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를 맞은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같이 가자)’가 22일 시작됐다. 대행진은 지난 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6년 제주 제2공항 등 제주 전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확대됐다. 행진단은 제주 전역의 극심한 갈등을 일으킨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등을 걸으며 생명과 평화를 향한 열 번째 외침을 이어간다. 10년이 넘도록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외치고 있는 대행진의 행렬에 제주투데이가 2박 3일 간 동행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된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100여명이 하루에 20여 킬로미터를 걸었다.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고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 날씨에 일곱 시간 이상을 걷다 보니 조금씩 탈이 났다. 물집이 생기거나 허리·무릎 등에 통증은 기본이다.
하지만 강정에서 제주시로의 대행진은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쉴새없이 참가자들의 안전과 먹거리, 의료, 즐길거리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행진 참가자들의 ‘완주’를 독려하고 응원해준 활동가들. 그들에게 이번 행진은 어떤 경험이었을까.
뜨거운 여름, 스콜도 막을 수 없었던 평화의 걸음!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최혜영
첫날 비오고, 해나고, 또 비오고, 해나고 했는데 다행히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마지막까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김혜선
2박3일 우리는 뜨거웠다. 평화와 생명의 발걸음을 이어가는 힘찬 발걸음. 너무 행복했습니다. -김경희
요즘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요. 이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대행진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앞으로 힘내서 살아갈 동력을 얻었습니다. -양희주
제주에서의 첫 대행진인데요. 안전팀을 맡아 후미에 있는 참가자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소중했습니다. 왕창 내린 비에도 뜨거운 해 아래도 함께 걷는 이 길. 언제나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노슬미
10회라니 더 의미가 느껴지는 대행진!! -익명을 요구한 행정팀 활동가
매년 준비할 때마다 ‘이게 가능할까?, 사람들이 올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올해까지 연인원 3만명 정도가 참가해주셨어요. 제주에서, 육지에서, 해외에서 강정평화대행진, 그리고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 해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행진을 준비하려면 쉬는 장소와 숙소, 식사, 간식 등 많은 게 필요한데요. 항상 제주도민 분들이 농산물을 후원해주시고, 장소를 제공해주시는 걸 보면서 제주라는 보물섬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열렬히 지원하고 계시는구나를 느낍니다. 모든 게 충분히 준비됐다고 하더라도 행진이라는 게 날씨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특히 제주 날씨는 예상하기가 어려워서요. 그래도 저는 사람들의 힘을 믿고 갑니다. 때론 미숙하고 빠뜨린 게 있더라도요. 그렇게 행진이 끝날 때쯤이면 그 생각이 드는 거죠. ‘이게 가능한 일이었구나.’ -딸기
이번 행진은 2박3일로 예전과 비교해서 짧게 진행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것 같아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참가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간들이 마련돼서 제주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행사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메뉴 선정하는 것! 반찬은 어떤 게 좋을까, 간식은 어떤 게 좋을까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고명희
저는 경기도 평택에서 왔어요. 평화를 지켜낸다는 건 힘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라고들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시민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만들어내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하고 멋있는 걸 만들어내는 것보다 시민으로서 마땅한 발걸음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배워가는 게 훨씬 많았던 2박3일이었습니다. -조약돌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원래 안전업무를 맡아왔는데 올해는 아파서 차량 운전을 담당했습니다. 같이 고생해야 하는데 죄송한 마음입니다. 내년엔 회복해서 안전업무에 복귀하겠습니다! -김정도
저는 강정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가 생기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끝났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걸으면서 강정해군기지의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고 외치는 분들이 많으셔서 앞으로 힘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
매년하는 거라 인이 박혔어요. 그래도 매년 눈물이 나요. 사람들이 연대해주는 모습을 보면 매년 울컥해요. 끝까지 걷잖아요. 몇 날 며칠을 걷는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끝까지 걷잖아요. -이광희
연례행사처럼 매년 준비하면서 기약 없는 행진을 해왔습니다. 준비할 때마다 올해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요. 그게 벌써 10회째가 됐습니다. 2015년 2월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되고, 2016년 행정대집행이 있고 2017년 국제관함식이 열리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해군기지를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전쟁 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2공항…. 이건 성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도 전체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성산주민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산에, 제주도에 제2공항 반대 목소리를 들려줍시다. 그래서 성산주민분들이 ‘우리를 외면하지 않고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그 울림이 제주도 전체에 퍼진다면 반대운동의 의지도 높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해군기지와 제2공항을 넘어, 평화를 외치는 대표 퍼레이드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고권일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렵잖아요. 서로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제주 현안에 연대의 손길을 보내주신 대한민국 모든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길훈
이번에 비가 오고 젖고, 해가 나서 덥고, 또 비가 오고 젖고, 또 해가 나서 더운 날씨에 몇몇 분들은 걷기가 어려운 상태이기도 했어요. 의료지원팀의 입장에서 그만 걸으시는 게 좋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끝까지 걷겠다고들 하시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죠. 마칠 때까지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마무리 되길 바랍니다. -오용창
이번 행진 일정이 2박3일로 부득이하게 줄여서 진행이 됐는데요. 그래서 사실 몸이 편하긴 했습니다. (웃음) 그런데 막상 끝날 때쯤이 되니 너무 아쉬워요.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 힘이 좀 빠지기도 했는데 대행진에 참가하면서 제주에서 시민들이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또 느끼게 됩니다. 특히 참가한 분들 중에 청소년이 많은데 대행진을 통해 ‘평화’와 ‘인권’에 대해 가지게 될 생각들이 있겠죠. 그런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어 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박한솔
코로나가 끝나고 올해가 두 번째 행진입니다. 코로나 시기엔 사회활동을 해도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잘 없었어요. 작년과 올해 대행진에 참여하니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만남이 제게 힘이 되었습니다. 현재 단과대 회장을 맡고 있는데 여러 여건들로 인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행진하면서 지나가던 차들 중에서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인사해주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순간 ‘여기서 내가 힘을 받는구나’를 느꼈죠. -이건웅
짧아서 아쉬웠다! -아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