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중산간마을 구좌읍 덕천리가 화북공업지역 이전 후보지로 논의가 이뤄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 갈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덕천리 인근 토지를 후보지로 검토하고 주민 설명회를 추진한 데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덕천리 주민 및 외부 서명자 1744명이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화북공업지역의 덕천리 이전 반대의 뜻을 담은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덕천리 주민들은 세계자연유산마을인 덕천리에 공업지역을 이전하는 것은 환경 파괴와 주민 생존권 위협을 야기한다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전 예정지는 천연기념물인 거문오름, 벵뒤굴, 알밤오름, 북오름, 웃밤오름 등으로 둘러싸인 곶자왈 생태지역이며, 만장굴까지 이어지는 용암동굴계에 속한다. 해당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핵심 구역이다.
주민들은 "세계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지키고 보존하자는 곳에 레미콘 시멘트 공장, 폐차장, 기타 제조업 공단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것은 세계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은 "우리의 소박한 바람은 사랑하는 존재들과 그저 평화롭게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세계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세계자연유산 지역에 화북공단이 이전되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서한 전문.
<오영훈 제주도지사님께 보내는 공개 서한>
공기는 맑고 하늘은 푸르고 이웃은 정겹습니다.
그저 당연한 걸로만 여겼던 소박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깨닫는 요즘입니다.
세계자연유산 마을인 우리 덕천리 마을은 지난 11월 3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화북공단 이전이 저희 마을에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요. 대부분의 주민들은 설명회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건 화북공단 이전을 추진하는 지역이 천연기념물 거문오름, 벵뒤굴 그리고 알밤오름, 북오름, 웃밤오름에 둘러싸여 있는 생명의 숲 곶자왈이며 만장굴까지 이어지는 용암동굴계라는 것입니다.
이곳은 유네스코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덕천리 선흘1리 선흘2리 김녕리 월정리 행원리까지 세계자연유산마을이 밀집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지키고 보존하자는 곳에 레미콘 시멘트 공장, 폐차장, 기타 제조업 공단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것은 세계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게다가 마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벌써 도정측은 주민설명회까지 진행해 참석한 주민들에게 공단 안에 공원과 근린생활시설을 만들겠다며 현혹했습니다.
여기는 용암동굴계가 있는 지하수자원보전 1등급 지역이기도 합니다. 공단에서 나오는 분진이 오름군락과 주변 마을을 오염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건축 자체가 제한되는 지하수자원보전 1등급 지역에 공단이 지어지면 막대한 오폐수가 용암동굴계를 따라 해안가 마을까지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도민에게 아주 심각한 생존권 위협입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의 자연재해로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기후 재난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현실에서 각국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숲을 늘려나가 1.5도 상승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제주도정은 탄소중립선도도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홍보하면서 어떻게 세계자연유산마을에 화북공단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지, 이것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민과 세계인을 기망하는 행위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곶자왈을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입니다.
오늘도 숲은 울창하고 아이들은 뛰놉니다.
우리의 소박한 바람은 사랑하는 존재들과 그저 평화롭게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저희 덕천리 주민들은 세계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세계자연유산 지역에 화북공단이 이전되는 것을 결단코 반대합니다.
2024년 11월 26일
-화북공단 이전을 반대하는 세계자연유산마을 덕천리 주민 일동 (외 서명 17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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