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2 공공주택지구 부지(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화북2 공공주택지구 부지(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원도심 '진공효과' 유발하는 도시팽창

인구감소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만 한국의 도시팽창 정책은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주도를 보더라도 그렇다. 가령, 제주시 화북2 주택지구에 약 1만2650명(5500세대)을 수용하는 수준의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면적으로는 92만4000여㎡(27만9000여평) 규모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이 사업을 2033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 전에는 대규모 도시공원 민간특례 아파트 단지들도 들어설 예정이다.

원도심의 위축을 막겠다는 정책이 없는 것는 아니다. 도시팽창 정책을 펼치면서 노후한 원도심을 재생시킨다는 명분으로 혈세를 다시 투입하며 도시팽창의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한 사업을 펼친다. 도시재생 사업에 만만치 않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성과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며, 대체로 시원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대의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인한 인구유출 즉, 원도심의 진공화를 도시재생 사업으로 막는 것이 쉬울 리 없다.

#도시재생, 성과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원도심은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한 지역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다른 지역에서 고스란히 이식한다고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도시재생 우수 사례로 거론되던 지역들을 실제 찾아가 보면 더 이상 성공 사례라고 말할 수 없는, 오히려 실패 사례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지역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당장 부각되기 쉬운 거점시설을 건설하거나 도시 경관을 바꾸는 것은 사업 초기에 성과를 과시하기에 용이하다. 경관에 변화를 주는 가장 쉬운 수단으로 유행했던 벽화나 루미나리에(조명) 조성 사업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잔뜩 분칠을 한 ‘도시재생’의 맨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다. 무엇을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목포시 호남동 낙후한 상가거리에 세워진 루미나리에 시설은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목포시 호남동 낙후한 상가거리에 세워진 루미나리에 시설은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은 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 경우도 확인된다. 흔히 거주민의 이탈을 야기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넘치는 관광객들로 인한 일상의 침해를 뜻하는 투어리피케이션이 대표적이다. 도시재생 사업 지역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을 정도로 대중적 관심을 촉발하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애초 그만한 성과를 올리는 도시재생 사업 자체가 많지 않다.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곳은 서울시 등 대도심에 편중된다. 지방의 도시재생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로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을 거론할 만하다.

동피랑마을은 마을 재생의 우수사례로 오랫동안 거론되어온 지역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때, 주민들이 재개발 사업을 막고자 직접 협의회를 꾸리며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바닷가 산중턱에 위치한 오래된 마을 전체를 남해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변신시켰다. 마을과 함께 인근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었다.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후한 거주지에서 살아가는 거주민들의 일상은 관광객들의 여행 사진용 피사체가 됐다. 주민들의 집은 카페 등 상업시설로 대체됐다.

통영 동피랑마을이 관광 상권으로 변한 후 기존 거주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터전을 떠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 살던 이들은 조금 오른 가격에 집을 팔고 살기에 편한 지역으로 옮겼을 것이다. 세를 들어 살던 이들은 더 나은 곳으로 이전했을까. 오히려 더 노후한 지역으로 터전을 옮기지는 않았을까.

사실 산비탈을 따라난 골목 마을은 아파트 재개발 대상지로만 여겨질 뿐, 재생할 다른 방안은 마땅치 않았다. 이에 통영 동피랑마을은 강력한 롤모델이 되어 왔다.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해 벽화를 그리고 카페와 소규모 공방 등 젊은 세대의 취향을 담아낸 마을 조성 방안은 여전히 전국 각지에 도입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는 목포와 부산, 동해 등에서도 추진됐다. 사업의 부작용은 역시 대도시인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며 도시재생의 우수 사례로 평가받던 곳이다. 그 결과, 감천문화마을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한 주택은 10년 만에 평당 가격이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부산 사하구 감내2로 감천문화마을 입구 어귀 한 단독주택. 1985년 지어진 슬레이트 지붕 구조의 이 노후 주택 토지면적당 단가는 평당(3.3㎡) 800만 원에 육박한다. 마을 도시재생 이전인 2008년에는 평당 78만 원이었지만, 마을이 도시재생으로 명성을 얻은 뒤 2015년과 2016년에는 평당 단가는 각각 475만 원, 780만 원으로 치솟았다."(부산일보, 2019-10-27)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거주민들은 카페에 밀려났다. 이렇듯, 어떤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일상을 바깥으로 몰아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도시재생 대상 지역들은 어떤 아이템으로 도시재생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도시재생인가라는 질문에 더 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의 적절성, 주민참여와 역량 강화, 갈등 관리 방안 수립 우선 되어야

제주투데이는 다양한 도시재생 사례들을 취재하면서 긍정적인 사례와 함께, 도시재생이라는 당위 속에 감춰진 문제점들도 확인했다. 지역의 특색과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주민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 주도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리 부실에 시달리는 사례도 접할 수 있었다. 갈등 조정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내실 없는 시설을 지어놓고 운영 및 관리에 허덕이는 경우도 만났다.

(사진=김재훈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강원도 동해시 동호지구 도시재생뉴딜사업의 경우를 보자. 160억 원을 쏟아부었다. 거점시설로 연필박물관과 주민들의 수익화를 위한 건물을 세우고, 조경 및 경관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수익 시설은 운영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경관이 개선된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혹시나 하고 찾아온 관광객들은 황당해 하며 발길을 돌렸다. 거점시설인 연필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자칫 지자체의 재정 부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직은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지자체들이 도시재생 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검토와 주민 간의 충분한 논의 없이 국비를 따내겠다는 목적만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수십~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도 실패할 도시재생 사업은 실패하고 만다.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자체들은 국비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비의 규모가 아니다.

해당 지역에 알맞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충분한 고민, 행정과 주민의 소통, 갈등 조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다. 늘 문제는 이와 같은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많은 지자체들이 그런 과정을 배제하고 성급히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일까. 국비 지원 도시재생 사업의 공모를 따내는 것 자체를 성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추진되거나 주민들이 갖고 있는 역량 등 현실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추진되는 도시재생 사업의 부작용을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