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지구온난화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6월 지구평균기온이 관측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알려진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달 말까지 12개월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였으며 산업화 전인 1805~1900년보다 1.64도 높았다고 밝혔다. 또 파리기후협정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1.5℃를 돌파했다고 한다. 다만 일시적 현상일 수 있어 아직 1.5℃를 완전히 돌파한 것이라고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warming)를 넘어 지구가열화(heating)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제주도를 포함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바다 온도도 13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 기상 재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그에 따른 인명 손실 및 경제적 피해,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액은 2500억 달러(약 34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작년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변화대응기금으로 고작 7억 달러(약 9678억 원)를 모으는데 그쳐, 선진국들의 기후재난을 대비하는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 바 있다.

마늘생산비 보장 촉구 궐기 대회에 참여한 한 농민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트럭에 실린 마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기후로 제주에서는 마늘이 2차 생장을 하는 '벌마늘'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김재훈 기자)
마늘생산비 보장 촉구 궐기 대회에 참여한 한 농민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트럭에 실린 마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기후로 제주에서는 마늘이 2차 생장을 하는 '벌마늘'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김재훈 기자)

2023년 한국은행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제주도는 3.35% 성장률 감소를 보이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이는 홍수나 가뭄에 따른 직접적 손실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고려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더 늘어날 수가 있다.

제주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지역 산업 생산액은 평균 기온 1℃ 증가 시 3.1% 감소하고, 연 강수량 100㎜ 증가 시 0.3% 감소한다. 이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적용하면 2040년에는 제주지역 산업 생산액이 4.3~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은 연 강수량 100㎜ 증가 시 0.4% 생산액이 감소하며, 건설업은 평균기온 1℃ 증가 시 2.8% 생산액이 감소하고, 서비스업은 1℃ 증가 시 1.7% 생산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의 사막화로 알려진 갯녹음 현상의 악화, 농작물 생육환경의 변화, 각종 풍수해 및 질병의 창궐로 제주의 1차산업이 존폐기로에 처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23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6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온열 질환자는 2818명으로 2022년과 비교해 80.2% 증가했다. 사망자는 32명으로 2022년보다 약 3.5배 증가했다고 알려진다. 

온열 질환자 가운데 50대 이상 고령층이 21.3%로 가장 많고 사망자는 80대 이상이 50%를 넘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으로 야기되는 온열질환 피해가 주로 취약계층에 집중됨을 알 수 있다. 

제주도와 전국의 온열질환자 수 변화 추이. (그래프=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제주지역에서 연평균 73.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45명이 발생한 데 이어 2020년 66명, 2021년 65명, 2022년 93명, 2023년 98명 등으로 온열질환자가 매년 증가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제주지역 인구 10만명 당 14.5명이 온열 질환을 앓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외작업이 많은 농·어업인 종사자가 25%정도를 차지하여 가장 많고,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기후변화·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대책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 대책과 함께,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마 대비 지시사항이라며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란 16글자가 적힌 공문을 보낸 일이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성의가 없다’,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제주도정의 경우 ‘농업인들의 온열질환 예방 수칙 준수와 건강관리를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농업인 안전365캠페인’을 실시했다. 내용은 “시원한 물을 마시고, 무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농작업을 최소화할 것” 등 개개인의 행동과 실천을 강조하는 ‘당부의 말’ 이외에 특별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폭염에 의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가이드’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지난 5월 1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는 지난 5월 1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올해 제출된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기후위기 적응대책으로 6개 부문에서 44개 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건강부문에서는 기후변화 질병관리체계 강화 등 5개사업을 제시하고 있는데, ‘폭염노출 완화시설 확충’, ‘건설공사장(야외노동) 근로자보호대책 강화’가 포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밭과 비닐하우스, 야외작업장 등에서 ‘폭염노출 완화시설’을 어떻게 확충할지, 근로자 보호대책 강화는 어떻게 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농·어업, 축산 관련해서는 ‘축산농가 기자재 지원’, ‘아열대 과수산업 육성’, ‘해양생태계육성을 위한 해중림 조성’,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 확대’ 등 12개 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농수산물 수입 확대정책으로 효과가 없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농어민 당사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기후위기에 책임이 거의 없는 지역이나 사람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다. 제주도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이자, MAPA(Most Affected People and Area)에 속한다. 그만큼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적응’ 대책의 중요성이 큰 지역이다. 

지금처럼 안일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적응대책이 지속될 경우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며, 그 피해의 대부분은 농어민과 50대 이상의 고령층에 집중된다. 기후부정의가 기후위기의 원인뿐만 아니라, 결과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 간과되거나 지속되어선 안된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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