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이 세대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기금 고갈 우려 등 숱한 과제를 안고 있는 국민연금 제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그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첨예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청년 세대는 불안과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이 14.2%인 것에 비해 40%를 웃도는 한국의 현실은 현재 노인 세대 역시 국민연금이 충분한 노후 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묵직한 갈등의 실타래를 풀고, 지속 가능한 연금 시스템을 구축할 지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청년 세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현재 노인 세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에서 함께 시작하는 것이 바로 그 해법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척박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저성장의 늪은 깊고, 고용의 문은 좁기만 하다. 치솟는 집값과 생활 물가는 청년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통계청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 원에 달하며, 개인 평균 부채는 1,637만 원으로 나타났다. 과거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미해졌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굳게 잠겨버린 듯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짐을 얹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당장의 소득 감소를 불러올 보험료 인상,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의 수급 연령 조정 등은 불안한 청년들의 삶을 더욱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년 세대가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깊은 불신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설계된 낡은 시스템이 저성장·고령화 시대에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직감한다. 자신들이 오랜 기간 동안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하더라도, 정작 노년이 되었을 때 연금 기금이 바닥나거나 수령액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지금 낸 돈이 과연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청년 세대에게 떨칠 수 없는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내가 낸 돈으로 지금의 노년 세대만 부양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냉소적인 시각은 세대 간의 골을 더욱 깊게 파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현실은 현재 노인 세대 역시 국민연금이 충분한 노후 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의 급여 지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 지급액은 약 59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경제 발전에 헌신했던 그들이지만, 불안정한 고용 환경, 짧은 가입 기간, 낮은 소득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이며, 많은 노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힘겨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현재의 노인 세대에게도 만족스러운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갈망이 크다. 국민연금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특정 세대에게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거나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현재의 연금 제도가 미래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되었다고 인식하며, 이는 명백한 세대 간 불평등이라고 외친다.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담보로 현재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모든 세대가 공정하게 부담하고, 미래에도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연금 시스템이다. 동시에, 현재의 노인 세대가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연금 수급액이 25만 원 미만인 노인 인구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장에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는 좀처럼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주로 현재의 이해관계자 중심의 논의가 주를 이루면서, 정작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청년 세대는 변방으로 밀려나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인식은 청년들의 분노와 무력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어떤 해법을 제시한들, 그것이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현재 노인 세대의 어려움을 간과한 채 미래 세대의 부담만 논하는 것은 또 다른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 세대가 진정으로 바라는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 그들은 단순히 눈앞의 부담을 줄이는 피상적인 해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 역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 특정 세대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공정하게 책임을 분담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을 열망한다. 또한, 연금 운영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에 받게 될 연금액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한 요구 사항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라며, 현재 노인 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층적인 사회 안전망 강화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 갈등의 해법은 결코 단순한 재정 조정이나 수치 놀음에 있지 않다. 핵심은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년 세대의 불안과 고뇌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현재 노인 세대가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깊이 헤아리는 데 있다. 그들의 경험과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을 바탕으로, 현재 세대의 어려움까지 포괄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과 투명한 논의 과정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연금 개혁 논의의 장에 청년 세대의 참여를 보장하고, 현재 노인 세대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노력을 병행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제주도의 바람처럼, 청년 세대의 목소리는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간절하다. 그들의 외침을 단순한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미래 사회의 위태로운 균형을 경고하는 절박한 신호이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다. 동시에, 현재 노인 세대의 굽어진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낡은 틀에 갇힌 해법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동시에, 현재 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청년 세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현재 세대에 대한 공감만이 국민연금 갈등의 해법을 찾고, 모든 세대가 함께 공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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