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에 ‘오름 불놓기’ 행사가 다시 추진될 상황에 놓인 가운데,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탈핵·기후위기행동제주행동(이하 제주행동)은 25일 성명을 내고 “산불위기 시대에 오름에 불을 놓는 만행을 통과시킨 제주도의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제주행동은 “기후위기로 건조해진 땅은 수분을 증발시켜 숲과 초지를 건조하게 만들고 있다. 매년 산불 소식에 전국이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실제 우리나라 산불 발생 빈도는 2000년대 전과 비교해 3배 증가했다. 산불은 기후위기 속 가장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막아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전국이 산불 걱정에 애를 태우는 가장 건조한 3~4월에 제주도에서는 오름에 불을 놓아 인위적으로 불을 내는 행사를 다시금 하겠다고 한다”며 “그 중심에 제주도의회가 있다. 제주도의회는 어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례안에는 불을 놓을 수 있다는 임의 조항도 삽입됐다. 산불이나 들불을 인위적으로 놓을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는 조례는 전국적으로 최초”라며 “기후위기와 산불위기 시대에 인위적으로 자연에 불을 놓겠다는 자치법규가 만들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들불축제는 전통목축문화와 관계없이 오름에 불을 놓아 복을 비는 행사”라며 “산불 걱정과 더불어 생물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오름을 태우고 뭍 생물들의 생명을 빼앗으며 수복강녕을 비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행태인지 제주도의회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했다.
제주행동은 “전국의 산불로 들불축제의 새별오름 불놓기를 막은 것은 피해를 당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산불을 막기 위한 국가적 노력에 동참하려는 의지였다”며 “관광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위해 산불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를 모른 척하겠다는 것이 국가공동체 일원인 제주도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문제제기했다.
이어 “올해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고수온경보 발령일수 등 각종 기후위기 지표가 모두 경신됐다. 기후재난 상황에 모든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목숨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제주도의회는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의 책무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고민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조례 통과에 대해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제 공은 제주도로 넘어갔다. 상식에 어긋나고 윤리에 어긋나며 도민의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막장 조례안에 대해 오영훈 도지사는 반드시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구호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하는 것이란 점을 제주도가 나서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도가 해당 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지 않고 공포하면 다음해 '불 있는' 들불축제가 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생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에서 가결된 조례를 이송받으면 20일 이내에 재의요구 또는 공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