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옹호》 김종철 씀, 녹색평론사 펴냄
《땅의 옹호》 김종철 씀, 녹색평론사 펴냄

2008년에 나온 책이다. 15년 전이다. 김종철 선생이 2020년이 돌아가셨으니, 선생이 돌아가시기 12년 전에 나왔다. 선생이 1947년에 태어났으니 당신 나이 61살 때 나왔다. 선생은 녹색평론사 대표였다.

《땅의 옹호》는 책은 2009년에 2쇄까지 찍었다. 그것으로 끝이다. 책이 팔리지 않아서다. 슬픈 일이다. 15년이 지난 책이지만 지금도 빛이 나는 책이다. 이런 책은 100쇄 넘게 찍고 10만 부 넘게 팔려야 한다. 김종철 선생은 이 책에서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경제성장주의를 멈춰라.

경제가 성장한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경제성장만을 외치다가 농촌공동체가 깨지고 자연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져서 숨을 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먼저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어, 국제적인 위상이나 발언권을 높여가야 한다는 논리는, 그 애국주의적 열정은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결국 자기보다 경제적인 발전이 늦은 집단, 사회, 지역을 착취하자는 것밖에 안 되는 극히 비윤리적인 사고의 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96~97쪽)

둘째, 근대화와 산업기계문명이 오히려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일찍이 간디는 인도 사람들이 서양의학에 의존하면 할수록 노예상태를 면하지 못한다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간디의 관점에서 볼 때, 서양의학은 근본적으로 그것이 인간영혼과 자연을 어지럽히는 근대 서구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토대를 둔 것인 한, 자연과의 근원적인 조화를 토대로 사람이 사람과 살아가면서 쌓아온 전통적인 삶의 기술 -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보살핌의 지혜와 기술 -을 조롱하고 억압하는 폭력이 기술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풀뿌리 민중의 삶과 공동체를 뿌리로부터 훼손하는 데 막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64쪽)

셋째, 도시를 살리려고 농촌을 죽이는 일을 멈춰라.

땅을 죽이는 농사를 짓지 말고, 농사 지을 땅을 없애는 개발도 멈춰야 한다. “오늘날 제3세계의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의한 식량원조, 그리고 나아가 ‘현대적’ 농업기술과 그에 결부된 기계와 화학물질의 남용으로 인한 농경지의 훼손과 농촌공동체의 와해, 소농의 몰락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118쪽)

이 책의 제목은 ‘땅의 옹호’다. 사람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계를 먹고 살 수는 없다.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먹어야 한다. 세계에 있는 많은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외치면서 산업기계를 좋아하고 농촌을 죽이더라도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알 때가 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기후위기로 인해 점점 사람 뿐만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것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것이 1750년대 산업화 이후로 생긴 일이라는 것은 모든 과학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과학 힘으로 이런 기후위기를 벗어날 것이라 꿈을 꾼다. 헛된 꿈이다.

경제성장을 멈추고, 산업기계에서 벗어나고, 농촌을 살리려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다시 태어나는 꿈을 꿔야 한다. 김종철 선생은 그런 꿈을 꾸었다.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정치꾼들이 아무리 바뀌어도 언제나 경제성장만을 외친다. 그럴수록 자연은 더럽혀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답은 ‘고르게 가난하게’ 사는 길이다. 농사짓는 사람을 늘리고, 땅을 더럽히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농촌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 지구에 많은 나라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인류가 없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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