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돌챙이와 볍씨학교 학생들이 돌담을 쌓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천유섭 제공)
전문 돌챙이와 볍씨학교 학생들이 돌담을 쌓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천유섭 제공)

안녕하세요. 올해도 2025년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모두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셨을 텐데요. 제주 볍씨학교 친구들도 거문오름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더 큰 성장을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새해를 시작하며 방학을 앞두고 볍씨 공동체 마을 주차장 돌담을 쌓았습니다. 이 작업은 최대 8명의 전문 돌챙이(제주에서는 돌을 쌓는 사람을 돌챙이라고 한다.) 분들과 함께했습니다. 전문 돌챙이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돌 쌓는 기술을 상세히 배울 기회였지요.

저는 작년에 돌집을 짓는 등 돌 작업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기계나 인공적인 공정 없이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멋있어 보였고 돌과 돌이 맞아떨어질 때의 희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도 대단히 기대하며 참여했습니다.

작업 첫날, 현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돌챙이 분들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워낙에 쌓을 돌담이 길다 보니 열댓 명의 인원이 조금 흩어져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돌담이 쌓여갈 자리에 흙을 퍼낸 후 돌을 쌓아 나가는데 주변에 계시던 돌챙이 분들께서 다가와 여러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돌챙이 분들의 말씀 하나하나는 돌 쌓는 과정에 대한 말씀이시지만 단순 작업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돌담의 겉면 안으로 돌들을 채워 넣는 작업인데요. ‘속채움’ 작업이라고 합니다. 돌챙이님께선 겉으로 드러나는 돌들보다 그 속을 ‘얼마나 단단하고 다부지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마치 외면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을 중심 잡히게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또 자신이 쌓은 돌에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신이 쌓은 돌에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고 건성을 쌓는다면 그 위에 돌을 쌓게 될 사람은 난감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 역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문 돌챙이와 볍씨학교 학생들이 돌담을 쌓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천유섭 제공)
전문 돌챙이와 볍씨학교 학생들이 돌담을 쌓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천유섭 제공)

이렇듯 돌을 쌓는 작업은 마치 인생의 진리를 작은 범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연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분명 일을 하는 건데 인생 수업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돌을 쌓다 보면 마치 명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령이 생기면 반복 노동임에도 단순 노가다(막일)가 아닌 머리를 비우고 돌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몰입하여 일하게 됩니다. ‘돌의 8모를 보라’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 정도로 돌 하나 쌓는데도 온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집중하여 일하다가 돌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의 쾌감, 그리고 그 돌들이 서로 의지하고 지탱하여 웅장한 돌담이 만들어질 때의 뿌듯함은 엄청납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지요.

저도 이렇게 즐겁게 일하다 보니 속도가 확 붙었습니다. 저도 실력이 늘었고 돌챙이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힘이 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매우 많은 돌담을 쌓았습니다. 저도 이런 경이로운 모습에 놀랐는데요. 제주에서 이런 돌담 작업은 품앗이 문화로 여럿이 달라붙어서 다 함께 기운을 모아 한다고 합니다. 일도 재밌고 호흡도 잘 맞고 진도도 팍팍 나가니 정말 일할 맛이 났습니다. 비록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확 떨어져 눈에 흙도 많이 들어가고 몹시 추웠지만 ‘조금이라고 더 배우고 싶다’, ‘돌 하나라도 더 쌓고 싶다’라는 초심의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임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4일을 작업했습니다. 적응하고 기본기를 다지는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부터는 돌챙이 분들이 네 분만 오셔서 볍씨 친구들이 더 적극적으로 돌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돌을 쌓았지요. 돌을 단단히 쌓지 않으면 처음에 겉에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위에 돌이 더 쌓이고 무게를 받으면 쉽게 무너지기에 기초부터 흔들림 없이 쌓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앞쪽으로 기울어졌거나 잘 지탱되지 못한 돌들은 내리고 다시 쌓아야 했지요. 다시 쌓을 때면 아쉬움도 들고 시간을 잡아먹었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전문 돌챙이와 볍씨학교 학생들이 돌담을 쌓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천유섭 제공)
전문 돌챙이와 볍씨학교 학생들이 돌담을 쌓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천유섭 제공)

그리고 길고 긴 주차장을 지나 코너를 돌고 나서 남은 부분은 바닥에 깔리는 돌들을 제외하면 전부 볍씨끼리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쌓은 담 위에 있는 건물 앞쪽에 작은 돌담 또한 볍씨끼리 쌓아 나갔습니다. 돌챙이 분들 없이 초보자인 볍씨끼리 하는 것이 많이 걱정되었지만 돌챙이 분들께 배운 것이 어느 정도 몸에 익어서 잘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비도 많이 오고 눈도 쏟아졌지만 모두가 집중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4일째가 되어 주변 정리하고 정말 깨끗해진 주차장과 건물 주변을 보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단순히 일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어 갔기 때문일 겁니다. 4일 동안 돌챙이 분들이 전해주신 지혜와 볍씨의 열정이 만나 빛났던 시간이었습니다. 새해 시작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제주 돌챙이들은 ‘돌을 쌓는다’라고 하지 않고 ‘돌을 담는다’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냥 형식적으로 형태에 따라 돌을 쌓는 것이 아니라 돌 하나에도 온 마음, 온 정성을 담아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여러분도 2025년에는 많은 추억을 담아 가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올해도 멋있게 새로운 집을 지어갈 제주 볍씨학교 학생들에게도 많은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천유섭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볍씨학교에서 2년째 재학 중인 천유섭입니다. 저는 광명 본교 유아과정부터 지금까지 주욱 볍씨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2025년에도 제주학사에서 생활하며 주체적인 생활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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