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는 임기 2년 내 대안을 마련하고 도민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를 통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기관통합형' 모델을 제시해 지금까지의 논의를 원점화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강봉수 논설위원이 제기한 '3개의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권역을 제안한다'를 필두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둘러싼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정치권이 제안한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시민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사무 배분의 원칙을 두고 있다.
2개 이상 시·군에 결과를 미치는 광역적 사무만 시·도가 처리해야 하며 시·도와 시·군 및 자치구는 사무를 처리할 때 서로 겹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사무가 서로 겹치면 시·군 및 자치구에서 먼저 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참으로 특별한 지역이다.
2006년 특별법 설치 이후 4개의 자치단체가 2개의 행정시로 격하된 이후, 주민 스스로 뽑아야 할 행정시장은 임명직으로 바뀐데다, "제주도 뒤치닥꺼리나 하고 있다"는 도민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다.
행정시가 구경꾼이 되다보니 행정능률은 더 떨어졌으며, 광역단위 관점에서 사업이 추진 되다 보니 지역에 대해 세세히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정작 해당지역에 필요로 한 사업이나 정책적 결정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비민주 비능률적 행정체제는 제대로된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막상 시·군을 폐지하고 운영을 해보니 기초자치단체의 소중함을 도민 다수가 뼈저리게 절감했다.
따라서 10여년 논의만 무성한 기초자치단체 도입 마무리를 위해 민선 8기 오영훈 도지사가 내건 '주민투표 진행'과 '법률개정' 약속은 도민 기대가 크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들은 것은 잊어 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지만,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도입 과정에 도민 참여가 보장된다면 그 결정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활발한 토론으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도민공론화에 기여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민 한 사람으로서 기초자치단체 도입 방향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더하고자 한다.
<제주투데이>에서 존경하는 강봉수 교수가 제안한 '3개 도농복합형 개편안(이하 강봉수 3개안)' (☞관련기사: '3개의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권역을 제안한다') 을 접했다.
행정구조 개편은 "풀뿌리민주주의 회복과 지역균형발전의 도모"라는 기본 원칙과, 인구 6할 가까이 집중된 제주시 동지역을 분할하는 용기 있는 제안에 크게 공감했다.
그러나 '강봉수 3개안'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회복과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최선의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 한다.
기초 도입에 있어 3가지 난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있어 3가지 정도의 난제가 있다. 첫째는 국회와 정부 설득을 통한 입법 해결, 둘째는 주민투표 성사, 마지막으로 적정한 기초자치단체 구역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입법문제는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의 몫이고 주민투표는 입법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한 것이니 시기상조다.
그러나 행정구역 조정 문제가 우리 도민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과거 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중앙정부에 요구하였을 때 중앙정부가 난색을 표한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시장 직선은 제주특별자치도 취지를 훼손한다"라는 해괴한 논리였고, 또 하나는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된 제주시(전체 72%)와 그에 따른 비대한 시장 출현" 문제였다.
특별자치도 취지 훼손이라는 논리는 기초자치단체가 유지되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경기북도 설립 추진으로 어느정도 해소된 듯 보인다.
하지만 비대한 제주시 문제는 중앙정부의 거부 논리가 일정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제주도의회 전문가 토론에서도 현재 2개시 중 인구 72%를 차지하는 제주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직선제나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대안으로 현재 2개시를 국회의원 선거구(3개 구역)로 쪼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과거 행정시장 직선제를 제안했던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는 4개 시 구역안을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행개위 4개시 자치안' 또한 제주시(동지역)가 인구의 57%를 차지해 현재 2개 행정시 체제처럼 제주시 인구 과다 문제를 안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기초자차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구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 57%로 과다하게 집중된 제주시 동지역을 분리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균형발전 도모는 '5구역 안'
'강봉수 3개 자치안'은 제주시 동지역을 분리하고, 과거 대정현과 정의현의 역사를 살린 또다른 3개 구역안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안'보다 진일보한 의미 있는 제안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토론으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도민공론화에 기여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3개 구역안'의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 대안으로서 '5개 구역 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3개 자치구 안은 타 지자체와 비교해 자치단체의 권역이 비대하고, 인구 과다로 행정능률 향상과 행정서비스 개선이 어렵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축구공을 차면 바다에 풍덩 빠진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제주도 면적은 1848㎢로 25개 기초자치단체를 둔 서울면적 605㎢ 보다 3배가 넓은 섬이다. 서귀포시 하나만도 서울보다 넓다.
