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전시된 그림, 아이돌 응원봉, 붕어빵 나눔 포스터. (사진=김승민 작가 SNS계정, 독자 제공,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편집=조수진 기자)
왼쪽부터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전시된 그림, 아이돌 응원봉, 붕어빵 나눔 포스터. (사진=김승민 작가 SNS계정, 독자 제공,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편집=조수진 기자)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윤석열 탄핵 집회는 지난 7일 국민의힘의 조직적인 불참으로 인한 탄핵 소추안 불성립을 거치며 더욱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16년 겨울 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집회 이후 8년 만에 제주시청 앞을 시민들의 함성이 메우고 있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그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제주시청 버스 정류장에 가면 그림 작품 몇 점이 전시돼 있다. 작품 이름이나 설명을 따로 소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불법 비상계엄과 이를 시도하거나 동조한 정치인을 표현한 작품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그린 이들은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이다. 지난 8일 김승민 작가는 SNS 계정을 통해 ‘작품 연대’를 제안했다. 이 게시물에서 “이번 사태가 거대한 폭력이 내재된 끔찍한 일임을 한국의 근대사는 말해주고 있다”며 “할 줄 아는 건 그림 그리는 거 하나뿐인 시민으로서 이번 시국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그려 제주시청에 게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시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사한 작업물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몹고 목소리를 내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같이 뜻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제주시청 인근 버스정류장에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하거나 이에 동조한 정치인들을 풍자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승민 작가 SNS 계정)
제주시청 인근 버스정류장에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하거나 이에 동조한 정치인들을 풍자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승민 작가 SNS 계정, 편집=조수진 기자)

9일 김승민 작가와의 통화에 따르면 ‘작품 연대’는 집회를 열 때마다 제주시청 버스정류장 인근에 전시하고 있다. 지난 8일까지 참여한 작가는 김 작가를 비롯해, 김강훈 작가, 김정운 작가, 현유정 작가 등 네 명이며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작가가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작품 수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김 작가는 “(탄핵 소추안 표결이) 아예 불성립된 걸 보고 ‘이거 오래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전시를 시작하게 됐다”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에 게릴라성으로 걸고 떼고 하기 때문에 작품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을 그린다는 생각이 아니라 집회에 머리 하나 보탠다 생각하는 마음으로 주변 작가분들께 요청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은 이런 민중미술 분야가 젊은 층에게는 크게 흥미로운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시대의 부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들이 있다고 느꼈다”며 “선배 작가들이 왜 이런 민중미술을 하셨는지 이해하게 됐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제주시청 인근 카페에 커피를 선결제한 뒤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연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편집=조수진 기자)
제주시청 인근 카페에 커피를 선결제한 뒤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연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편집=조수진 기자)

커피와 먹거리 나눔으로 연대하는 시민도 부쩍 늘었다. 시청 인근 카페에 커피 100잔 정도를 선결제한 뒤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해외에 있다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집회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연대하고 있다. 

제주시민 사회에서도 먹거리 나눔에 손을 보태고 있다. 9일 저녁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집회장에서 붕어빵 300개와 가래떡 100개 등 간식을 시민들을 위해 나눌 예정이다. 

 

이밖에 8년 전 박근혜 탄핵 집회장을 채웠던 것이 ‘촛불’이었다면 지금은 ‘응원봉’이 가세하고 있다. 각자가 응원하는 아티스트 콘서트장에서 들었던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제주시청 앞에서 ‘민주주의’를 응원하기 위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다. 

집회장에 등장한 다양한 응원봉. (사진=이길훈 이사, 편집=조수진 기자)
집회장에 등장한 다양한 응원봉. (사진=이길훈 이사, 편집=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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