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정작 이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이라는 본질적인 논의를 가로막아 왔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고시를 무리하게 변경한다는 의혹이 이러한 본질적 논의를 덮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이 과연 제주도에 필요한 것인지, 환경적·전력계통 측면에서 적절한 입지를 갖춘 것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2.6GW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이처럼 핵심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풍력 발전 이익을 도민에게 제대로 환원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질문 2. 생산된 전기는 어디로 보낼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가?
전기 생산은 수요에 맞춰야 한다. 수요보다 부족하면 정전이 발생하고, 반대로 과잉 생산은 전력 품질 저하로 이어져 전력계통이나 전자기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제주도의 2024년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1,179MW였으며, 이때 예비율은 22.2%로 정부 기준(13%)을 훨씬 상회했다. 여름철 한두 달을 제외하면 예비율은 35%를 넘고, 2023년 11월에는 70%에 달하기도 했다.
즉, 제주도는 수요보다 전기 생산이 과잉인 상태다. 이로 인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출력제어를 당하거나 실시간 입찰에서 배제당하는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2.6GW 규모의 추가 발전설비를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러한 전력과잉 상황에서 가능한 해법은 첫째, 제주지역 화력발전의 유연한 가동 중지 또는 노후설비의 단계적 퇴출. 둘째, 잉여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BESS)의 확충. 셋째, 스마트 그리드 도입과 송전망 용량 증설을 통해 수용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특히 송전망 용량 증설은 제주도 내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남는 전력을 전라남도를 거쳐 수도권까지 이송시킬 수 있는 전력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이와 같은 내용들이 추진중이긴 하나 명확하게 답이 나와 있는 것은 아직 없다. 물론 제주와 전라남도에서 수도권으로 연결하는 송전망 계획이 있고 이것이 곧 시작된다고 하나 이 계획은 지금 추진을 시작해도 완공까지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계획에 편승하게 되면 재생에너지로 제주도를 에너지자립 섬으로 만들자는 기본 취지 즉 쓸 만큼만 생산하자는 전제가 깨지게 된다.
공공주도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추진하면서도 이와 같은 계통연계 인프라 계획이 없다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사업의 추진에 있어 제대로 된 현실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다르지 않다. 적정규모 산정조차 없이 그저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의 기존 사업계획을 담기 바빴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제주도는 전기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이다. 제주도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면 전라남도로 보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전라남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로 지역 경제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자도에서 올라올 전기를 받기 쉽지 않다.
현재까지의 계획으로 보아, 추자도 전기를 통해 제주에서 남는 전기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자는 구상만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 중심으로 청정수소로 정책 전환이 빠르게 이행되는 상황에서 그린수소 계획이 성공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막대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할 대규모 시설을 제주도에 설치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무리한 대규모 사업의 추진이 아니라, 제주 전력 수요와 계통 현실을 감안한 현실적인 사업 규모 설정과 구체적인 연계계획 수립이다. 수백 MW 단위의 실현 가능한 중규모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화력발전 감축이나 에너지저장 확대, 계통망 구축 등 명확한 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확보하고 여건을 갖춘 후 민간사업자를 유치하는 기존 공공주도 1.0 풍력 개발 계획 방식으로 복원도 검토해야 한다. 이 방식이 현재의 불확실성에 가장 타당한 대응 방식이다.
지금처럼 계획은 부실한데 사업권만 서둘러 확보하려는 방식은 결국 사업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속도가 아니라,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