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25년 임금협상 결렬시 다음달 6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의 파업은 연례행사 정도로만 여겨지고, 급식·돌봄 현장 혼선 등 그로 인한 불편함이 우선 부각되고 있다. 왜 학교 비정규직들은 매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내미는 것일까. <제주투데이>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제주도내 교육공무직 6명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는 5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파업한다고 하면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실제로 불편해 하는 동료도 있고요. 그런데 누가 욕 먹고 싶고, 아이들 내버려두고 싶겠어요. 교육청의 태도가 길바닥으로 내보내는 것 같아요." 지난 17일 취재진과 만난 임지현(47)씨가 말했다. 제주제일중에 근무 중인 14년차 교육복지사다.
학교는 더이상 교수학습만 이뤄지는 곳이 아니다. 지역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시대다. 제주도교육청도 2017년부터 '제주형 교육복지'를 하겠다며 종합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19년 꾸려진 조직이 '혼디거념팀'으로, 현재 학생맞춤통합지원팀의 전신이다.
이 팀의 실무를 담당하는 교육복지사(이하 복지사)는 학교 관리자인 교감과 담당자와 함께 학습부진, 정서행동, 학업중단, 자살예방, 중독 등 위기학생을 종합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주에는 32명의 복지사가 있다. 192개의 학교 중 26개의 초·중학교에, 도교육청과 제주시·서귀포시 교육지원청에 각각 2명씩 배치돼 있다. 보통 상담교사가 없고 규모가 큰 학교에 배치되며, 복지사 1명당 평균 100명의 학생을 맡고 있다.
각 학급 담임교사로부터 요청을 받거나, 지역아동센터·동사무소 등 기관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복지사들이 나선다. 해당 학생과 담임교사, 학부모 등과의 면담, 가정방문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후 팀 회의에 돌입한다. 지원 방향이나 방식 등을 협의하고, 실무는 복지사가 맡는다.
"와닿지 않으시죠. 저도 이 일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일이더라고요." 지현씨는 학교 내에 작은 복지관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강조했다.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심리치료기관에 연계하고, 학교 예산으로 어려운 규모면 지역 기관 사업을 받아오기도 한다. 상담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도 한다. 학생들이 낙인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방향으로 구성하기 위해 골머리를 쓴다. 지현씨는 과거 지원하던 학생을 떠올리며 취재진에 설명을 이어갔다.
"한 학생이 '예민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담임교사의 지원요청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그 학생은 뚜렷한 거주지 없이 아버지랑 폐차 직전 차에서 살면서 방랑생활을 하고있던 거에요. 어머니는 돌아가신 상태였고요. 그런데 아버지도 '돈 벌고 오겠다'며 떠난 거죠.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형은 친구네 집을 전전하고 있었고요. 상담 당시 학생은 쉽사리 말하기 어려웠는지 처음에 저에게 '여관에 살고 있다'고 둘러댔어요. 막상 찾아가보니까 없는 거에요."
당시 그는 쉼터에 임시보호 연계를 했고, 학생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중장기 쉼터에 연계했다고 했다. 의료부터 생계비 등 긴급지원은 물론 학교 차원에서 학생을 위한 모금도 벌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지금 어엿한 성인이 돼서 군대 가있거든요. 흐뭇하죠. 이외에도 시간이 한참 지나서 학생들에게 연락이 올 때가 많아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지내고 있으면 보람이 있죠."
이외에도 저희가 만나는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달, 1년 지원한다고 해서 마음의 문을 열 리가 만무하다. 복지사는 학생 개개인을 장기간 지켜보면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많거든요. 그걸 찾아서 제공하는 일이 제 일이죠."
이처럼 교육 복지의 최전선에 있다보니 도내 학교에서 복지사 배치 요구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원은 크게 늘지 않고 있고, 대우도 낮다. 다만, 교육계에서 복지를 강조하면서부터 복지사에 대한 눈에 보이는 차별은 점차 사라졌다고 지연씨는 평가했다. 업무시 교사, 교감과 직접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점도 그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지현씨는 도교육청이 공무직을 학교를 구성하는 교직원의 일원으로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직 관련한 법률이 아직 없거든요. 규모 커지고 있는데 제도 마련이 안되고 있는 거죠. 무언가를 요구하면 교육청은 '법적 근거가 없으니 해줄 수 없다'는 식이고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임금이다. 물가는 갈 수록 오르지만 기본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무원과 같은 임금을 달라는 말이 절대 아니에요. 교육청이 우리 역시 학교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구성원들과 차별하면 안되는 기본적인 영역이 있다는 거죠. 저희도 공정한 채용을 거쳐서 들어온 건 분명하거든요."
특히 복지사의 경우, 2014년 임금보수 체계 변경으로 기본급이 대폭 깎인 직종 중 하나다. 기본급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일례로 유급병가의 경우, 교원과 공무원은 60일, 교육공무직은 40일이다. 이것 또한 여러 협상을 거쳐 얻어낸 결과다. 하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명절휴가비만 놓고 봐도 기본급과 연계해 기준이 설정된 정규직과 달리, 교육공무직은 정액으로 설정돼 있다. 올해 기준 170만원으로, 정규직 9급 10호봉 기준 286만원과 비교했을 때 110만원의 격차가 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복리후생비는 직무와 무관하게 북리후생 내지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라며 "공무원과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합리적인 지급기준을 마련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힘들 때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돼요. 하지만 이러한 동기만으로 일하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교육청 측에서도 재정이 어렵고, 공무직들은 본인 살림이 어려운 점이 대치되고 있어요. 이건 누구의 문제도 아니고 서로 양보하면서 접점을 찾아가야 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대안 제시는 커녕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니 곤란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도 학생들을 정말 위하고 있는 점을 존중해줬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