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2019년 들불축제의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가 '오름 불 놓기'를 뺀 제주들불축제를 추진 중인 가운데, 축제 개최지인 애월읍 주민들이 만든 해당 축제를 되살리는 주민조례가 발의되면서 기후·생태위기 대응 역행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조례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까지 지지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오는 10월 열리는 제432회 임시회에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지난 5월 28일 도의회에 청구된 이 조례안은 들불축제 지역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주민 등을 포함한 도민 1283명의 서명으로 청구됐다. 골자는 들불축제에서 주요 프로그램이었던 '오름 불놓기'를 다시 하자는 것이다. 

들불축제를 국내·외 관광상품으로서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을 재현하고 전통 농축문화를 계승하자는 논리다. 개최 시기는 3월에서 매년 정월대보름 시기로 변경하는 방안이 담겼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해당 조례안은 지난 23일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돼 문광위에 회부된 상태다.

그러나 이는 제주시가 숙의형 원탁회의 등을 거쳐 지난 6월 발표한 '2025 제주 들불축제 기본계획'과 배치된다.

지난해 4월 제주녹색당 등 청구인 749명이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 진행된 원탁회의 결과에 따르면 들불축제 유지 의견 50.8%, 폐지 의견은 41.2%였다.

제주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제주들불축제가 제주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 기후위기 시대,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제주시도 기본계획을 통해 '오름 불놓기'를 빼고 빛과 조명을 활용, 미디어월 형태로 내놓는 축제를 구상했다. 달집태우기를 소규모로 열어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다.

애월읍갑 지역구 의원인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이 29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애월읍갑 지역구 의원인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이 29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하지만 애월읍갑 지역구 의원인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탁회의 결과를 부정한 제주시는 도덕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고 위원장은 "들불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지정되는 등 27년 이상 개최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메인 콘텐츠를 지속 추진하기 위해 주민청구조례까지 발의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민청구조례야말로 그간 도 행정이 들불축제 개최에 대한 여론조사 및 숙의형 원탁회의 추진 및 결과 등 일련의 정책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 부족과 불신을 초래한 결과 주민들이 직접 조례 제정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르면 숙의형 정책청구 방법은 3가지가 있다. ①무작위 추출로 선발된 시민패널이 일정한 기간의 심사 숙고 과정을 거쳐 정책권고안을 도출하는 회의(시민배심원제) ②일정 수 이상의 주민 및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대상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회의 (원탁회의) ③여론조사(공론조사) 등이다. 

고 위원장은 이를 두고 "제주시가 정책권고안을 냈다는 것은 원탁회의가 아닌 시민배심원제를 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도지사는 원탁회의 결과를 보고하라고 문서를 내려보낸 것인데, 권고안을 제출했다"고 짚기도 했다. 권고안을 내고 따를 게 아니라 투표로 결정된 결과를 따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회부된 조례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상정여부 결정 혹은 심사도 하기 전부터 재의요구 검토에 대한 제주시 관계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도의회의 심의.의결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조례안 심사는 문광위 소속 위원들과 함께 원칙과 절차에 따라 내실있게 검토해 합리적으로 처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광위 위원장인 만큼 무조건 조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저는 상임위 7명 중 1명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부결되면 당연히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광위는 해당 조례에 대해 사전에 필요한 제반사항과 절차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조례안의 위원회 회의 상정 및 심사에 앞서 입법예고, 비용추계, 집행기관 의견 수렴, 조례안 법제검토 등이다. 당초 다음달 2일 열리는 제431일 임시회에서 다룰 예정이었으나,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순애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이와 관련해서 "그동안 이뤄졌던 축제의 형식을 유지하고 싶은 심정은 지역주민들은 깊이 공감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도의원이라면 주민간 이해관계를 원활하게 조정하는 역할도 있는데,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별 축제마다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소모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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