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16차 회의(COP16). (사진=UN Diodiversity SNS 갈무리)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16차 회의(COP16). (사진=UN Diodiversity SNS 갈무리)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16차 회의(COP16)가 오는 22일부터 11월2일(현지시각 10월21일~11월1일)까지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다. 

생물다양성협약은 1992년 5월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으로 얻어지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됐다. 협약 발효일은 1993년 12월29일이다. 우리나라도 1994년 10월3일에 이 협약에 가입했고, 당사국은 유럽연합을 포함 총 196개국이다. 

이 협약의 목적은 △유전자원에 대한 적절한 접근 △관련기술의 적절한 이전·재원 제공 등을 통한 생물다양성 보전 △생물다양성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이용 이익의 공정한 공유 등이다. 

2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COP15에서 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토지, 담수,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하겠다는 '30x30' 목표(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 GBF)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근거해 23개에 달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충남 서천갯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충남 서천갯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지난달 28일 범섬에서 발견된 빛단풍돌산호에서 백화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지난달 28일 범섬에서 발견된 빛단풍돌산호에서 백화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2030년이 불과 몇 년이 남지 않은 지금, 이러한 목표의 실현은 커다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전 세계의 바다를 예로 들면, 지금까지 해양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약 8%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도 집행 부족과 허점으로 남획과 화석 연료 추출이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속도로는 2030년까지 해양의 10% 미만이 효과적으로 보호될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협약에 가입한 196개 정부는 GBF에 근거해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과 행동 계획(NBSAF)을 제출,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에 합의한 세계 자연 협약의 23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기한을 지킨 정부는 30개국에 불과하다고 알려진다. 

흔히 ‘바다사막화’라고 알려지는 현상 중의 하나인 산호초 표백 관련해서도 지구상의 산호초지역의 3분의 4 이상이 산호 표백을 유발할 수 있는 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COP16에서는 이와 관련한 별도 세션이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4지구생명보고서'의 일부. 50년간 전 세계 야생 동물 개체군 규모가 73% 감소했다. (이미지=세계자연기금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4지구생명보고서'의 일부. 50년간 전 세계 야생 동물 개체군 규모가 73% 감소했다. (이미지=세계자연기금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자연기금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4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간 전 세계 야생 동물 개체군 규모가 73% 감소했다. 담수 생태계의 85%, 육상의 69%, 해양의 56%가 감소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생물 대멸종의 경고가 심심찮게 나오는 지금 시기,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전 지구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생물다양성협약 가입 당사국이기에 GBF에 근거해 지난해 12월 2024~2028년 5년을 기간으로 하는 ‘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이하 5차 전략)을 발표, 이를 COP16에 제출하고 정부대표단을 파견한다. 

5차 전략은 GBF의 23개 실천목표를 국내 상황에 맞게 21개 실천목표로 구성했다. 구체적으로는 3대 정책분야, 12개 핵심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와 목표의 제시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5차 전략에서 2022년 기준 육상보호지역 17.3%, 해상보호지역 1.8%를 2030년까지 모두 30%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도 즉시 착수하겠다고 표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주택공급이 모자라다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그린벨트 지역을 해지할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2공항을 포함 전국 10곳에 걸쳐 신공항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 탄소흡수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갯벌의 복원은 염두에도 없고 새만금공항을 짓겠다고 난리다. 

육상·해상보호구역 30% 확대는 ‘노력’하겠다는 것이지, 확정된 목표는 아니어서 문서상의 공(空)문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생태계보호를 위한 재정지원을 늘린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기업 등 민간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언명만 있다. 

단적인 사례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임·수산업확대’를 제시하면서도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친환경 농업면적 확대를 위한 ‘친환경농업직불금’ 단가 인상은 6년째 제자리 걸음인 상태다. 2030년까지 친환경 농업면적을 10% 늘리고, 총허용어획량(TAC) 관리대상을 2028년까지 60% 늘리겠다고 천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제주 제2공항과 제주 신항만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제주 제2공항과 제주 신항만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대통령실)

현 정부의 행보를 보면 생물다양성전략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와 과제 중 ‘육·해상보호구역 30% 확대’ 말고는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 문서에 적시된 내용과 거리가 먼 행동이 지속되는 현실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문서와 괴리된 현실은 제주지역의 실태를 봐도 마찬가지다. 보전 가치가 높아 국가와 지자체가 지정·관리하는 제주 해양보호구역이 실질적인 보전 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문서상의 보호구역’에 그치고 있으며, 멸종위기 해양생물에 대한 조사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나온 바도 있다. 

제주의 숲지역과 초지를 훼손하는 대형숙박시설을 포함한 개발사업이 제주도정의 방치 속에서 진행 예정이기도 하다. 숨골, 철새도래지, 오름을 비롯한 초지의 훼손 등을 초래하는 제2공항의 추진은 당연히 생물다양성의 보존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2025년 예산편성에서 기획재정부가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예산을 전액삭감했다. 국가다양성전략에서 밝히고 있는 ‘해양보호생물’의 관리를 강화하고 생태계서비스직불제를 확대하겠다는 것과는 정반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제주지역 민생토론회에서는 ‘신항만개발’, ‘제2공항추진’, ‘도심항공교통 활성화’ 등 민생과는 관련 없고, 생태계 훼손을 야기하며 생물다양성 보전과는 거리가 먼 과제만이 논의됐다. 제주도정도 이에 맞장구를 치며 반길 뿐이었다. 

세계자연기금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2024지구생명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모두 생물다양성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략) 자연의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다수의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는 인류와 대부분의 생물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지구의 생명유지 체계를 손상시키며, 전 세계의 사회 불안을 야기할 글로벌 티핑 포인트를 포함한다. 조기 경보 신호에 따르면 이미 여러 개의 글로벌 티핑 포인트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존이 ‘문서’에서만 존재하고, 현실에서는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와 제주도정이 반드시 새겨야 할 경고이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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