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정작 이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이라는 본질적인 논의를 가로막아 왔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고시를 무리하게 변경한다는 의혹이 이러한 본질적 논의를 덮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이 과연 제주도에 필요한 것인지, 환경적·전력계통 측면에서 적절한 입지를 갖춘 것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2.6GW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이처럼 핵심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풍력 발전 이익을 도민에게 제대로 환원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제주에너지공사
제주에너지공사 사옥

질문 3. 제주에너지공사는 들러리인가?

이번 고시 변경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제주에너지공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다. 제주에너지공사는 단순한 감시자가 아니라 이 사업의 주체로서,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에서 민간사업자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할 당사자이다. 공사의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파트너 선정과 사업조건 검토는 공사의 핵심 권한이자 책무다.

그러나 제주도는 고시 변경을 통해 공사가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풍황 실측자료 접근을 제한하려 한다. 이는 곧 공사의 파트너 선정 역량과 사업 검토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핵심자료의 접근을 막는 것은 사업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도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자치단체장은 공기업의 사장을 임면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 권한이 공사의 경영판단을 자의적으로 간섭하거나 왜곡하는 데 쓰인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공기업 자율성에 대한 침해다. 지방공기업은 자치단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자율성과 책임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며, 그 존재 목적은 사업의 효율화와 주민복리 증진에 있다.

이번 고시 개정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공기업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고 사업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제주에너지공사가 실질적인 판단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지, 사업의 정당성과 공공성을 흔들며 공사를 위기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기한 세 가지의 질문으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리하게 사업의 속도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무용하다. 오영훈 도정 약 3년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뚜렷한 정책이 추진된 적도 없을뿐더러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는 보고도 없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무리하게 속도를 내며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만 키우는 것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개발의 지속가능성과 속도만 저해할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정책 방향이다. 기본에서 멀어질수록 정책은 쉽게 흔들리고 표류한다. 공공성·공익성·공정성이라는 기본에 충실할 때 사업은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제주도가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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