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의 행정을 '마이크 정치'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환경 및 대중교통 관련 행정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공고해진다. 정책 실현은 거리가 멀어 보이고 마이크를 통해 내뱉은 그럴듯한 구호만 남아 겉돈다.
차 없는 걷기 축제가 대표적이다. 오영훈 지사는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빠르게 집행하기보다 차 없는 걷기 축제를 만들고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이 같은 캠페인은 실제 행정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이고 발빠른 행정은 보이지 않는다. 오영훈 지사 임기는 그렇게 3년이 지나갔다. 지금 도시 풍경은 어떤가.
걷기 좋은 도시'의 기본은 가로수와 대중교통이다. 제주의 가로수 조성 상황이나, 대중교통 편의성은 한심한 수준이다. 그 누구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이 여름 작열하는 태양을 받으며 길을 걸어가는 시민을 붙잡고 물어보라. 제주는 걷기 좋은 도시냐고.
오영훈 도정은 6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한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이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600만 그루 중 큰나무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바람숲길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는 현장을 가보면 가로수를 새로 식재할 수 있는 식수대를 늘려나가기보다 기존 가로수 그늘 아래 키작은 관목들을 여러 그루 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전형적인 숫자 늘리기 정책이다. 이런 식이라면 제주도에 나무 6억 그루를 심는다 해도 시민들은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걷기 축제도 그렇다. 오영훈 도정은 첫 걷기 축제 당시 애초 버스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축제를 진행하면서 많은 힐난을 받았다. 걷기 축제를 하러 자동차를 몰고 가야 한다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거기에 더해 애꿎은 공무원들은 도지사의 생색내기 축제를 위해 휴일에도 동원되고 있지 않는가.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이런 축제를 진행하는 것보다,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 아쉽다.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의 한 예로, 매달 하루 '버스요금 무료의 날'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제주의 버스 이용률이 처참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 된 제주도는 버스 이용률을 높이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탄소중립도시의 핵심은 대중교통 활성화에 있다. 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만 한다.
제주도가 올해 걷기 축제 예산은 3억원이다. 3억원. 약 25만명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돈을 쓰며 걷기 축제를 개최한들 참가자들이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가서 잠시 축제에 참여하는 형국 아닌가. 시민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환경수도나, 탄소중립도시 등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지자체장이 해야 할 기본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자가용 자동차에 길들여진 도민들은 자신의 동네에 대체 몇 번 버스가 다니는지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심각하다 할 수 있다. 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버스요금 무료의 날은 '걷기 축제'보다 훨씬 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소한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 몇 번 버스가 다니는지,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고 지낼 수 있을 때까지, 버스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한편, 세종시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 이용률을 3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버스 이용률 목표는 한심한 지경이다. 제4차 제주도 대중교통계획(2022~2026)에 따르면 목표는 11%대인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칭 세계환경수도, 탄소중립도시 같은 이름들이 남사스럽지 않은가. 뭐라도 하자. 캠페인은 빼고. 실효성을 지닌 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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