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기(사진=픽사베이)
풍력 발전기(사진=픽사베이)

제주도의 '공공주도 2.0 풍력 사업 개발' 첫 모델로 추진되는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개발 계획 수립의 핵심 요소인 실측 풍황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은 채 사업자 공모를 추진하려는 방침 때문이다.

실측 풍황 데이터는 해당 지역에서의 전기 생산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사업성이 판단되며, 이에 따라 사업자의 참여 여부와 경쟁의 공정성이 결정된다. 참여 기업이 많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수록, 제주도민과 공유할 수 있는 풍력발전의 편익도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를 추자도 주변해역에서 해상풍력발전 개발을 추진해 온 에퀴노르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제주에너지공사는 애초 1년간 실측 풍황 데이터를 축적한 후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을 평가하고, 공정한 사업자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를 생략하고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과연 기업들이 불완전한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 평가 자료를 신뢰할 수 있을까? 데이터의 질이 수익성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성 데이터는 풍력발전 입지를 선정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실제로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을 활용한 풍황 분석 사례가 존재하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는 실측 자료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풍력터빈의 높이와 크기를 고려한 데이터를 산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위성 데이터만으로 경제성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사업의 경제성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업은 실측 데이터를 보유한 에퀴노르가 유일하다. 이는 곧 공모 과정에서 에퀴노르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공모에서 사업자 선정의 핵심 요소는 사업자의 운영 능력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지에 달려있다. 제주도는 당기순이익의 최소 17.5%를 이익 공유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공모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이에 따라 이익 공유 규모를 제안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위성 데이터만을 활용한 경우, 사업자들은 수익의 변동성이 클 것을 우려해 보수적인 이익 공유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실측 데이터를 보유한 에퀴노르는 보다 정확한 경제성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준에서 기부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 결국, 경쟁 여부와 관계없이 에퀴노르가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만 해상풍력 개발로 인한 편익이 도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사업과 관련해 환경성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공공성이 중요한 풍력발전사업에서 이처럼 불공정한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를 강행할 경우,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다는 논란은 불가피하다.

제주도는 그동안 공정한 경쟁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행보는 지나치게 조급해 보인다.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공공주도 2.0 풍력 사업 개발’의 핵심은 바로 공공성 강화에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공모 준비 과정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충분히 담보하고 있는지 제주도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제주도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도민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정책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보다 신중한 검토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도민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정도 해양연구실장(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김정도 연구실장(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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