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효율적인 버스 운영과 재정 절감을 위해 72개 노선에서 버스 64대를 줄였다. 이 가운데 8월 1일부터 개편된 버스 노선을 운영하면서 도민들의 혼란과 불편이 생기고,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152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금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제주 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전임 원희룡 도정 때인 2017년에 도입돼 올해로 7년째다. 버스준공영제 출범은 더 편한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으로 버스 수송 분담률을 높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버스준공영제 출범 시 목표했던 수송 분담률, 양질의 서비스 등은 달성치 못했으나 재정 부담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2022년에 제주도의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버스의 수송 분담률은 2017년 14.2%, 2018년 14.6%, 2019년 14.7%로 준공영제 도입 이후 소폭 증가했지만 2020년에는 11.5%로 하락한 가운데 민선 8기 도정 목표인 올해 16.2%, 2026년 16.9%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표준운송원가에 의한 운송업체 재정 지원액은 업체당 2019년 134억 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56억원, 2022년 168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버스 1대당 지원액도 2019년부터 2022년가지 매년 1억2800만원, 1억3300만원, 1억4900만원, 1억5900만원으로 늘었다.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제주도의 재정이 민간버스업체에 지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돈을 먹는 하마’라는 평가도 내려진다. 그리고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제주의 버스 보유 대수 당 재정지원금은 2019년 기준 1.15억원으로 가장 높고(서울시 대비 약 3배), 이용객당 재정지원금은 2020년 기준 버스승객 1인당 2018원으로 타시도 대비 2배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70세 이상 무임승차제도와 타 시도에 비해 낮은 요금이 이용객당 높은 재정지원금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도가 수립한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계획안’에 따르더라도 버스가 2011년 437대에서 준공영제를 도입하며 늘기 시작해 2022년 873대까지 급증하고, 버스노선도 같은 기간 80개에서 195개로 늘어났으나 버스수송분담률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관광객의 버스 이용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2016년 18.1%에 달하던 이용률이 2020년에는 6.5%로 떨어진 반면에 렌터카나 지인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83.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21년부터 ‘버스준공영제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을 실시, 전문가 자문회의 및 도민 설명회 등을 거쳐 2023년 2월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부터 실행에 옮기는 중이고 올해는 두 번째 해이다.
용역결과로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이 제시됐다.
1. 합리적 버스노선개편: 비효율노선/신규노선/중기적 간지선체계 정립
2. 이용수요 및 수입증대: 도심급행버스 및 첨두시(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 운행증가, 급행 및 리무진 요금인상
3. 운행 및 서비스 개선: 첨두시 배차간격 조정, 맞춤형 임시버스 도입, 교통복지확대
4. 읍면순환 및 지선개선: 중형 및 소형전환, DRT 도입, 회차지 편의시설 개선
그 결과 지난 2023년 제주도심 급행버스 3개 노선(연삼로, 서광로, 남북축)과 ‘옵서버스’로 알려진 DRT(수용응답형 버스)가 애월읍 수산리와 남원읍 태흥리에서 시범사업으로 실행되기 시작했다. 그 외 급행 및 리무진 등의 요금이 인상되고, 교통카드 도입 등 교통복지 등도 아울러 실행됐다. 두 번째 해인 올해에 실행하기 시작한 게 8월 1일부터 시작된 버스 감차와 버스노선 개편이다.
이 시점에서 위 용역에서 제시된 개선방안이 방향설정을 제대로 했는지부터 검토가 필요하다. 개선방안은 현재 버스운영의 골격인 ‘준공영제’는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둔다. 용역결과를 두고 열린 공청회에서는 완전공영제로의 전환, 버스 이용의 무상화 등에 대한 제안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영훈 도정은 이 같은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버스준공영제는 현재 서울을 비롯해 울산을 제외한 광역·특별시와 제주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도가 버스노선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민간 버스업체들에게 재정적 지원과 함께 운영을 위탁하고 있는 형태다. 제주도의 버스업체는 일반노선에는 민영이 10개이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공영으로 2개 업체가 존재한다.
버스준공영제의 기본골격은 ‘노선 체계의 공적개편’, ‘수입금 공동관리’, ‘표준운송원가 산정’, ‘재정보조금 지급’ 등으로 구성된다. 준공영제는 버스운영에 민간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대중교통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버스업체 임원과 관리직 인건비 등 표준운송원가의 과다산정과 불필요한 버스 대수의 증가 등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과도하게 투여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연이어 제기된 바가 있다.
이에 제주도의 ‘버스 감차’ 방안에 버스업체들은 재정지원 감소로 수익이 줄어들 우려에 따라 반발했다. 제주도가 시행 시점(8월 1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최종 버스 감차 대수를 확정, 노선개편을 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외에 최근에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준공영제를 기반으로 버스산업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회공공연구원에 의하면 기존 민간버스업체의 운영문제를 일정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사모펀드는 단기적으로 고수익 실현을 위해 운용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버스업 진출과 확대에 우려가 크다고 한다.
즉 대중교통인 버스가 가져야 할 공공성에 대한 훼손이 나타나, 노인·장애인 등의 교통복지가 후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중의 하나인 ‘차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버스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해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는 7개 회사에 1035대, 인천은 10개에 700대, 대전은 2개에 141대를 소유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1개 회사에 70대를 소유하고 있는 중이다. MC파트너스는 주로 경기지역의 수원, 화성, 부천의 버스업에 진출한 상태이다.
따라서 제주도의 준공영제가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민간버스업체에 대한 사모펀드의 진출 시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제주 버스의 공공성 후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와 함께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후위기 시대에 교통·수송부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버스 등 대중교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제1차 제주특별자치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제주지역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618만톤(이산화탄소 환산기준) 정도이며 이 중 에너지 부문 배출량이 400만톤으로 약 65%를 차지한다. 이 중 수송부문은 219만톤으로 에너지부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즉 도로와 교통부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관건임을 알 수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km 이동을 기준으로 할 때 교통수단별 탄소배출량은 승용차 210g, 버스 27.7g, 지하철 1.53g이라고 한다. 즉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 관건적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재정절감을 근거로 버스 대수를 줄이는 등의 거꾸로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버스 대수를 줄이더라도 노선개편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 버스 이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버스를 늘리는 것이 맞다.
이것만이 아니다. 승용차 이용이 늘어나고 승용차 대수가 늘어나면서 도로정체 등의 이유로 도로면적도 동시에 늘어난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은 83㎢에서 90㎢로 늘어난 반면, 탄소를 흡수하는 탄소흡수원인 임야면적은 같은 기간에 878㎢에서 862㎢로 줄어들었다.
자동차 이용이 늘어 걷는 횟수와 길이가 줄어들면 우리 몸의 건강에도 안 좋다. 2023년 제주도가 발표한 지역사회 건강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제주 지역 비만율은 36%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제주도정이 제시하고 있는 ‘2035년 탄소중립 달성’, ‘걷고 싶은 제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버스의 준공영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비롯해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의 이용확산을 위한 방안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노선개편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오영훈 도정이 계획하고 있는 트램 및 도심항공교통(UAM)의 도입도 버스 등 대중교통, 자전거와 도보 중심의 도시를 일컫는 이른바 ‘대자보 도시’의 건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위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한 교통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포함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실현하는 교통 공공성의 강화를 위해서 제주버스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제주도민의 의견을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여기에는 버스(노선)의 운영방식을 포함하여, 노선의 설계, 그리고 저상버스를 포함하여, 다양한 버스의 도입, 마을 내, 마을 간, 읍면 간, 도심지역내부,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의 이동편의성을 보장할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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