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다른 볍씨학교 학생들,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전태일 연극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극 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에 대해서 설명해드리자면 200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30년이 되었을 때 처음 제작됐습니다. 2020년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년을 기억하며 다시 리메이크 되어 올해까지 매년 공연하고 있습니다. 연극 전태일은 10명의 전태일열사가 각 장별로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악서사극입니다. 여기서 왜 전태일 열사가 왜 10명이지? 라는 의문이 들지 모릅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는 전태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9월 2일 합숙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두차례의 워크숍과 한차례의 넘버(뮤지컬 노래) 연습이 있었습니다. 저는 워크숍을 하며 전태일 열사를 단편적으로나마 만나게 되었고, 극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만난 전태일 열사는 여공들을 위해 근로조건개선을 외치며 분신하신 가슴 뜨겁고, 이타적인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워크숍을 거치고, 합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합숙연습은 크게 두가지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바로 동작과 감정 이렇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처음으로 나가는 과정은 동작과정입니다. 진행 방법은 우선 각 장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부분을 찾고, 그 부분마다 어떤 동작을 취할 것인지 정하여 그 동작을 취하며 인물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전태일 열사를 다시 만나뵙게 되었는데요. 단지 근로조건개선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분신을 하시기까지의 과정을 보며 전태일열사의 결단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나를 죽이고 간다”는 말씀이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작과정을 밟으며 저는 당당히 저의 몸짓을 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이 동작과정을 밟기 전까지는 저의 행동에 대하여 확신도 없었고, 믿음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움직임이 소극적이었던 때가 많았죠. 하지만 극장이라는 넓은 공간에 저라는 인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확신에 찬 움직임이 가장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연습이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대본만 주구장창 안고 있을 때도 있었죠. 전태일 열사를 이렇게 몸으로 만나게 되니 더욱더 깊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과정인 감정 작업은 그간 배웠던 동작에 감정을 입혀 동작의 느낌을 증폭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감정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관객들에게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인데요. 저에겐 제일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감정을 전달하려면 그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데, 저는 그걸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저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왜그런지도 몰랐고, 그저 제가 부족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제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데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은 이 사회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회를 살아갈 때는 나 자신을 숨기게 됩니다. 드러나지 않은 감정은 내 안에 쌓아가며 살아가고, 그런 자신을 숨기는 문화가 무대에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대는 나 자신을 숨기는 공간이 아니라 되려 자신을 한 인물로서 드러내고, 또 배우로서 그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깨닫자 제 감정을 그 인물로서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부담감을 덜고 나니 새로운 새상이 보였습니다. 제가 한명의 인물로써 무대에 등장하여 그 인물에 저의 감정을 담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연기하는 것이 아닌 무대에서 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하는 배역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전태일 열사에 대하여 다시 한번 정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감정을 넣어 전태일 열사를 표현하다 보니 전태일 열사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전태일 열사를 표현하며 느낀 그 뜨거운 사랑은 극에서 지은 웃음과 눈물로써 드러났습니다. 그때 흘린 눈물은 아직까지 잊어지지 않는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한달간 전태일 열사를 연극으로 만나뵙게 되었는데요. 어서 극장에가서 제가 만난 전태일 열사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10월 16일 제주 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첫번째 공연(공연 예매 link)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이 보러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배우이자 학생인 박성우 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 1년차로 재학중인 17살 박성우입니다. 저는 건축에 관심이 많습니다. 볍씨학교에서 저는 중심 자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