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기(사진=픽사베이)
풍력 발전기(사진=픽사베이)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정작 이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이라는 본질적인 논의를 가로막아 왔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고시를 무리하게 변경한다는 의혹이 이러한 본질적 논의를 덮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이 과연 제주도에 필요한 것인지, 환경적·전력계통 측면에서 적절한 입지를 갖춘 것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2.6GW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이처럼 핵심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풍력 발전 이익을 도민에게 제대로 환원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질문 1. 입지에 문제는 없는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현 입지가 입지적으로 적절한가? 풍력자원의 질, 주민 수용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양환경에 대한 적절성 평가다. 추자도 인근 해역은 2022년 10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성명을 통해 해양생태계 피해 가능성을 우려한 지역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두 가지로, 철새 등 조류와 해양포유류에 대한 영향이다.

먼저 조류의 경우, 추자도는 봄과 가을철 이동성 철새의 주요 중간 기착지로 이용되는 공간이다.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도 다수 서식하며, 문헌에 따르면 추자도에는 총 210종의 조류가 기록되어 있고, 그 중 90종에 이르는 철새가 계절에 따라 이동하거나 서식한다. 천연기념물로는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등 7종이,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는 새호리기, 매, 물수리 등 14종이 포함된다. 인근 사수도는 여름철새인 흑비둘기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간기착지는 철새 이동 경로상 매우 제한된 장소로, 수십만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이 공간이 사라질 경우, 철새들의 성공적인 이동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적 기능을 입지 선정에서 충분히 고려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해양포유류, 특히 고래류에 대한 영향도 문제다. 추자도 해역은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진 제주난류가 흐르는 지역으로, 남북을 오가는 다양한 고래류가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남해안과 제주도 사이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평가되는 곳이며, 이로 인해 해양포유류의 먹이활동과 서식 가능성도 높다. 이 해역에서 향고래, 꼬마향고래, 범고래, 긴수염고래, 브라이드고래 등의 좌초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추자도 해역이 주요 고래류의 이동통로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상괭이는 추자도 주변에서 자주 관측되고 있는 종이다.

상괭이(사진=김정도 제공)
상괭이(사진=김정도 제공)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추자도 주변이 과연 해상풍력 발전에 적절한 입지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당 해역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확대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인근 무인도서의 추가 지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기본적인 환경성조차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계획입지 지정을 강행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해당 해역에 대해 정밀 생태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환경적 입지 적정성에 대한 판단 없이 공모가 진행될 경우, 사업리스크는 고스란히 제주에너지공사와 민간사업자가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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