도시지역 면적도 469㎢다. 도인 충남(912) 전북(885) 충북(737)의 절반 정도로, 광역시인 광주(479) 대전(496)과 비슷한 규모다. 세종시와 비교하면 3배나 넓다.
제주도와 도시지역 면적이 비슷한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은 5개의 자치구를 두고 있다.
제주 도시면적의 2배 격인 충남은 15개(8개시 7개 군), 전북은 14개(6개시 8개군), 충북은 11개(3개시 8개군) 기초자치단체를 운영한다.
도시면적이 제주도보다 2배 넓은 지역에서 11~15개 기초자치단체를 두고 있으니 절반인 제주도는 엇비슷하게 5~7개의 자치단체를 구성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도시학자들의 '가구의 통행실태 조사와 연구'에 의하면 도보로 걷는 거리는 반경 700m(근린생활권), 자전거나 마을버스로는 반경 2㎞(소생활권), 승용차나 시내버스로는 반경 5㎞(중생활권), 그 외 승용차나 시외버스로 이동하는 반경 9㎞(대생활권) 내외에서 주로 생활한다.
도 단위에서 생활권에 맟춰 행정단위를 설정해보면 리·동은 소생활권, 읍·면은 중생활권, 시·군은 대생활권(반경 9~10㎞ 내외)이 적합할 것이다. 제주도민 90% 이상이 10㎞ 내외로 출퇴근한다는 다른 조사와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주민의 생활권과 일치하는 적정한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져야 지역 공동체(마을 공동체+읍면동 공동체 + 기초자치단체구역 공동체 + 제주도 광역공동체)가 활성화 된다.
그뿐 아니라 리+읍면동+시·군+제주도라는 각 급의 행정의 능률과 주민 서비스도 높아지고 이는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강봉수 3개안'으로 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3개 안' 지역격차 심화하는 도루묵 개편 소지↑
강 교수 제안처럼 서제주시(연동~안덕) 구역인 대정·고산리와 연동, 동제주시(용담~우도)의 용담동과 종달리는 직선거리가 40㎞, 반경이 20㎞다. 중문 예래동와 성산읍은 60㎞(반경 30㎞)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대생활권 적정거리인 10㎞의 2~3배에 달한다.
연동 주민이 대정이나 고산에, 용담 주민이 종달리에 과연 일년에 몇 번이나 왕래할까. 이들이 과연 동일 자치단체 주민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2개 행정시 체제에서도 성산 주민과 대정 주민이, 한경 주민과 우도 주민이 한 생활권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는 과거 일제에 의해 개편된 것으로, 기존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3구역 공동체 해체를 촉진하고 인위적인 식민지배통치 구축을 위한 구조다. 지방자치 2.0 시대에 맟춰 바로 잡아야 할 중대 사안이다.
또한 4개 시·군 자치단체 운영 당시 행정시 격상으로 남제주군과 북제주군은 행정구역이 단절되는 기형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제 생활권에 비해 행정구역을 너무 크게 설정하다 보면 지역 공동체 의식이 약화 되고 지역 중심성이 약화된다.
대생활권 지역 구심력이 약화 되면 광역단위 중심인 제주시 동지역으로 집중화가 더 가속화 되고, 제주시 동 지역 외 나머지 지역은 공동화 현상이 더 악화 될 소지가 크다.
물론 3개 자치구 안이 2개 자치구 안이나 4개 자치구 안 보다는 우수하지만, 제주시 집중이라는 '도루묵 개편'이 되기 쉽상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생활권 일치를 목적으로 해야
일제 식민지 잔재인 2개시 행정구역을 극복하는 것은 대생활권보다 2~3배가 넓은 3개 구역안보다, 실제 주민의 생활권과 일치(반경 10㎞ 내외)를 전제로 해야한다.
더 나아가 동·서부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을 목적으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제주도 전지역을 3개 도농복합시로 획일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기존 동지역 생활권을 10㎞ 내외(한라시 애월~오라, 탐라시 조천~도남, 서귀시 중문~남원)로 일치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대생활권 거리와 일치하는 나머지 동(구좌~표선)·서부(한림~안덕)에는 2개 농어촌형 기초자치단체를 둔다면 어떨까.
