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민들이 트랙터와 트럭 등을 몰고 밭 대신 도로로 나섰다. 80여대의 차량에는 농작물이 실리는 대신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할 전망인 가운데, 농민들은 "사업 부지 3분의 1은 우리의 삶터"라며 차량시위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24일 오후 5시 30분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부터 온평·고성·시흥·수산리 등 일대를 차량으로 행진하는 '제주 제2공항 저지 농민전진대회'를 진행했다. 이에 트랙터 5대, 트럭 50대, 승용차 30대 등이 동원됐다.
농민들은 사업 계획 초기부터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사업 부지 3분의 1에 달하는 면적은 농지이며,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는 의견이다.
이날 출발지인 성산일출봉농협 신산지점 영농지원센터에서 대표로 발언한 김만호 의장은 "제2공항 건설은 농민들에게 폭력적인 국책사업"이라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제주의 농지는 별도의 시설 없이도 월동채소 재배가 가능해 그 가치가 더욱 특별하다. 특히 이곳은 성산지역 농민들이 피와 땀으로, 거센 노동으로, 삶의 애환으로 일궈낸 곳"이라며 "제2공항 사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도내 시민단체 및 정당 등은 최근 줄줄이 성명을 내고 "제2공항 고시를 중단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0일 뭍지방으로 상경, 국토교통부 앞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중단 및 도민결정권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인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앞장서서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조만간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제주 제2공항 총사업비 협의를 마무리했고, 항공정책위원회 심의까지 이뤄졌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법적 근거에 따라 공사 착수가 가능하게 된다.
다만 실제 착공은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개발 인허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특히 실시설계에서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가 주목된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환경부가 아닌 제주도가 협의기관이기 때문. 도는 이 과정에서 그간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지적해 온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 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 보전 등을 검증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