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25년 임금협상 결렬시 다음달 6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의 파업은 연례행사 정도로만 여겨지고, 급식·돌봄 현장 혼선 등 그로 인한 불편함이 우선 부각되고 있다. 왜 학교 비정규직들은 매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내미는 것일까. <제주투데이>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제주도내 교육공무직 6명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는 5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커요. 인간으로서의 권리만 지켜줘도 이렇게까지 울부짖지는 않을 것 같아요. 법 테두리 안에서 보장된 권리가, 제대로 된 처우가 이뤄지면 왜 파업을 하겠어요."
지난 19일 오후 6시 한림초 돌봄교실에서 만난 돌봄전담사 이윤영(46)씨가 한 맺힌 목소리로 토로했다. 그는 2015년부터 도내 돌봄 현장에서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시간 동안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맡고 있다.
현장에 입성한 건 8시간 무기계약직과 주 15시간 미만 계약직, 주 20시간 간접고용으로 돌봄전담사를 채용하던 때였다. 대체 전담사로 일하다 공식 채용 절차를 통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한림초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접기, 미술, 보드게임, 야외 활동 등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진행하는 건 기본이다. 사정에 따라서는 외부 강사를 직접 초빙하기도 한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윤영씨와 같은 도내 283명의 돌봄전담사가 초등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277곳의 돌봄교실(110개 학교)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은 6783명으로, 지난해보다 716명 늘어나는 등 수요도 늘고 있다.
전담사는 각각의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저학년 대상인 만큼 아이들의 상태 점검도 필수다. 그는 "제 아이들만 봐도 돌봄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4명의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고, 직업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선택할 만큼 '아이' 자체를 애정하는 윤영씨다.
"어른들 눈에는 시시한 놀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줘야 해요. 전담사가 어떻게 품는지에 따라 아이들이 눈빛이나 태도가 바뀌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죠."
그러나 윤영씨는 현재 돌봄 현장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학급당 25명의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밀려드는 행정 업무다. 해가 지날 수록 처리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예산 등 익숙하지 않은 분야 처리에는 시간이 든다고 했다. 그 동안 아이들은 방치된다.
그가 이날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든 이유와도 닿아있다.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벌인지 닷새째인 이날 돌봄전담사를 비롯한 교육공무직원은 오전 9시부터 30여분간 피켓팅을 진행했는데, 윤영씨는 '모든 전담사 8시간 전일제 전환'을 요구했다. 현재는 8시간 전일제와 6시간 시간제 근무자로 나뉜다.
그는 "시간제 전담사는 휴게시간이나 청소 시간은 물론 아이를 돌보는 데도 턱없이 부족한 근무시간"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제주의 경우 행정과 돌봄에 대한 업무 시간이 나눠져 있다. 타 시도에 비해 나은 처지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접근 방식을 연구하고 싶어도 행정 처리를 하다보면 그럴 수가 없어요. 잊어버릴까봐 맞춰둔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려요. 겨우 1~2학년이라 일일히 챙겨줘야 할 일도 많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얘들아, 잠시만. 선생님 이것만 보낼게' 말하면서 책상에 앉고 있는 제가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초과근무도 잦은데, 시간제 전담사는 더 심하거든요."
올해 2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는 늘봄학교에 대해서도 묻자 윤영씨가 한숨을 쉬었다. "저희 실무자들도 언론보도 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있어요. 답답하죠."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초등 1학년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그는 현재 돌봄과 늘봄이 별개로 진행 중인데, 명확한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현장이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늘봄에는 기간제로 채용된 분들이 퇴직 교원이 많은데, 은근히 전담사에게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좋은지 모르겠어요. 특히 신학기에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 현재 출산율도 저조하고, 입학율도 줄어드는 데다가 늘봄학교까지 있으니,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도교육청은 돌봄 관련 개선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러한 현장에서 전담사의 휴식은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너무 지치거나, 집에 일이 있으면 연가를 쓸 수 있잖아요. 복무규정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관리자들이 눈치를 줄 때가 있어서 대체인력을 스스로 구해야 해요. 그러면 다른 선생님들한테 머리를 조아리면서 부탁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과로가 지속되다 월급날 급여명세서를 보면 시쳇말로 '현타'가 온다. 터무니 없이 낮은 기본급도 기본급이지만, 명절상여금 내역을 보면 비참해진다고 윤영씨는 말했다. "교육공무직 인원이 많으니 백번 양보해서 기본급 인상은 괜찮다고 쳐요. 그런데 명절은 1년에 한 두번이잖아요. 저도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학교에 들어왔고, 정말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는데 이런 걸로 차별을 받을 때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죠."
"저는 돌보는 일이 천직이고,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일을 지속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돌봄전담사에 대한 처우와 임금체계 개선이 안된 채로 일을 지속해야 한다면 장담 못하겠어요. 도교육청이 저희를 필요할 때만 쏙쏙 빼먹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내버려두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미래 세대를 키우는 중책을 맡겨둔 만큼, 적어도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