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주살이’라는 로망으로 수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던 '환상의 섬' 제주. 푸른 바다와 한라산의 비경 속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뜨거웠던 ‘제주살이’ 열풍은 식고, 그 뒤를 이어 제주 청년 인구의 급격한 유출이라는 심각한 위기가 제주를 덮치고 있다.
제주 청년 인구의 이동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과 2021년에는 미미하나마 순유입을 유지하고 있었다. 2020년에는 19세부터 39세 청년 인구가 총 373명 순유입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로 30대 초반(30~34세)에서 소폭의 유입이 있었고, 20대 후반(25~29세)은 이미 정체되거나 미미한 유출 경향을 보였다.
2021년에는 총 순유입 폭이 51명으로 급격히 줄어들며 순유출 전환에 대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때도 여전히 30대 중반 이후 연령대에서는 소폭의 순유입이 관찰되기도 했으나, 젊은 20대 초중반의 유출 흐름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이는 제주가 한때 '살고 싶은 곳'으로 각광받으며 외부 인구 유입이 활발했던 시기를 마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징후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제주는 청년 인구 순유출이라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했다. 19세부터 39세 청년 인구가 총 142명 순유출된 것이다. 이 시기 통계청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면, 특히 19~24세 연령대에서 1,333명이라는 대규모 순유출이 발생하며 전체 청년 순유출을 주도했다. 또한 25~29세 연령대에서도 301명이 순유출되는 등, 대학 진학 및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의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이와 대조적으로 30대 연령대에서는 일부 순유입이 지속되기도 했으나, 20대 초중반의 이탈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제주가 장기간 유지해온 인구 유입의 추세가 꺾이고, 특히 가장 젊은 청년층이 섬을 떠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2022년의 순유출 전환 이후, 제주 청년 인구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2023년에는 제주 청년 인구 순유출 규모가 1,68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22년 대비 약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제주 청년 인구 유출 문제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심화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 시기에도 20대 초중반(19~24세)의 순유출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20대 후반(25~29세)의 유출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는 제주 전체 인구에서도 순유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순유출 규모가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기록되었다. 19세부터 39세 청년 인구가 무려 3,361명 순유출된 것이다. 이 수치는 2023년 대비 약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며, 198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제주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4년 전체 순유출 인구 중 20대(20~29세)가 2,166명(약 64.4%)을 차지하며 '탈제주' 현상의 핵심 연령층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 중 20~24세에서 1,500명, 25~29세에서 666명이 순유출되어, 제주의 가장 젊고 활력 있는 연령대가 대거 이탈하고 있음이 명확히 드러났다. 성별로는 남성(-1,160명)이 여성(-1,006명)보다 더 많은 순유출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30대(30~39세)의 경우, 2024년에는 소폭의 순유입(8명)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20대에서의 대규모 유출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즉, 제주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거나 결혼 및 출산을 고민하는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의 핵심 청년층을 붙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이 한번 이탈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2025년 현재까지의 데이터도 이러한 순유출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분기(1월~3월)에만 제주 청년 인구(19~39세)는 2,165명 순유출되었다. 이는 전년 동기(2024년 1분기 1,678명) 대비 487명 증가한 수치로, 연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4년보다 더 큰 규모의 청년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5년 1분기에도 역시 20대 연령층의 순유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제주를 떠나는 19~24세의 이동이 가장 활발할 것이며, 첫 직장을 잡거나 사회 경험을 쌓는 25~29세의 유출도 지속될 것이다. 30대 초반(30~34세)의 경우, 가족 단위 이동이나 기존 정착자의 유입으로 일시적인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인 추세는 순유출 압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인구 유출 문제와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10대(10~19세) 학령인구의 순유출 현상이다. 2024년 통계에서 10대 순유출 규모는 874명에 달했으며, 이 연령대의 순유출률(-1.2%)은 전국에서 울산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진학, 혹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일찍이 제주를 떠나거나, 졸업 후 제주로 돌아오지 않고 외지에서 정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이들이 장차 제주의 청년이 될 세대라는 점에서, 10대 인구의 지속적인 유출은 미래 청년층의 기반마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지표다.
제주를 떠나는 청년이 많다는 섬뜩한 경고와 다름없다. 이들은 왜 제주를 떠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대표적인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꼽힌다. 실제 정말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제주도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한화 등 기업 이전이나, 우주·수소 등 다양한 사업, 향토기업 중 상장 기업 육성에에 공을 들인다.
과연 저런 것들만이 청년들이 제주에 바라는 것일까? 당연히 규모 있는 기업과 높은 급여는 청년을 유인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제주에 청년들이 유입될 때는 규모가 있고,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았을까? 아니다. 오히려 현재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들이 그때는 부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왜 탈제주 현상은 가속화되는 것일까.
당시에 제주는 수도권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곳으로 주목받았고, 귀농·귀어·귀촌의 대명사로 제주가 손꼽히기도 했고, 한달살이 등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러 오는 지역이 됐다. 더불어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보는 테스트베드로 주목받았다. 수도권보다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며 만들어지는 역동성이 큰 매력이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좋은 곳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러한 매력을 제주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의 웬만한 곳보다 비싼 부동산 가격을 기반으로 섬이라는 환경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었던 물가는 더더욱 치솟았다. 아름다운 자연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던 제주가 이제는 높은 물가와 바가지의 동네라는 나쁜 이미지 속에 갇혀버렸다.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은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매력을 잃은 제주에 남아서 무언가를 시도해볼 매력을 잃어버린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기업 유치 및 육성을 통한 일자리 정책에 틀에 갇히지 말고,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일자리 정책이 추진되기를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