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화북공업단지 이전 설명 자료(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의 화북공업단지 이전 설명 자료(사진=김재훈 기자)

#중산간 덕천리 주민들...느닷없는 공업단지 이전 계획에 분통

지난 11월 15일 오후 6시 30분.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주민 50여 명이 마을회관에 긴급히 모였다. 조용한 중산간 마을에 공업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덕천리 후보지는 두 곳으로 제시됐다. 후보지들은 천연기념물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 근접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구좌지역 상수원 역할을 하는 덕천리 정수장의 상류 지역이기도 하다. 소음 및 환경 오염에 민감한 젖소 목장들이 덕천리 후보지들에 인접해 있어, 공업지역 이전 시 갈등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북·삼양 지역 주민 위해, 덕천리 주민의 삶의 질 희생하나"

화북·삼양 지역 주민들의 화북공업지역으로 인한 거주 환경 악화 문제를 들며 이전을 요구해 왔다. 화북공업지역 인근의 상업, 주거 지역 확장에 따른 공업지역 이전의 압박도 오영훈 제주도정이 화북공업지역 이전을 위한 용역 및 절차를 밟고 있는 이유다. 오영훈 도정은 용역을 통해 1순위 후보지를 조천 지역으로 제시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설명회조차 열지 못했다. 이에 제주도는 후순위 후보지를 대상으로 계획을 추진, 덕천리로 방향을 잡았다. 주민들은 충분한 설명 과정 없이 불투명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주민들은 "화북·삼양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덕천리 주민들을 희생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이장에게 호소했다. 이장이 화북공업지역을 덕천리로 이전하는 데 대해 협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조천리에서 강력히 항의하며 설명회조차 열지 못했는데, 많은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설명회를 열어서 공업지역 이전의 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다. 덕천리 주민 50여명은 이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질의했다. 주민들은 화북공업지역 덕천리 이전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제주도의 화북공업단지 이전 설명 자료(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의 화북공업단지 이전 설명 자료(사진=김재훈 기자)

#덕천리 주민들, 공업지역 이전 반대대책위원회 꾸려 대응 예정

주민들은 공업지역 덕천리 이전 반대 서명을 모으기 시작했다. '화북공업단지 세계자연유산마을 이전 반대'라는 제목의 서명지를 통해 제주도정이 세계자연유산 마을인 덕천리에 화북 공단 이전을 추진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피력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거문오름, 벵뒤굴과 알밤오름, 북오름, 웃밤오름에 둘러싸인 생명의 숲이며, 만장굴까지 이어지는 용암동굴계 인접한 곳에 공업지역이 들어서서는 결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화북공업지역 이전 계획 반대 서명지(사진=김재훈 기자)
화북공업지역 이전 계획 반대 서명지(사진=김재훈 기자)

주민들은 "이곳은 유네스코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덕천리, 선흘1리, 선흘2리, 김녕리, 월정리, 행원리까지 세계자연유산마을이 밀집된 지역"이라며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지키고 보존하자는 곳에 레미콘 시멘트 공장, 폐차장, 기타 제조업 공단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것은 세계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또한 주민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이미 주민설명회까지 진행해 참석한 주민들에게 공단 안에 공원과 근린생활시설을 만들겠다며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 지역이 용암동굴계가 있는 지하수자원보전 1등급 지역임을 강조하며, "공단에서 나오는 분진이 오름 군락과 주변 마을을 오염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건축 자체가 제한되는 지하수자원보전 1등급 지역에 공단이 지어지면 막대한 오폐수가 용암동굴계를 따라 해안가 마을까지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될 것"이라며, 제주도가 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정은 탄소중립 선도 도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홍보하면서 어떻게 세계자연유산마을에 화북공단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지" 따져 물었다.

주민들은 "우리의 소박한 바람은 사랑하는 존재들과 그저 평화롭게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세계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세계자연유산 지역에 화북공단이 이전되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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