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 모슬리가 2013년에 쓴 책이다. 2022년 한국말로 옮긴 이 책에 딸린 소제목은 ‘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들은 민주주의를 이룬다고 말을 한다. 그 민주주의는 거의 대의민주주의다. 다시 말하면 대리민주주의다. 민중이 스스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이 뽑은 사람들이 대신 정치를 한다.
민중이 스스로 하는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도 있다. 스위스가 그렇다. 그 나라에서는 백성들이 바라면 헌법도 고칠 수 있고, 장관도 대통령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나라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정책을, 민중들이 회의를 해서 직접 만들기도 한다. 2500년 앞선 그리스에서도 그랬다.
2023년을 사는 나라들은 어떤가. 모든 나라 정치인들은 민중을 위한다고 하면서, 자기들 배를 불리는 일에 나선다. 민중들이 못 참을 정도로 통치를 하면 혁명이 일어난다. 그 속에서 민중들은 수없이 죽거나 집을 잃거나 자기 나라를 떠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날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민주주의라는 가짜 탈을 쓰고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섯 가지만 꼽아보겠다. 첫째는 가난한 사람들과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정치에 끼어들기 힘들다. 둘째는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마구 빌려주고 이자놀이를 해서 그렇다. 셋째는 국가는 대기업이 시키는 일을 따라 한다. 넷째는 회사는 오로지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 다섯째는 돈이 없는 나라들은 국제시장에서 돈을 빌리면서 국제기구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일들이 민중들을 못살게 한다.
민중들은 개인이 진 빚으로도 살 수가 없고, 나라가 진 빛도 세금을 내서 갚아야 한다. 그럼 누가 이득을 보는가. 그런 나라를 지킨다는 재벌, 언론인, 대학교수, 정치인, 군부권력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사회주의 국가는 살기 좋을까 하지만. 민중들 모두가 평등하지만 가난하게 살고, 통치하는 사람들만이 배를 불린다면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나라를 만들까. 글쓴이는 말한다. 첫 째는 은행이 하는 일을 바꿔야 한다. 은행이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돈놀이를 하지 않아야 한다. 나라에서는 민중들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아무런 조건 없이 달마다 돈을 주어야 한다.
둘 째는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몇 년 마다 선거를 해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 스스로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과 나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정책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셋 째는 기업이 잘못되면 노동자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에 돈을 댄 투자자와 주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넷 째는 가난한 나라들이 돈을 빌려서 망해간다면 국제기구에서 압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빚을 탕감해 주어야 한다.
다섯 째는 나라는 기업의 부속물이 돼서는 안 된다. 이렇게 다섯 가지만으로 올곧은 민주주의가 세워지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기업을 꾸린다가 세상은 지옥불이 되었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자연은 더럽혀져서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이 책 이름이 ‘민중의 이름으로’이다. 민중의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이 책이 모든 것에 답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민주주의 이름으로 탈을 쓰고 돈 벌이를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기업을 하는 사람들 말에 속지는 않는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