현재 제주도청만 자치권이 있는 제주지역은 과거 90년대 전국 최고를 누리던 자치단체 간 잘하기 경쟁이 사라졌다.
농수산 등 1차 산업 경쟁력을 살리며 동서부 지역 간 잘하기 경쟁을 하고, 남북의 3개 도시 간에는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잘하기 경쟁을 한다면, 이는 제주 발전과 도약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 5만 이하 기초자치단체가 54곳이다. 수도권 집중화와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소멸 위기라지만 역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없었더라면 이 정도 유지도 힘들었을 것이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인구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으로 집중됐고, 동부(구좌 성산 우도 표선)와 서부(한림 한경 대정 안덕 추자)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이대로 방치 한다면 동서부 지역의 공동화는 더욱 악화 될 수 밖에 없다. 이제라도 기초자치단체 설립을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했던 경험을 살려 동·서부 지역에 소규모의 친환경 행정 타운이나 1차 산업을 이용한 친환경 첨단과학기술단지 등으로 기초자치단체를 통해 지역민 스스로 특색 있는 발전을 도모해갔으면 한다.
탄소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교통혼잡, 주차·주거난, 원도심 공동화 등 도시 문제를 겪고 있는 남·북의 제주시 동지역과 서귀포 동지역은 도로 재구조화 등을 통해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이 편한 도시로 탈바꿈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또한 노후건물의 에너지 제로 리모델링 등 웰빙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도시는 도시답게 농촌은 농촌답게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도농복합시다. 대규모 30만 도농복합시보다 대생활 반경 10㎞ 내 다양한 5개의 기초자치단체로 도시는 도시답게 농촌은 농촌답게 지역별 특색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시장이 도시문제 해결을 최상위 시정목표로 내세우면 농촌이 소외되고, 역으로 농촌에 집중하면 도시문제가 방치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여당야당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도·농간 관점과 입장 차이와 미래 설정 문제다. 거기다 제주시처럼 인구 규모 전국 25위인 단일 행정구역의 과대 주민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강봉수 3개안' 동제주시 경우는 인구가 30만명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주된 역할이 복지서비스(예산의 40% 수준)인데 인구 18만명의 서귀포시 복지서비스와 제주시 복지서비스의 만족도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도의원 시절, 복지서비스 당사자들의 고충을 많이 듣었다. 복지 공무원 수 문제라기보다는 과대한 행정구역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이다.
인구가 많은 50만 이상 자치단체는 구를 둘 수도 있으나 행정시는 그러지도 못한다. 설령 행정시 밑에 구를 둘 것이라면, 행정시를 1개 더 만드는 것이 행정계층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생활권보다 구역이 과도하게 넓으니 공무원들이 구좌와 한림을, 성산과 대정을 출장을 통해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다.
송파·수원 등 반복되는 안타까운 세모녀 사건들은 대부분 대형 기초자치단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5만 이내 군은 복지서비스 대상 주민들 숫자가 적으니 집안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세밀하게 파악하는 대주민 서비스를 해 나간다고 한다.
정책결정력을 지닌 기초자치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세밀한 행정서비스는 높아지고 반대로 대규모 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의 부실은 결국 도민에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중앙정부 행정구역 실무편람 등의 시·군 조정기준을 무시하거나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 없이 마구잡이로 더 작게 할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30만명 기준의 인구가 많고 넓은 구역보다 유유상종 비슷한 읍면동의 구역으로 좀 더 작게 자치단체를 구성한다면, 해당 주민 공감 속에 각각의 도시 문제나 농촌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고, 이를 통해 도시지역도 농촌지역도 둘 다 특색 있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같은 이유로 미래의 행정구역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자연스레 도출된다 할 수 있다.
강 교수 말처럼 제주시 동지역을 나누고(한천 경계, 구제주와 신제주권으로, 반경 10㎞ 이내 동일 대생활권이 조천읍과 애월읍 포함), 서귀 동지역을 존치하면(반경 10㎞ 서귀 생활권인 남원읍 포함) 3개의 대생활권 기초 자치시가 된다.
대생활권 10㎞ 구역과 일치하는 나머지 지역인 제주도 동부(성산·구좌·표선·우도)와 서부(한경·한림·대정·안덕·추자)의 균형발전을 위한 목적의식으로 농촌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배려 한다면, 자연스럽게 5개의 행정구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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