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 20대 청년들이 많이 참여해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사진=김재훈 기자)
9일 저녁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 20대 청년들이 많이 참여해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사진=김재훈 기자)

한국을 지배해온 것은 정치이념이 아니라 정치신앙이었다. 정치권은 팬덤과 악마화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다. 지금도 여전하다. 자기 이념을 향한 최소의 비평적 접근, 비판적 실천마저 이뤄지지 않는다. 이념적 기도문만 널렸다. 자기 진영의 설법이 나올 때마다 아멘을 외치는 '아메니즘amenism'이라고 칭할 만하다. 심지어는,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내란 앞에서도 아멘이다. 그들의 아멘은 중세 교황청처럼 죄를 면해주는 기관으로 향한다.

사법기관은 면죄기관이기도 하다. 이 나라의 사법부가 살아 있는 권력의 면죄 논리 개발하고 실행하는 기관이라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국민은 내란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면죄부 발행을 우려하고 있다. 믿어달라 하지만 쉽게 믿을 수 없다. 내란 피의자 윤석열도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내란 실패 후 당장 자신의 직을 내려놓지 않고 국민의힘과의 국정 운영을 택했다. 내란 피의자와 국민의힘이 함께 내란 후의 한국을 반헌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내란 피의자들로부터 권력의 질서 있는 승계를 위해서다. 다음 대선 대비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면죄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렇게 귓가에 속삭이고 있다.

"가만히 있어봐.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간 좀 봐야해."

그러나 지금 거리로 나온 세대는 내란 상황에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두고 주판알을 굴리는 세대가 아니다. 아멘-버퍼링 없이 빠르게 총체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세대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 시국에 대한 총체적 판단의 결과다. "당장 탄핵". 헌법상 유일한 답이며, 그러므로 결국 얻게 될 답이며, 빠르게 얻어내야 할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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