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재생, 그 다음은?
성공한 도시재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사람들이 많이 찾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 도시재생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거주민들이 삶터에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관광객들로 인해 주거 환경이 악화하는 투어리피케이션 문제는 그저 '나중'의 일로 치부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재생은 시각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경관개선 사업(벽화나 현란한 조명시설 등이 여기에 속한다)과 상권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거점시설 신축이나 기존 건축물 리모델링을 통한 도시활성화 아이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눈에 '예쁘게' 보이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공간 활용 방안이나 공간 활용 역량 등은 과대평가하며 추진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런 경우, 활용되지 않는 그 '예쁜' 공간들이 빈 상태로 남기도 한다.
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행정 당국의 생색내기식 사업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도시재생 공모사업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는, 사업이 실패했다고 재차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주민과 상인들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실패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포항시 중앙동 상가의 경우를 보자. 포항시는 중앙상가 경관을 개선하고 야시장을 운영하는 내용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여러 지자체 전통시장에서 추진하고 있듯 상권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사업이다. 연중 무휴 야시장을 기획했다. 관련해서 검색해보면 포항시 중앙상가 야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주투데이 취재진이 직접 가보니 야시장은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야시장이 매일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1년 중 여름 한철 이벤트성 행사로 이어지면서, 야시장을 통한 상권 활성화는 기대만큼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취재진과 얘기를 나눈 상인들은 사업 결과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았다. 한 패션 브랜드 매장 점주는 야시장에서 풍기는 음식냄새가 옷에 밸 수 있다며 야시장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야시장 운영을 목적으로 조명 시설 등을 설치했는데, 이 시설들은 낮에 보면 철제 기둥과 그 위에 올려진 조명 시설들은 거리 미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낮이 아닌 야간 경관을 목적으로 조명 시설을 받치는 철제 기둥들을 상가 가운데 세운 탓이다.(차라리 나무들을 심었다면 사계절 내내 운치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상권 활성화에도 경관 개선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빈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도시재생 아이템 기획과 실제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도시재생 아이템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며 관련 예산을 따오기도 어렵다. 공 들여 만든 기회를 날려버리는 셈이다.
#원도심의 고령화는 변수 아닌 상수다
현재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다양한 유형으로 세분화돼 추진되고 있다. 그런 만큼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로 바라봐야 한다. 다만 몇 가지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재생 사업 기획 단계와 사업 종료 후 관리에 주민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참여하는지 여부다.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지역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반론이 나오기 어렵다.
다만 행정에서는 이미 고령화된 지역에서 주민들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맡아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사업 완료 후 주민들이 공동으로 수익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운영하기도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협동조합 운영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며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험난한 경우도 많다.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와해되어버리는 경우도 확인된다. 협동조합을 운영해본 적 없는 고령의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대로 운영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 무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 주민들의 고령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이다.
주민들을 어떻게 도시재생 사업의 추진 주체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인지, 도시재생 사업 종료 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처음부터 행정의 몫이다.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기획과 관리에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사업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국비 따내기에 혈안이 된 도시재생 사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민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장 국비를 따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행정 당국이나 중간 지원 조직이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도시재생대학 같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는 있다. 물론,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