. 내과와 기초적인 외과를 봐주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있지만, 어린아이를 전문적으로 봐줄 의료기관이 없다. 특히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이며, 예방접종도 해야 하는데 청소년소아과가 없다는 것은 엄청난 불편이다. 특히 감염병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에 대한 처치와 치료를 전담한 의료기관이 주변에 없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다. 전염병 문제는 내 아이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니 더욱 민감하다. 가뜩이나 청소년소아과가 부족해서 오픈런을 하는 상황에 장거리 이동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사진=서귀포시 제공)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사진=서귀포시 제공)

최근에 상콤이도 감기를 달고 산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충분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청소년소아과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 30분 이상을 운전해서 서귀포 시내로 나가야 한다. 제주시 동지역에 살 때만 해도 멀리 이동해야 한다는 걱정은 딱히 없었다. 기다림이 길긴 했지만, 근처에 청소년소아과가 있었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읍면으로 가게 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기다림은 기본이고 이동 거리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나마 남원리에 사니 30분이지, 서쪽 끝이나 동쪽 끝에 산다고 생각해보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저녁에 응급실을 가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응급의료체계가 갖춰진 서귀포의료원까지 막히지 않고 내달릴 수 있다는 가정하에 자가용으로 25분이 걸린다.

읍면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의료문제에서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읍면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며 크게 공감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소년소아과만 문제겠는가? 임신부를 위한 산부인과도 없고, 기초 의료기관이라고 생각되는 이비인후과도 없다. 특히 저녁 시간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 응급상황에 이를 판단해줄 의료인이 주변에 없다는 점은 얼마나 공포일까?

읍면으로 내려가려는 의사가 없다는 한탄은 무용하다. 그런 문제를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의료계까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다. 결국 읍면의 의료공백을 현재 상황에서 메울 방법은 공공의료정책을 강화하는 방법뿐이다. 남원리에는 동부지역의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동부보건소가 있다. 그런데 동부보건소가 읍면의 의료공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공중보건의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린다는 기사는 매해 반복되는 내용이다. 그만큼 읍면으로 내려오려는 의사가 없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사의 수를 늘려봐야 의미가 없다.

2010년 대비 2020년 인구가 4.6% 증가하는 동안 전문의는 40%가 늘어났다. 15세 미만 인구수가 지난 10년간 21% 감소하는 동안 청소년소아과 전문의는 32.7%나 증가했다. 그런데 이들 전문의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물론 절대적인 숫자로서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전문의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돈이 되는 진료과목으로 개원하면서 정작 배출된 필수의료 전문의들은 읍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 문재인 정부 시설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국가가 비용을 대고 양성해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복무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했던 적이 있다. 의료공백이 큰 읍면지역(기초자치단체로 보면 작은 시와 군)에서는 정말 반길 수밖에 없는 대책이었다고 본다. 의료라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필수인프라라고 생각한다면 국가에서 이 정도의 투자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이를 전담한 교육기관을 지정하는 것이 과연 나쁜 일일까?

그리고 제주도가 야심 차게 준비한 민관협력의원도 운영모델을 재정립해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공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 서귀포의료원, 제주의료원, 제주권역 재활병원이 협력해서 여러 의료진을 파견 근무하게 하는 방식이다. 물론 일부 과목은 공공병원이 아닌 협력 가능한 병원을 통해 의사를 파견받아 1주일에 몇 일 정도를 운영하는 것도 얘기된다. 이런 방식은 이미 단양군의 단양보건의료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행정이 시설을 대고 민간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운영의 주체가 제주도가 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존의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기능을 강화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민간협력의원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기존 보건소의 기능을 강화하면 새로운 시설을 짓는 비용이나 새로운 인력을 선발 해야 하는 노력이 경감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보건소야말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첨병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에 대한 통합돌봄의 요구 등을 고려하고, 일차적으로 질병에 대응하는 공중보건의 기능까지 생각해본다면 현재 보건소의 기능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사실 의료공백이 크고 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이런 보건소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지만 정작 제주도가 이런 부분을 제대로 체감하고 대책이나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읍면에 살다 보니 항상 느끼는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점이다. 편리한 도심 내 도청이나 도의회에서 일하면서 먼발치에서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현장을 찾고 문제를 진심으로 체감하는 도정과 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사 후 3개월 동안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읍면의 소멸이 진지한 걱정이라면 읍면의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진단하는 도정과 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부디 도정이 의정이 현장을 향하고 현장에서 답을 구하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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