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를 맞은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같이 가자)’가 22일 시작됐다. 대행진은 지난 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6년 제주 제2공항 등 제주 전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확대됐다. 행진단은 제주 전역의 극심한 갈등을 일으킨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등을 걸으며 생명과 평화를 향한 열 번째 외침을 이어간다. 10년이 넘도록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외치고 있는 대행진의 행렬에 제주투데이가 2박 3일 간 동행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이틀차인 22일  광주에서 온 가족생활공동체 '애자람그룹홈' 구성원들도 발걸음을 함께 한 가운데, 8세 막내가 누나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이틀차인 22일 광주에서 온 가족생활공동체 '애자람그룹홈' 구성원들도 발걸음을 함께 한 가운데, 8세 막내가 누나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환경 파괴, 갈등이 만연한 사회를 만든 건 어른들이잖아요.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습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이틀차인 전날 23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남원읍부터 성산읍까지 걷는 일정 아래, 100여명의 행진단은 땡볕 아래를 걸어갔다.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8월 22일) 매직'은 없었다. 해가 머리 위에 떠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도로가 이글거렸다.

"차라리 전날 날씨가 (걷기에) 더 나았던 것 같네." 참여자 한 명이 생수병에 담긴 물을 머리에 뿌리며 말했다. 행진 첫날인 22일에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기습으로 내렸다 그쳤다 하는 비에 우비를 포기한 참여자도 상당수였다. 

비가 남긴 습기 탓에 끈적한 더위가 온몸을 휘감았다. '올 여름이 앞으로 살아갈 여름 중 가장 선선한 여름일 것이다.' 기후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상황에서 1년 뒤, 10년 뒤 이날을 돌이켜보면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미래세대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행렬 곳곳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날 만난 기은철(12)군은 2019년 행진 당시 나눠줬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은철군은 "처음 왔을 때는 어려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조금 커서 괜찮다"며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지었다.

22일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이틀차에 접어든 가운데, 광주에서 온 가족생활공동체 '애자람그룹홈' 구성원들도 발걸음을 함께 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22일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이틀차에 접어든 가운데, 광주에서 온 가족생활공동체 '애자람그룹홈' 구성원들도 발걸음을 함께 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온 은철군은 9명의 대가족과 함께 5년째 걸음을 함께하고 있다. 첫 참여 당시 걸음마도 떼기 전이었던 은철군의 동생은 현재 초등학생이, 중학생이던 누나는 성년이 되어 함께 평화를 외쳤다. 

가족생활공동체 '애자람그룹홈' 기관장인 기영철씨는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왜 평화가 의미를 가지는지, 왜 자연과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단순히 걷기만 하고 끝이 아니라 연대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씨는 "저희가 살고 있는 곳은 군공항 지역이다. 미군의 군사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기지촌 등도 있고, 미군의 폭력도 있던 곳"이라며 "아이들은 이러한 폭력의 시대 이후에 태어나거나, 갓난아이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시 사건으로 인해 비행기 소음 피해를 받는 세대이기도 하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어 "세대마다 공감대나 의견이 달라지는 것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강정해군기지 역시 폭력의 산물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미래세대에게도 그 당시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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