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적어도 지금 이 땅에는.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다.
청소년들이 이번 내란사태를 통해 겪은 트라우마의 해소를 위해서는 내란세력 청산과 윤석열에 대한 단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피의자들과 국민의힘은 청소년들의 트라우마를 키워가고 있다. 그들이 끝내 이 나라를 이끌어갈 정치인으로 살아남는 데 성공하고 말지 모른다는. 힘겹게 쌓아온 민주주의가 내란세력을 옹호하는 자칭 보수주의자와 보수정당에 의해 내파되고 말 수 있다는.
21일 저녁 제주시청 거리는 비에 젖었다. 해가 지자 드문드문 젖은 눈발이 내렸다. 바람도 매서웠다.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 동지(冬至)였다.. 하지만 하나의 뜻으로 뭉친 시민들이 제주시청에 모여 들었다. 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위해서. 내란세력의 청산을 위해서. 더 나아가 사회의 대개혁을 위해서.
집회의 사회를 맡은 김경희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토요일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토요일 이곳에서 광장의 승리를 선언했다. 동시에 끝이 아닌 시작임을 선언했다. 일주일 동안 들려온 이야기들은 우리를 또다시 광장으로 모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경희 위원장은 이어 “지나가는 시민께서 수고한다며 동지 팥죽을 주시기도 했다. 동지라는 말에 다른 뜻이 있다. 같을 동(同), 뜻 지(志) 해서 동지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윤석열 파면과 내란세력 청산이라는 하나의 뜻을 가슴에 품고 모여든 시민들을 북돋웠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지난 일주일 동안 바뀐 건 딱 하나다.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만 정지됐다.”며 “버티고 있다. 뭉개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 어떤 사과도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자. 그 선물은 윤석열 퇴진, 내란비호세력 구속, 국민의힘 해체 이 세 가지 선물을 우리 힘으로,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이어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내란은 진행중이고,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지치지 말자고 시민들을 격려했다.
신성여고 1학년 강채연 학생은 집회 참가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강채연 학생은 탄핵 가결 후에도 광장으로 나오고 있는 시민들과 무대 설치 등 집회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윤석열과 내란세력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열일곱 살인 저도 제 (잘못된) 선택에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안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조차도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열 일곱 살이고 투표권도 갖고 있지 않지만 학교에서 한국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안다. 윤석열이 나라를 얼마나 퇴보시키려 했는지, 인권을 짓밟겠다고 어떻게 선언했는지 안다."
"만약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이 없고, 담을 넘어간 의원들이 없었다면 내가 생명의 위협 없이 광장에 서서 말할 수 없었다는 것도 안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역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는지 안다."
강채연 학생은 "12월 3일 이후로 하루하루 세상이 괜히 원망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윤석열과 내란세력은 국민에게, 청소년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그뿐 아니라, 그 트라우마를 여전히 키워가고 있다. 윤석열은 법기술을 부리며 국민을 농락하고 있고, 국민의힘이 보조를 맞춰주고 있다.
강채연 학생은 "탄핵가결 이후 누군가의 투쟁은 끝났을 것이다. 안심하고 집에 돌아간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사실 나도 집으로 돌아가도 누군가는 계속 투쟁할 것이고, 광장의 사람들이 쟁취해낸 민주주의에 편승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오늘도 광장에 나온 이유는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이 겨울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 믿음의 실현을 계속 확인해 가야 할 때다. 광장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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