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축제'라는 공감대 아래, 도민과 행정이 손잡고 제주들불축제에서 '오름 불 놓기'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나 해당 프로그램이 되살아날 가능성에 놓였다.
제주도의회(의장 이상봉)는 24일 제43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3명, 반대 1명, 기권 3명이다.
해당 조례는 지난 5월 김성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장 등을 포함해 주민 1283명의 청구를 시작으로 도의회에 상정됐다.
조례안에는 들불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이었던 '오름 불놓기(목초지 불 놓기)'를 다시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 고유의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점을 고려, 전통성과 지속성 등을 담은 국내외 관광상품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고태민)는 지난 22일 임시회 2차 회의에서 목초지 불 놓기, 달집 태우기 등을 '개최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을 '개최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으로 바꾸는 등 수정, 가결했다. 또 행사 진행 여부를 지자체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상임위에 이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서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하지 않고 조례안을 공포하면 다음해 '불 있는' 들불축제가 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생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에서 가결된 조례를 이송받으면 20일 이내에 재의요구 또는 공포해야 한다.
한편,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목축업을 생업으로 삼아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기 위해 겨울에 마을별로 불을 놓던 전통풍습을 재해석해 만든 축제다. 새별오름에 불을 놓기 시작한 것은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을 거쳐 4회째부터다.
매해 정월대보름에 열다 2013년부터는 축제시기를 봄으로 옮겼다. 이후 대한민국축제콘텐츠 축제관광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제주를 대표하는 행사가 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 펜데믹, 2022년과 지난해 전국적인 산불주의보로 취소됐다. 이와 함께 탄소배출, 미세먼지 발생 등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해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구인 749명이 지난해 제주시에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했고, 제주시는 이를 받아들여 숙의형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운영위원회는 지역 문화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
제주시도 지난 6월 원탁회의 결과를 반영해 '2025 들불축제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오름 불놓기를 대체하는 콘텐츠를 구상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이 도의회를 최종 통과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