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하는 사람들. (사진=픽사베이)
스마트폰하는 사람들. (사진=픽사베이)

여러분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시나요? 당장 저번 주만을 놓고 생각해 봅시다.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한 주를 보내셨나요? 어쩌면 지지난 주, 지난달과도 다를 바 없는 늘 한결같은 일상에 지쳐있을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거리의 모습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버스나 지하철만 타도 알 수 있죠. 사람들은 모두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 뒤 창밖의 풍경을 보기보다는 좁은 화면 속 두 눈을 고정하는 것이 일상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16살 중학교 3학년, 이제 막 고등학생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청소년이 말하기엔 아직 이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바쁜 일상 속 미디어 대신 가져보는 취미생활이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제가 올해를 살아가며 깨달은 사실이자 이 순간 펜을 잡게 된 이유입니다.

2024년 3월2일, 저는 선흘에 위치한 제주 학사에 내려왔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지난 과거는 떨쳐낸 채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이전의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나 생각해 보면 이 글에 담기 조금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육지에서 저는 매우 불건강한 생활을 보냈습니다.

제 할 일을 모르고 그저 게임에만 빠진 채 시간만 허비하던 나날의 연속, 정작 자신을 돌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사춘기가 오면서 일상에서의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은 커져만 갔습니다. 무엇에도 의욕이 전혀 안 서고 길을 걷다가도 툭 하면 우울함에 빠지는 데다, 정적만이 도는 집이 싫어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 날도 많았습니다. 

작년의 저는 감당하기 힘든 이 우울함을 게임으로 해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그저 사소했습니다. 어쩌다 처음 접해본 온라인 게임은 제게 여러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평소 친하지 않던 친구들과도 게임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함께 어울리며 피시방을 다녔고, 게임에서의 등급을 높이고자 노력해 나날이 실력을 키워가는 저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때의 저는 일상에서의 아무런 목적도, 목표도 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게임 등급 향상이라는 고지가 생기면서 나름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자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할 때만큼은 하루하루 저 자신을 갉아먹는 듯했던 그 이상한 감정들로부터 해방감을 느껴 좋았습니다. 그 순간 오는 쾌락이 현실의 저와 분리 시키며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상에서 게임을 찾는 빈도는 점점 높아졌고 저는 중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게임으로 인한 일상에서의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정신없이 게임을 즐기다 보면 밤늦게까지 하기가 일쑤였고 밤낮의 생활패턴이 바뀌어 등교 시간을 지키지 않아 선생님과의 갈등이 생겨났습니다. 

이때부터 제 인생의 낙이란 게임이 전부였습니다. 사람 간의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대화,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는 사소한 질문에도 게임밖에 떠오르지 않아 말문이 막혔지요. 사실 게임을 접하기 전 제겐 취미가 많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무언가 배워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여가시간 대부분을 학원 다니는 데 투자했고 드럼, 십자수, 뜨개질이라는 소소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게임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전부 손을 놓았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그렇게 버렸던 것 같습니다. 

제주에 내려오게 된 이유도 이 같은 생활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아서, 정확히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제주에서의 생활은 처음엔 무척 힘들었습니다, 육지에서 몸을 쓸 일이 전혀 없던 제겐 이곳의 일과가 하루하루 도전이었고 그것이 삶이 되더니 그 속에서 조금씩 의미를 찾게 됩니다. 

풍물놀이하는 이중혁 학생. (사진=볍씨학교 제공)
풍물놀이하는 이중혁 학생. (사진=볍씨학교 제공)
연극 '전태일'에서 연기하는 이중혁(가운데) 학생. (사진=박정근)
연극 '전태일'에서 연기하는 이중혁(가운데) 학생. (사진=박정근)

저희 학교에서는 노동 말고도 여러 수업을 듣습니다. 1년간 참 많은 수업을 들었지만, 그 중 풍물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육지에서 풍물이란 그저 귀찮고 힘들고 시끄러운 것일 뿐이었습니다. 제주에 와 북을 잡게 되었고 친구들과 가락에 맞춰 몸을 흔들고 신나게 추임새를 넣다 보니 점점 풍물의 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행사에서 공연도 다니며 풍물을 통해 모두 하나되는 느낌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매주 월요일엔 마임 수업을 하며 단순 마임 동작을 배우기보단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끊임없이 상상하며 장면을 만들어 갔습니다. 제가 그 사람이 되어가며 표현하는 과정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학기가 되어서는 지난 10월 ‘2024 함께하는 연극 전태일’에 참여하게 되어 전국을 순회하면서 여러 큰 무대에 올랐습니다. 누군가의 앞에서 악기를 친다는 것, 어설픈 실력으로 춤과 노래를 부른다는 것, 배에서부터 끌어오려 있는 힘껏 큰 소리로 나의 말을 전달한다는 것. 모두 지난날, 방에만 틀어박힌 채 게임만 하며 시간을 허비하던 저였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일들을 이곳에서 하나, 둘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요즘 여러 가정의 모습을 보면 게임에 빠져 할 일을 미루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게임의 제지하기 바쁜 부모의 모습을 자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희집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올 한 해 동안 학사를 살아본 입장에서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보자면 환경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단 게임으로부터 단절하고 평소엔 안 하던 일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렇게 게임과 단절되지 않았더라면 풍물의 흥을 알지 못했을 거고 끝까지 좋지 않은 경험으로 자리 잡았을 것 같습니다. 

저를 비롯한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현재 겪고 있는 우울감, 게임 중독 현상은 마치 마음의 감기 같습니다. 영원히 고쳐지지 않은 병이 아닌 감기처럼 한 번 앓고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게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 모두 어쩌면 차가운 시선과 말들보다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부모님의 따뜻한 관심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니 노래 하나가 문득 떠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입니다. 이 노래 가사 말마따나 그간 제가 남다른 사랑이라 칭해오며 제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달고 살았던 게임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안의 강인함은 감추고 약점들만 들어내 스스로를 약한 사람으로 만들던 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저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저는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더이상 방 안에서만 틀어박혀 시간을 허비하던 제가 아닌 오늘보다 더 나을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 걸어가고 있습니다. 또 학사에서 많은 수업과 경험을 하며 저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향해 탐색 중인 단계에 있습니다. 지난날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보려 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빡빡한 일상 속 하고 싶은 일들은 하고 계신가요? 많은 이들이 입시경쟁, 노동 현장에 이리저리 치이며 힘든 일상을 보내고 계시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바쁜 일상에서도, 조금이라도 여유가 없는 것만 같았던 일과에 틈을 내어 미디어 대신 취미생활을 즐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반복되는 일상 속 새로움, 특별함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아요. 당장 겉옷을 입고 집 앞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한 달의 책 한 권씩 골라 꾸준히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미래의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만큼은 하고 싶은 일들을 즐기며 매일매일을 즐거움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돈 걱정, 시간 걱정 필요 없이 뭐가 됐든 행복하면, 또 사랑하면 그것만큼 완벽한 삶이 또 있을까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극 '전태일'에서 연기하는 이중혁 학생. (사진=박정근)
연극 '전태일'에서 연기하는 이중혁 학생. (사진=박정근)

이중혁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볍씨학교에 재학중인 16살 이중혁입니다. 이번 제주투데이 ‘볍씨 살이 들어봅서’ 12월호를 맡아 이렇게 펜을 잡게 되었습니다. 아직 꿈은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제가 바라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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