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공업지역 이전, 현실적 한계 명확...투 트랙으로 접근 필요

제주도의 화북공업지역 이전 계획이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1순위 후보지였던 조천읍 조천리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주민설명회조차 열지 못했다. 제주도는 후순위 후보지들을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는 구좌읍 덕천리 후보지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덕천리 주민 50여명은 지난 11월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공업지역 이전에 대한 우려와 반대 의사를 이장에게 전했다. 화북공업지역 이전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양상이다. 제주도가 덕천리를 내려놓고 또 다른 후보지를 물색한다 하더라도 역시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북공업지역 이전에만 매달리고 있는 제주도의 정책에 대한 합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북공업지역의 환경친화적 현대화 방안을 포함해 투 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화북공업지역 이전 관련 논의는 20년이 넘었다. 주민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재, 제주도의 방식으로는 화북공업지역 관련 논란을 얼마나 더 오랜 시간 이어갈지 알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화북공업지역과 관련해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도의 화북공업지역 이전 설명 자료.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의 화북공업지역 이전 설명 자료.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의 화북공업지역 이전 설명 자료.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의 화북공업지역 이전 설명 자료. (사진=김재훈 기자)

덕천리 주민들은 천연기념물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인접한 세계자연유산 마을에 공업지역을 조성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와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순위 후보지였던 조천리는 주민들의 항의로 아예 설명회조차 열지 못했다. 후보지마다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전 계획은 무산돼 온 실정이다.

화북공업지역 이전에 초점을 맞춘 제주도정의 행보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화북공업지역의 공장을 현대화하고, 환경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리모델링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않고 있다.

화북공업지역이 분진이나, 소음, 경관 측면에서 개선된다면 화북 및 삼양 지역 주민의 민원은 줄어들 것이다. 거기에 더해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해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업지역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말이 되냐고? 그런 사례가 있다. 바로 전주시 팔복동 제1산업단지다. 전주시는 여느 공업지역처럼 공장들로 빼곡한 팔복동 제1산업단지를 사람들이 찾아가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문화예술과 가로수에서 해법을 찾았다. 산업단지 내 폐공장에 문화예술 인프라를 조성했다. 팔복예술공장이다.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단지의 철길 주변을 따라 자라난 이팝나무는 꽃 피는 봄철의 축제 아이템이 됐다. 문화예술과 가로수가 삭막한 공업단지를 변모시켰고, 전국에서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팔복산업단지 내 팔복예술공장 입구. 팔복예술공장은 노후한 공장을 활용한 전시 및 문화 체험 시설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김재훈 기자)
팔복산업단지 내 팔복예술공장 입구. 팔복예술공장은 노후한 공장을 활용한 전시 및 문화 체험 시설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팔복산업단지의 이팝나무 꽃길을 걷고 있다. 공장들이 빼곡한 지역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가족 나들이 공간이 되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팔복산업단지의 이팝나무 꽃길을 걷고 있다. 공장들이 빼곡한 지역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가족 나들이 공간이 되었다. (사진=김재훈 기자)
이팝나무 꽃이 만개한 팔복산업단지에서 시민들이 참여한 플리마켓. (사진=김재훈 기자)
이팝나무 꽃이 만개한 팔복산업단지에서 시민들이 참여한 플리마켓. (사진=김재훈 기자)

15분 도시 공약과 상충하는 화북공업지역 이전

화북공업지역 이전 계획은 오영훈 제주지사의 15분도시 공약과도 상충된다. 오영훈 제주지사의 15분 도시 공약은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15분 내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화북공업지역을 외곽으로 이전하면 기존 종사자들의 출퇴근 시간이 길어진다. 일괄할 수 없지만 출퇴근에 50분 가량을 소요하게 된다. 이는 도민의 차량 이동 시간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또, 중산간 지역으로 공업지역을 이전하면 차량 이동 편의 등을 위해 아스팔트 도로 확포장 공사가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5분도시의 기본적인 철학은 녹지를 넓히고 도로를 다이어트 하는 것인데, 이처럼 공업지역 이전은 15분도시 철학을 위배한다. 화북공업지역 이전은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환경 훼손으로 인해 실현이 어려울 뿐더러, 오영훈 도정의 15분도시 공약과도 상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북공업지역 이전을 추진한다면 오영훈 제주지사가 15분도시 철학에 공감하기보다 그저 전세계적 유행에 따라서 15분도시 공약을 내밀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영훈 제주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정은 이제라도 화북공업지역 리모델링을 적극 고려하는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환경 및 경관 개선을 통해 주민 민원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내 제시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일부 업종에 대한 이전을 추진하는 전략을 제시할 수도 있다. 환경파괴와 이전 후보지 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제주도정은 공업지역 이전에만 매달리는 단편적인 접근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화북공업지역에 적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중산간 지역에 공업지역을 이전하는 데 대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도민은 많지 않다. 특히 화북 및 삼양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린답시고, 중산간 지역 마을 주민들의 거주 환경을 악화시키는 데 대해 도민적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이전 강행 시 갈등은 불가피하다. 화북공업지역을 친환경적으로 현대화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제주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이다. 행정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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