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주민들의 반발로 제주들불축제에서 '오름 불 놓기'를 되살리는 내용의 주민청구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다만,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수정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고태민)는 22일 제423회 임시회 2차 회의에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 수정 가결했다.

지난 5월 28일 도의회에 청구된 이 조례안은 들불축제 지역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주민 등을 포함한 도민 1283명의 서명으로 청구됐다. 들불축제에서 주요 프로그램이었던 '오름 불놓기'를 다시 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들불축제를 국내·외 관광상품으로서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을 재현하고 전통 농축문화를 계승하자는 논리다. 이에 개최 시기는 3월에서 매년 정월대보름 시기로 변경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제주시가 숙의형 원탁회의 등을 거쳐 지난 6월 발표한 '2025 제주 들불축제 기본계획'과 배치된다.

문광위는 목초지(오름) 불 놓기 등을 '개최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개최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수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24일 개최 예정인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치게 된다. 

애월읍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고태민 위원장은 들불축제에 오름 불놓기 폐지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이번 주민조례 청구안과 관련해 지난 8월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도 행정이 들불축제 개최에 대한 여론조사 및 숙의형 원탁회의 추진 및 결과 등 일련의 정책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 부족과 불신을 초래한 결과 주민들이 직접 조례 제정을 청구한 것"이라며 지지하고 나섰다.

또 전날인 21일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제주시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주행정시장의 권한남용과 직무상 명령 불복종 등으로 원탁회의 결과를 왜곡시켜 들불축제 주요 콘텐츠가 폐지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행정과 시민이 손을 맞잡고 생태적인 축제를 만들어가는 선례를 남기는 중이었다. 제주시는 지난해 6월 기본계획을 통해 '오름 불놓기'를 빼고 빛과 조명을 활용, 미디어월 형태로 내놓는 축제를 구상했다. 달집태우기를 소규모로 열어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다.

앞서 제주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제주들불축제가 제주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 기후위기 시대,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지난해 도정 현안 공유 간담회에서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나 아시아, 세계적인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제주들불축제의 발전 방향을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할 때”라고 '불 놓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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