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는 임기 2년 내 대안을 마련하고 도민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를 통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기관통합형' 모델을 제시해 지금까지의 논의를 원점화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강봉수 논설위원이 제기한 '3개의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권역을 제안한다'를 필두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둘러싼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정치권이 제안한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시민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임기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임기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도민들이 혼란 속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체제로 개편 된지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행정시를 도입하면서 당시 위정자들은 도민들에게 제주는 좀 더 ‘잘 먹고, 잘 살게’ 된다고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도민들은 과거의 잘못된 정책에서 충분히 학습했다. 현행체제 보다는 변화되고 좀 더 나은 제주미래를 위해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우려했던 문제들이 상당 수 현실화되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당초 주장과는 달리, 도-행정시-읍면동의 행정계층 구조는 변함이 없으며 그로 인해 시·군 통합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도 전무한 실정이다.

도 본청이 비대해지며 주민생활과 관련된 정책도 도가 결정한다. 지역마다 특성 없이 획일적인 행정이 펼쳐지면서 '특별하지 않는 자치도'가 되고 있다. 행정집행 과정에서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 사라져 버리고 도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정체됐다. 

지난 1991년 9월7일 옛 제주교육대학 앞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범도민회가 결성돼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 1991년 9월7일 옛 제주교육대학 앞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범도민회가 결성돼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후 느낀 바를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단층화가 행정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것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일선 행정에 근무하는 하위직 공직자 중에 부지사 얼굴이나 이름조차 모르는 직원들이 태반이다. 도의 일방적 행태 의사결정에 행정시 공직자들은 도정에 대한 관심도 약해지고 있다. 

최소한의 소통도 단절되고, 도지사의 일방적인 명령만 존재한다. 해바라기 임명 행정시장은 시민보다 도지사만을 바라보는 비 생산적인 조직이 됐다.

둘째, 과거 자치권이 있는 민선기초단체장은 명운을 건 대정부 예산투쟁을 벌였다. 이에 시·군 공무원은 시도 때도 없이 정책생산과 예산 확보를 위해 뛰어 다니곤 했다.

특별자치도 출범당시 중앙정부는 제주도에 재정적인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체사업예산을 위해 열정적 대정부 예산 확보를 하는 행정시 노력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셋째, 도지사 권한의 비대화를 초래했다.  도지사의 권한을 분점하고 현안 이슈에 대한 절제를 구할 과거 자치권 있는 시장 군수의 역할이 그립다.

민선 기초단체장이 존재했다면 강정해군기지, 영리병원, 제주제2공항이 어떻게 흘렀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지역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단순히 행정만의 문제도, 권력구조만의 문제도 아니다.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청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그동안 공무원노조는 행정 현장에서 느끼는 공무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아 풀뿌리 자치 실현 관점에서 원칙에 입각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완전한 법인격이 구비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전제로 행정구역 개편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섯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취지중에 하나인 ‘권력의 수직적 분배(vertical division of power)’의 필요성은 지방자치 내에서도 필요하다. 도지사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핵심은 기초지방자치단체 도입이다. 

둘째, 주민의 참정권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가까운 정부가 필요’하다.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시·도는 면적이나 인구규모로 인해 한계가 있다. 보다 가까운 정부인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어야 주민들의 참여도 활성화될 수 있다. 

셋째, 광역권 내에서 사회·경제적 집중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행정적 분산이 필요하다. 복수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자기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때에 집중현상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만 존재할 경우에는 의사결정권이 한곳에 집중되므로 중심부 중심으로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고, 지역간 균형 발전이 어려워진다. 

넷째, 도청의 과도한 권한과 업무부담을 분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도청으로 과도하게 권한과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

도는 광역적 차원에서의 정책수립과 거시적 지역발전전략 수립에 집중하며, 보다 작은 지역단위의 지역발전계획이나 주민참여 확대, 주민서비스 향상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해야한다. 

다섯째, 내발적 지역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도 기초자치제가 필요하다. 도 전반적인 지역발전 전략 모색이 필요하지만, 몇 가지 전략만으로 제주지역 전체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작은 규모의 지역단위에서 지역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내발적 지역발전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자치구안 (그림=홍명환)
국회의원 선거구 자치구안 (그림=홍명환)

이상적인 행정구역 개편은 적정한 인구수, 근접한 생활권, 문화, 정서적 동질성 등 환경 여건도 고려대상이기는 하나 무엇보다도 주민생활과 밀접한 소방, 보건, 상하수도 등 행정서비스 공급 체계와 연계하여 주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제주시 인구가 50만명이 넘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시를 국회의원 선거구와 동일하게 두 개의 자치단체로 분할하고, 서귀포시를 포함하여 3개의 자치시로 개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자치시 명칭은 지역적 특성과 상징성을 담을 수 있는 명칭으로 검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궁극적으로 제주형 기초자치 모형의 준거로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되고,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주민참여를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개편잣대로 삼아야 한다. 또한 행정 효율성이란 만능 가설을 극복하고, 공공성 확대 측면에서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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