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를 맞은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같이 가자)’가 22일 시작됐다. 대행진은 지난 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6년 제주 제2공항 등 제주 전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확대됐다. 행진단은 제주 전역의 극심한 갈등을 일으킨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등을 걸으며 생명과 평화를 향한 열 번째 외침을 이어간다. 10년이 넘도록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외치고 있는 대행진의 행렬에 제주투데이가 2박 3일 간 동행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양유리 기자)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양유리 기자)

폭우와 무더위가 반복되는 날씨 속에서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저녁이 저물었다. 지난 22일 오후 9시경 100여 명의 대행진 참가자들은 남원읍 다목적체육관에서 노곤해진 몸을 뉘었다. 

체육관에서 쉬고 있는 참가자 중 무리 지어 있는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을 볼 수 있었다. 보물섬학교 학생인 이다연(14)·김이수안(14)·현채희(16) 학생에게 행진에 참여한 소감을 물으며 이야기 나눴다. 

보물섬학교는 ‘사람’, ‘생명’, ‘공동체’를 교육 철학으로 내세운 대안학교다. 이다연 학생은 올해 대행진을 처음 참여했고, 김이수안·현채희 학생은 이번이 세 번째 대행진 참여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학생들은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이다연 학생은 어른들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른들한테 저희의 미래가 당신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어른들은 죽고 말아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잖아요. 지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니까, 이제 기후위기 해결로부터 도망가지 말고, 좀 바뀌어 줬으면 좋겠어요.”

김이수안 학생도 “우리의 미래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주길 바라요.”라며 의견을 전했다.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던 현채희 학생은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에서 평화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기후위기 해결을 ‘퍼즐’에 비유했다. “퍼즐이 한 조각만 있으면 완성될 수 없듯이 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해요. 정부는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 저희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해 줬으면 좋겠어요.”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한 보물섬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이다연·김이수안·현채희 학생. (사진=김재훈 기자)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한 보물섬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이다연·김이수안·현채희 학생.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오랜 기간 도민 갈등을 빚어낸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반대 투쟁을 해오고 있다. 보물섬학교에서는 대행진 참여를 위해 ‘강정’ 팀과 ‘제2공항’ 팀을 나눠 학생들 스스로 해당 사안을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투데이가 만난 세 명의 학생은 모두 ‘제2공항’ 팀이었다. 

이다연 학생은 제2공항 사업으로 인한 마을 공동체의 분열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봤다. “마을 사람들끼리 갈등을 겪고 뿔뿔이 흩어지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 공동체도 사라지고, 마을에 살던 동식물도 사는 곳을 잃게 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동물을 좋아한다는 김이수안 학생은 제2공항 예정 부지에 사는 철새들이 겨울철 머물 곳이 사라지는 점을 우려되는 문제로 꼽았다. 

현채희 학생은 발표를 준비하며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객이 주 고객인 자영업자분들의 마음도 알게 됐고, 제2공항이 갖는 문제점도 공부하면서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더 고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에도 22.9km의 행진 일정을 소화한 세 학생은 내년 대행진도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채희 학생은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야 변화가 가능해지잖아요. 변화를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이 쌓이면 큰 힘을 가질 거라고 믿어요.”라며 다음 대행진 참여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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