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25년 임금협상 결렬시 다음달 6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의 파업은 연례행사 정도로만 여겨지고, 급식·돌봄 현장 혼선 등 그로 인한 불편함이 우선 부각되고 있다. 왜 학교 비정규직들은 매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내미는 것일까. <제주투데이>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제주도내 교육공무직 6명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는 5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제 상황도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동료들이 좋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경우를 보면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파업에 동참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지난 20일 취재진과 만난 학교 청소원 김수영(가명)씨가 말했다.
수영씨를 비롯해 제주도내 학교 곳곳에서 일하는 206명의 청소원은 말 그대로 학교를 청소하는 일을 한다. 화장실부터 복도, 계단, 음수대 등 학교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들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수영씨는 지난 2022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뭍지방에서 영양사로 일하다가 제주로 터를 옮기면서 선택한 직업이었다. 일을 하면 '깨끗함'이라는 성과가 즉각적으로 보이는 게 좋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1200여명이 재학 중인 학교를 또다른 동료와 2명이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몸이 너무 상해서 이 일을 그만 두고 싶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 모 초등학교에서의 근무가 끝난 직후 인터뷰에 응한 그는 양 손목에 보호대를 두르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을 매만지며 설명을 이어갔다. 손가락 모양이 뒤틀린 상태였다.
"걸레를 짜는 행위를 반복한 탓에 변형이 온 것 같아요. 저는 양반이죠. 옆 학교 청소원 선생님은 팔꿈치가 퉁퉁 부어올랐더라고요. 화장실 거울을 닦거나, 바닥을 밀대로 닦는 작업을 반복하다보니 염증이 생긴 거죠. 무거운 쓰레기를 버리고, 쪼그려 앉고, 큰 거울을 닦고 ... 힘 쓰는 일이 많다보니 관절이 안좋아질 수밖에 없죠. 파스를 달고사는 선생님들이 대다수에요. "급식, 특수교육 직종 등 타 교육공무직 직종과 마찬가지로 병가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수영씨는 "학생 상대 공공장소 예절교육이 절실하다"고도 호소했다. 가장 골치 아픈 건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벌인 장난을 처리하는 일이다. 공용 휴지를 둘둘 말아서 변기에 집어넣거나, 물 적신 휴지를 천장이나 벽 타일에 던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장난을 친다고 설명했다. 치우는 건 청소원의 몫이다.
또 청소원 채용도 제주도교육청보다 각 학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청소 외에도 자질구레한 일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내용 상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및 배출 조항 외에도 '기타 학교장이 지정하는 업무' 조항 때문이다.
그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히 육체노동을 하등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학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거든요. 누가 직업에 대해 물어보면 청소하는 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해요. 복장도 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완전히 구분하고 있고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 보면 자신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도 어른들의 시선은 참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청소원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직접적으로 들으면 가슴이 무너지죠."
이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서도 드러난다. 청소원은 학교 무기계약직 중에서도 교육공무직이 아닌 특수운영직에 속한다. 급여 체계도 다르다. 기본급만 놓고 보면 교육공무직 2유형과 똑같이 받지만 근속수당이 없다. 상여금도 교육공무직의 50% 수준에 그친다.
2년에 한번씩 이뤄지는 단체교섭이 올해 이뤄지는 만큼, 유형 편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씨는 지난 여름방학 시기부터 상시직 전환이 된 점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제각각인 근무시간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청소원 근무시간은 4시간부터 8시간 사이로, 학교 규모마다 다르다.
"청소는 정말 기본적인 일이잖아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죠. 하루만 청소를 못해도 난장판이 되거든요. 학교라면 기본적인 사람 대우는 해주는 게 맞다고 봐요. 아이들이 사회을 인식하는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 "선생님 금방 돌보러 갈게" 밀려드는 행정업무에 방치되는 아이들
-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 교육복지 최전선에도 드리운 차별
- 장애학생 손발 되어주지만 ... "이렇게라도 안하면 몰라주니까"
- 근육이완제는 필수, 병가는 사치 ... 격무에 망가지는 급식노동자
- 우리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 ... 12월 6일, 제주 학교 급식 멈출까
- "최저임금 못 미치는 기본급" 제주 학교 비정규직 6일 총파업 예고
- "최저임금 미달 기본급 정상화" 제주 교육공무직 6일 총파업
- 제주학비연대 "교육감, 기본급 정상화 위한 임금교섭 타결 나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