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25년 임금협상 결렬시 다음달 6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의 파업은 연례행사 정도로만 여겨지고, 급식·돌봄 현장 혼선 등 그로 인한 불편함이 우선 부각되고 있다. 왜 학교 비정규직들은 매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내미는 것일까. <제주투데이>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제주도내 교육공무직 6명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는 5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지난 14일 수능 당일 중앙여고 근처에서 2년째 근무 중인 특수교육실무원 이성숙씨를 만났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4일 수능 당일 중앙여고 근처에서 2년째 근무 중인 특수교육실무원 이성숙씨를 만났다. (사진=박지희 기자)

"'너희 파업을 해마다 하더라.' 어떤 특수교사분은 저희한테 거꾸로 따져물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느닷없이 파업할 거라고 통보한 게 아니라, 협상을 해보다가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거든요. 이렇게라도 안하면 아무도 몰라주니까요."

지난 14일 수능 당일 중앙여고에 2년째 근무 중인 특수교육실무원 이성숙씨를 만났다. 서귀포온성학교에서 3년 일한 것을 더하면 올해 5년차, 베테랑이다. "저보다 경력이 오래되신 분도 많은데 다들 인터뷰는 꺼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총대 메고 나왔어요."

제주도내 186명의 특수교육실무원(이하 실무원)들은 장애를 갖고 있는 특수학생들을 대상으로 담당 교사를 도와 실무를 맡는다. 교사가 실질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면, 실무원들은 학생이 그 내용을 배우는 과정에 함께하면서 어려운 부분을 돕는다. 

현행법상 특수학급 1곳당 학생 수는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인데 인력이 부족해 이를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학교급에 따라, 담당하고 있는 학생의 장애 정도에 따라 업무도 조금씩 다르다.

가령 손이 불편한 학생이라면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수행평가에서 대필을 하기도 한다. 휠체어를 타는 학생이라면 이동수업시 교구를 대신 챙겨 옮겨준다. 따로 마련된 특수학급 수업에는 투입돼 교실에서 교수학습을 지원한다.

하교시간이 되면 재활치료를 하러 병원으로 가는 학생을 활동지원사에게 맡기는 일까지. 대소변, 식사, 탈착의 등 신변처리는 기본이다. 의사소통이나 신체사용이 어려운 학생들의 손발과 목소리가 되어주는 셈이다.

성숙씨가 인터뷰 도중 보여준 엄지손가락은 어딘가 불편해보였다. 3년 전 특수학교 전공과 학생을 담당하던 시절 힘줄이 영구손상됐기 때문이다. 20대 중반대 남학생 한 명이 자신의 등으로 달려와 부딪히면서 살점이 뜯기면서다.

"달려오던 속도를 못이겨서 그랬겠죠. 동료 선생님들이 여러 원인에 의해 다쳐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실무원을 때리거나 물어뜯는 학생들이 종종 있거든요. 심지어 자신이 때려서 넘어진 실무원을 발로 밟던 학생도 봤고요. 학생들이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성숙씨는 교사와 실무원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교육공무직노조 제주지부 특수교육분과 부분과장인 그는 같은 실무원들의 고충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휴게시간 보장이 안되고 있는 사례, 또 교사와 실무원 사이 모호한 업무의 경계로 일부 교사들의 일방적인 지시를 받는 사례도 있다고.

"아이들 안전에 대한 책임은 교사에게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떠넘길 순 없어요. 그런데 수학여행·수련회 때, 그러니까 낯선 환경에서 학생들한테 눈을 떼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증도가 높은 학생을 실무원에게 다 맡기는 곳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성숙씨는 타 시도교육청의 경우, 초과 근무시간에 대한 보상이 어려운 대신 동숙수당을 늘린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추가 수당신설은 당분간 계획에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휠체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휠체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최근 실무원들 사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건 '생존수영' 교육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학교 초등 3~6학년을 대상으로 학교.지역 수영장, 인근 해수욕장에서 입수형 실기교육을 10시간씩 진행토록 하고 있다. 지도 강사와 안전요원이 따로 배치된다. 특수학생도 이 수업을 듣는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실무원들에게 물에 같이 들어가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성숙씨는 설명했다.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비장애 학생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거든요. 몸이 불편하니 더 겁낼 수 있고,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잖아요. 저희가 담당하는 학생들은 비장애 아이들처럼 혼자 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 챙겨줘야 하거든요. 그럼 저희는 따로 씻을 시간이 없는 거죠."

"여기서 월경 기간까지 겹치면 더 난처해져요. 특히 실무원들은 대부분 여성이거든요." 성숙씨가 말을 이어갔다.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비단 특수교육직에만 보이는 경향은 아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3월 진행한 온라인 내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1335명 가운데 98%(1308명)이 여성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96.6%는 '교육공무직처럼 대부분이 여성인 직업군은 그 일의 사회적 가치나 역량에 비해 임금이 낮고 저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숙씨도 방학이 가장 큰 제약이라고 말했다. 특수교육실무사도 급식실 조리사·조리실무사와 마찬가지로 방학 중 비근무 직종이다. "저희도 생계를 일궈나가는 사람이니 굶을 수는 없잖아요. 아르바이트도 마땅치 않고 ... 그렇다고 두달 반 동안 마냥 놀면서 월급 받겠다는 선생님도 없을 거에요. 방학 중 개학 준비일 등 근무일수를 늘려 학기 중에 바빠서 못한 업무도 하고, 의무연수도 들을 수 있게 차차 상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전산교육, 과학실험·발명식습 등 교육업무를 지원하는 교육업무실무원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특수학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실무원 △기숙사 사감 역시 방학 중 비근무 직종이다.

"'아이들 생각하는 건 진심이지 않냐, 걱정 말고 싸우고 오라'고 지지해주는 교사도 많아요. 저를 비롯한 실무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숭고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애로 불편하게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불편함을 채워주는 일이잖아요. 우리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이 교실에 앉아있을 수 있는 건 우리가 뒤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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