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교 3학년 박찬율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스무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이번 4월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제주부터 안산까지 자전거 국토순례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직접 준비해서 행진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목이 타들어 갔고, 또 어떤 날에는 비바람이 몰아쳐 앞이 잘보이지 않고 체온이 떨어져 춥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졸음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7박 8일 동안 쉴틈 없이 자전거를 타며 힘들게 지내다 보니 자도 자도 졸음이 찾아오더라고요. 덥거나 추운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졸음은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졸음운전을 하다 옆 친구와 부딪칠 뻔하기도 하고 교통사고가 일어날 뻔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목적을 생각하니 페달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의 힘듦과 아픔에 비하면 이 정도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도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물론 그렇게 대해주시지 않은 분도 계셨습니다. 세월호 리본을 나눠드릴 때 무시하고 지나가시는 분도 계셨고 저희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없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따뜻한 분들은 많았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화이팅”을 외쳐주시며 응원해주시는 분도, 무더운 날 시위를 할 때는 힘내라며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또 전주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알리는 캠페인을 할 때 발언을 하시며 이렇게 행동하는 저희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큰 힘이 되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이번에 10주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세월호 참사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자전거를 탄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관심하시던 분이 단 한번이라도 관심을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전 세월호 활동, 10년의 기록을 담은 영화 <바람의 세월>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어느정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였습니다. 영화를 보며 제가 모르는 부분도 많았고 봐도 이해가 잘되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세월호 활동의 10년이 다들어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가슴 아팠던 장면이 있습니다. 희생자의 아버지께서 진상규명 때문에 국회의원에게 울며 부탁하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진상규명이 되어야 하는데 왜 희생자의 아버지께서는 당연한 것을 부탁하고 계셔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다짐한 게 있습니다. '내가 먼저 바뀌자'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또 이루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보고 느끼고 배우며 깨달은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를 기억하며 추모해야 됩니다. 이것이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 살아갈 저희를 위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기억하고 추모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박찬율
대안학교인 광명볍씨학교를 다니다 졸업과정으로 제주볍씨학교에 왔습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친구들과 선배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며 제 생활패턴을 많이 고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