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정은 월정리 해녀 등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이 된 동부하수처리장의 용량을 늘리는 공사를 재개했다. 마을회와 협의를 했다는 것. 이후 마을회관 신축, 벽화마을조성 사업 등을 상생사업으로 제시했다. 하수처리장으로 인한 바다 오염과 및 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 온 해녀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공사가 재개됐으나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공사가 재개됐다 중단되길 여러 차례. 이제 대법원의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오영훈 도정은 화북공업지역 이전 지역으로 구좌읍 덕천리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우려와 주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긴 시간 갈등을 겪어 온 월정리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북공업지역 이전 후보지로 검토 중인 지역은 세계자연유산마을이자 멸종위기종 서식지로서 국제적 보전 가치가 높은 곶자왈 생태계가 잘 유지돼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중산간 지역인 덕천리 일대에 공업지역이 들어서면 용암동굴계와 연계된 지하수, 희귀 식물종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삶의 질마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 단체인 ㈔곶자왈사람들의 조사 결과, 덕천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거문오름 곶자왈에서만 확인되는 멸종위기 Ⅰ급 식물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백서향나무’, ‘나도고사리삼’, ‘새우난초’, ‘야고’, ‘백량금’ 등 다수의 국가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식물은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생태계 1·2등급으로 분류되는 종들이다.
곶자왈사람들은 지난 17일 오영훈 제주도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래는 그 내용 중 일부다.
"제주도는 곶자왈이 중요하다며 말로 앞세울 뿐 곶자왈을 파괴하려 한다. 아직도 곶자왈을 개발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현실 앞에서 허탈함과 분노가 치민다. 언제까지 곶자왈이 개발로 사려져야 하는지. 언제까지 ‘말뿐인 보전’을 외칠 셈인지. 제주도는 곶자왈의 가치를 아는지, 곶자왈이 정녕 지켜져야 할 소중한 자연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제주도의 미래는 제주의 환경자산 보전에 있다. 이에 공감한다면 당장 곶자왈 보전에 역행하는 화북공업단지 이전 후보지 검토를 전면 중단하라."
덕천리 일대는 풍부한 오름군락과 용암동굴, 습지 등이 발달한 세계자연유산마을 밀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녹색당은 "도내 세계자연유산마을 7개 중 하나로 선정된 덕천리는 주변에 경관이 뛰어난 오름이 많고 북오름 동굴, 용암동굴, 습지, 곶자왈 등이 발달돼 보존 가치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런 곳을 후보지로 거론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절차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제주녹색당은 "도는 덕천리에서 지난달 3일 이전 계획 설명회를 열었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개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참여한 주민들에게는 공업지역 이전에 따른 문제점보다는 근린 생활 시설을 지어준다거나 나무를 심어 분진을 막겠다는 계획을 강조하며 설득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월정리 하수처리장 공사로 인한 갈등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현재 마을 주민들은 "화북·삼양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한다며 중산간 마을을 희생해선 안 된다"며 공업지역이전 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북공업지역 이전 논의가 20년 넘게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해법을 찾지 못한 제주도정의 정책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후된 화북공업지역을 환경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해 주민 민원을 줄이고, 문화예술 인프라를 접목해 명소로 탈바꿈한 사례(전주 팔복예술공장 등)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굳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중산간 지역을 훼손하지 않고, 도심 재생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화북공업지역 이전은 오영훈 제주지사가 내세운 ‘15분 도시’ 공약과도 상충한다. 공업지역의 외곽 이전으로 인한 출퇴근 시간 증가, 도로 확장에 따른 녹지 훼손 등은 15분 도시의 기본 철학인 ‘탄소중립’과 ‘친환경 생활권 확대’에 정면 배치된다.
결국 덕천리와 같은 세계자연유산마을에 공업지역을 들이려는 시도는 환경·경제·주민정서 측면에서 모두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길고 긴(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공사로 인한 갈등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답해야 한다. 생태계 훼손과 주민 갈등, 그리고 15분 도시 공약과의 괴리를 고려할 때, 제주도는 기존 화북공업지역 현대화 및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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