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난 4월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일시적 RE100’을 달성했다고 이틀 후인 16일 발표했다. 낮이어서 햇빛도 좋았지만 바람도 잘 불어서 제주도내에서 생산한 풍력과 태양광발전량이 도내 소비량을 충족하고도 남아 해저 송전선로를 통해 육지로 역송했다고도 했다.

* ‘RE100’은 재생에너지 전력(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어로, 영국 클라이밋그룹 등비영리민간단체가 주도하여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선언을 하고 이행 검증을 하는 국제적인 민간 캠페인이다.

일시적이나마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잠시나마 경험해본 소중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육지 지인들은 부러워하고, 열광도 했다.

전력거래소가 올해 3월 발표한 ‘2024 제주지역 전력계통 운영실적’에 따르면, 작년 도내 전체 전력공급의 2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1년 전체 누적 공급량으로는 20%이지만, 냉난방부하가 없어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봄과 가을철 낮 시간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50~60%를 공급한 바 있다. 올해는 70~80% 수준을 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4월 14일에는 4시간 동안 100% 공급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예년과 달리 올해는 어떻게 100%까지 가능했을까? 제주도의 설명을 해석해보면, 작년 말 준공한 제주-완도 간 200㎿용량의 제3해저 송전선로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제1연계선과 제2연계선은 ‘전류형’이라 실시간 역송이 불가능했다. 새롭게 도입한 제3연계선은 ‘전압형’으로 설계 시공하여 실시간 역송이 가능하도록 했고, 이번 ‘일시적 RE100’ 달성 시에는 제1 및 제3연계선을 통해 시간당 약 141~171㎿의 전기를 육지로 보냈다는 것.

비록 4시간에 불과했지만, 이번 ‘일시적 RE100’ 상황을 다시 한 번 분석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적기에 도입하고 시민들의 능동적인 에너지소비를 통해 ‘일상적 RE100’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현재 구축된 3개의 해저 연계선을 통한 육지로의 송전(약 200㎿)은 앞으로 계획된 도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2030년까지 4,085㎿)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제주와 해저 송전선로가 연결된 호남지역도 이미 태양광 등 대규모 재생가능에너지로 인해 출력제한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므로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이번 ‘일시적 RE100’ 상황은 실제로 제주도내 화력발전을 중단하지는 않은 ‘개념상 RE100’이기도 했다. 제주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LNG복합화력발전 가동을 중지하지는 않고 매 시간 120㎿를 공급했다. 태양광이 줄어드는 17시에는 그 2배인 242㎿를 생산했다. 즉, 태양광 생산이 늘어나는 오전 시간부터 점차로 LNG복합화력발전 가동을 줄여서 최소출력만 유지하다가, 태양광 생산이 줄어드는 늦은 오후시간대부터 다시 더 출력을 증가시킨 것이다.

따라서 화력발전량을 더 줄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해가 지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마침 제주도는 풍력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68㎿ 규모의 대용량 배터리 에너지지장장치(BESS)를 도입하여 재생에너지의 수용능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분한 규모는 아니지만 재생에너지 생산이 줄어드는 시간에 저장된 전력을 보완 공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장제도와 결합시켜서 전체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전환의 목적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넘어 에너지와 연관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부문까지 바꿔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에너지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을 에너지 판매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는 에너지경제의 자립을 넘어선 ‘에너지 민주주의’도 필요하다. 에너지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정보도 실시간으로 에너지 소비자에게 공개하여 시민 누구나 에너지정책의 수립과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보장해야 한다.

도로교통상황에 대해서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혼잡구간을 우회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전력 생산과 소비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보를 차단당하고 있다. 제주도지사는 한전 제주본부장와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이 보는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볼 수도 없다.

더욱이 도민들은 이번 ‘일시적 RE100’ 상황을 이틀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만약에 육지로의 역송이나 또는 지난 10년 전부터 흔하게 저질러왔던 풍력발전 ‘출력제한’이 아니라, 초과 생산된 깨끗한 전기를 이미 보급된 약 3만8천대의 전기자동차에 저장(=충전)할 수 있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줬더라면 어땠을까?

에너지 소비자들이 에너지 정보를 에너지당국과 전문가들보다 늦게 알게되는 만큼 반응할 시간도 그만큼 늦춰진다.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한국사회에서 실시간 에너지정보를 알지 못 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반민주주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당시 사건을 자세히 따져보면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번 봄에 가능했다면, 마찬가지로 전력부하가 적고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는 올 가을에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관련 설비의 충분한 도입, 시장제도의 개선, 그리고 실시간정보의 공개를 통해 ‘일시적 RE100’을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일주일, 나아가 보름에서 한 달까지도 실현 가능토록 ‘상시적 RE100’을 도민들과 함께 준비하고 꿈꿔보자.

김동주 논설위원(한국환경사회학회 이사)
김동주 논설위원(한국환경사회학회 이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